[스페이스K] 시간과 기억, 그 너머.

2017.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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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기억, 그 너머.

스페이스K_대구 <시간의 측량 (Measuring Time)> 그룹전





안녕하세요, 코오롱 소셜미디어 대학생 서포터즈 황혜준입니다!


스멀스멀 봄꽃 향기도 느껴지고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봄날! 스페이스K_대구에서 아주 특별한 전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스페이스K_대구를 방문해보았습니다.


동대구역에 내려서 택시 타고 약 10분 정도 가게 되면, 대구의 어린이 회관과 대구 과학고등학교 부근에 코오롱모터스의 BMW 전시장이 있는데요. 그 전시장 안쪽 2층으로 가시면 스페이스K_대구가 있답니다! 거리 상으로도 기차역과 지하철역에서 가깝고, 처음 방문하시는 분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위치하여 전시 관람하러 가시기 아주 좋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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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3.28 | 지도 크게 보기 ©  NAVER 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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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문화예술 나눔 공간 스페이스 K_대구에서는 <시간의 측량 (Measuring Time)>이라는 전시가 한창 진행되고 있는데요! 운 좋게 오프닝 날에 참석할 수 있어 세 분의 작가분들을 모두 뵙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작품을 심도 있게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먼저 사진 작업을 진행한 김기성 작가는 독일에서 유학을 하시고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데요. 유학 시절 어느 고가구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낡은 백과사전에서 ‘책’이라는 매체가 풍기는 시간의 흐름에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되었고, 이후 책을 활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중에서 이번 전시의 작품으로는 <침묵의 서책들(The silent books)>이라는 이름으로 연작 사진을 볼 수 있는데요! 


김기성 작가는 독일과 한국의 여러 헌책방을 방문하여, 그곳에 있는 책을 모두 반대로 꽂고, ‘책’이라는 매체의 물성만을 강조하여 그 물성 자체가 흘러온 시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데 집중했습니다. 책을 반대로 놓은 이유는 책이라는 것 자체가 원래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인데, 글자에 의해 정보가 ‘함축’되는 부분이 앞면이라면, 뒷면은 그러한 정보 없이 오래된 책일수록 손 때가 타있는 ‘종이’의 본 모습을 통해 물체의 시간성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저는 작품을 보면서 나무로 만들어진 책을 다시 나무로 보이게 하는 것 같아서 무척 매력적이라고 느꼈습니다.





작가는 작업 촬영 진행 시, 책과 책 사이, 그리고 공간과 공간 사이의 간격을 최대한 좁혀 한 장의 사진 안에 연출되는 공간감을 축소시키고, 기술적으로도 깊은 심도를 연출해내기 위해 대형 카메라를 사용하여 마치 보는 이로 하여금 시간의 흐름을 정지 시켜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했습니다.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어쩌면 단순한 소재가 될 수 있는 책 자체를 사진으로 매력적으로 풀어낸 작가의 시선이 매우 놀라웠습니다.


김기성 작가는 여담으로 작업 과정을 설명해 주었는데요. 열 군데 이상의 헌책방에 직접 연락하여, 공간 사용에 대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과 더불어 공간에 따라 달라지는 작업 환경에 대해 이해를 할 수 있었고, 모든 책을 뒤집고 또다시 되돌리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만큼 가치 있고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가 잘 나온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번엔 김원진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겠습니다. 김원진 작가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르게 기억되는 시간의 가변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주제의 속성에 얽매이기보다 사라진 자취에 대한 기록으로 주제 자체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것인가에 집중하였는데요!


그중 가장 제게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위에 보이는 설치물로 <오늘의 연대기>라는 작품입니다. 폐기된 헌책들을 기증받아 탑을 쌓아 그중 일부를 뜯어내고, 그 뜯어낸 공간을 터널 같은 형태로 쌓아 올려, 그 내부에 생성된 공간에 네거티브캐스팅을 하여 마치 개미굴을 보는 듯한 연상을 하도록 작품 이미지를 유도했는데요, 작가에게 ‘책’이라는 소재는 다양한 정보와 이야기들이 차곡차곡 쌓여 존재한다는 것에서 작가는 ‘책은 지층과 같다’라고 생각했고, 그것이 곧 기억의 지층과 같다고 연결 지어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누군가가 옛 순간을 떠올릴 때, 늘 다른 느낌으로 그 순간을 기억하듯, 기억 자체의 변화 과정과 그 변화의 속성에 대해 작품으로 표현하고자 하였고,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연속적인 작업을 다양한 회화 기법들로 작업했습니다. 위 사진의 뒤편에 설치된 작품을 보면 책을 태우고 없앤 부분이 보이는데, 이러한 작업 또한 책의 어떤 한 부분을 지우고, 또 없애면서 망각되는 기억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모호한 순간 하나하나가 기억의 변천을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참 인상 깊었고, 다양한 재료를 실험하여 활용해 볼 수 없는 이미지를 볼 수 있도록 만들어내는 작가의 창의적인 발상에 저 또한 많은 자극을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신승재 작가의 작품을 만나볼까요? 저는 개인적으로 작품 앞에서 작가님과 함께 대화하면서 보이는 것 이면의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는데요! 신승재 작가는 평소 공적인 기록으로 남겨진 역사 속에 잊히는 개인사를 병치하여 시간의 왜곡과 해석의 모호함에 대해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과거의 실제했던 사건 혹은 역사적 경험을 개인의 기억과 회상 속의 이미지와 병치시키는 구조로 작업을 진행하는데요. 역사적으로 큰 사건 (예를 들어 3.1절, 세월호 사건 등) 자체를 작은 캔버스에 프린트하고, 그 역사적 순간에 편입되지 못했던 개인의 일상과 기록을 큰 캔버스에 회화로 그려내면서, 개인의 역사가 큰 화면 속에, 큰 사건이 오히려 작은 화면에 보여지게 되는 것이죠. 그래서 어느 특정 시간대를 두 가지의 풍경 속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며 아이러니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란히 배치한 역사와 경험이 서로 계속 영향을 미치며 인과관계를 형성하고, 또 계속 변형되며 보는 이로 하여금 같은 시간을 서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끌어 주고 있습니다.





위 사진 속 작품 <가족 기도(Family prater)>는 ‘3.1절’이라는 역사적인 날이 국민 개인들의 염원과 기도로 일구어낸 커다란 사건이라는 점에서 단순히 하나의 사건과 개인 사이의 관계가 무관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사건 속에 유실되었던 개인적인 경험과 개인의 역사를 병치하여 동시대에 존재했던 하나의 사건에 대해 개인들이 기도하며 간절히 바랬던 해방이라는 상황을 작품 속에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작품을 보며 흐르는 시간 속에 존재하는 기억, 그리고 그 너머의 감정들에 대해서 느껴 볼 수 있었는데요. 신승재 작가의 작품은 두가지 다른 작업을 동시에 보여주며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정들, 그리고 그 속에 잊혔던 개인사를 돌아볼 수 있게하는 것은 물론, 작품의 철학적 깊이를 깨닫게합니다.





이번 전시는 흘러가는 ‘시간’을 각기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 예술가들의 작품을 보며, 과연 시간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볼 수 있었는데요.


<시간의 측량 (Measuring Time)> 그룹전은 다음 달 중순인 4월 20일까지 스페이스K_대구에서 진행하니까요. 직접 방문하셔서 사진, 회화, 설치로 표현한 '시간'의 모습을 감상해 보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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