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의 책 추천
크리스마스, 이 책과 함께 어떠세요?
크리스마스가 코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다리고, 연인들은 달콤한 데이트를 기다리고, 가족들은 맛있는 음식과 함께 웃음꽃이 피어나는 저녁을 기다립니다. 모두가 무언가를 기다리며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이 크리스마스죠.
그런데 크리스마스가 막상 되어보면, 밖에 나가면 길 막히고 사람 많지, 어딜 가나 바가지라 비싸기만 하죠. 눈이라도 내리면 춥죠. 그래서 따뜻한 방바닥에 누워 영화 한편 보거나 그 동안 못 읽었던 책 쌓아놓고 보는 것이 크리스마스를 보내는 가장 최적의 방법일 때도 있다니까요.
물론 많은 분들이 사랑하는 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리라 믿지만, 혹시 약속이 취소 되었거나 아직 할 일을 찾지 못하신 분들을 위해 크리스마스에 읽으면 좋을 만한 책을 소개해드리려 합니다. (책 읽으며 보내는 크리스마스, 저도 몇 번 해봤는데 그리 나쁘지 않아요. 하하. )
<크리스마스 이야기>, 헤르만 헤세, 오스카 와이들 등저
가장 아름다운 축일 중 하나는 연중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한겨울에 찾아온다. 태 양은 들판 위를 비스듬히 비추고 논밭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계절에 축일 중의 축일, 크리스마스가 찾아오는 것이다.
_ <얼음 절벽> 중에서
크리스마스 만큼은 세계적인 문호들도 아이들의 마음으로 돌아가나 봅니다. 아니면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마법 같은 크리스마스를 꿈꾸던지요. 그래서 그들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남깁니다. 우리가 이맘때쯤이면 늘 들어왔던 ‘성냥팔이 소녀’나 ‘스크루지 영감’, 모두가 문학가들의 머릿속에서 탄생한 거니까요.
이 책은 그런 ‘크리스마스’를 주제로 한 단편들을 모은 책입니다. 책 표지도 크리스마스의 대표 컬러인 빨간색과 초록색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마치 선물꾸러미처럼 생긴 이 책을 열면 그 안에는 숨막히게 아름다운 크리스마스 이야기들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이야기를 괴테, 헤르만 헤세, 기 드 모파상, 오스카 와일드, 안톤 체호프, 도스토옙스키, 안데르센 등 19세기 세계 문학을 대표하는 13인이 문학가들이 들려줍니다. 모두가 유명하지만, 읽어도 읽어도 질리지 않는 크리스마스 이야기입니다.
<성냥팔이 소녀>와 같이 익숙한 이야기에서부터 한 남자의 악몽 같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그린 모파상의 <크리스마스이브>, 안데르센의 <전나무 이야기>, 도스토옙스키의 <불쌍한 아이들의 크리스마스트리> 등 낯설지만 의미 있는 작품들을 담아 소박하고 아름다운 정취로 가득한 크리스마스를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크리스마스의 진정한 의미는 ‘사랑’이죠? 이 안에 담긴 13편의 이야기를 읽으며 크리스마스의 따뜻함과 추억의 시간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그것도 괜찮겠네>, 이사카 코타로 지음
최고의 다정함은 상상력이다’라고 곧잘 말합니다. “이 세상 사람들이 한꺼번에 상상력을 동원하면 핵무기는 한순간에 사라질 것이다”라는 어느 작가의 말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눈 앞에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재미있지만, 기왕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상상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_55쪽 중에서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었을 어린 시절, 바로 이 맘 때. 산타할아버지에게 카드를 쓰며 올해 내가 한 착한 일을 떠올렸던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착한 일은 거의 떠오르지 않았고, 대신 앞으로는 착한 일을 많이 하겠으니 올해는 꼭 스케이트가 갖고 싶다고 소박한(?) 카드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대부분 연말이 되면 자신의 한 해를 돌이켜봅니다. 그리고 대부분 아쉬웠던 점들을 나열합니다. 하지만 거꾸로 그럼에도 잘했던, 그정도면 괜찮았던 일을 찾아보면 어떨까요? 이왕 벌어진 일이고 돌이킬 수 없다면 잘했던 걸 잘했다고 칭찬해주고, 내년에는 더 나은 방향으로 계획해보는 것도 나쁜 방법은 아니니깐요.
일본에서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추리소설가 이사카 코타로는 이번 산문집 <그것도 괜찮겠네>를 통해 인생을 다독거리며 즐겁게 사는 방법에 대해 전해줍니다. 이 책에는 멀쩡한 직장을 버리고 작가가 되겠다고 하니 ‘그것도 괜찮겠네’라고 말해주던 아내, 아프지 말라고 개 코에 침을 발라주는 아버지, 준비된 음식이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여관 주인 등 엉뚱하지만 인간미 넘치고, 느리지만 재미있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읽다보면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지냈던 소소한 이야기들을 발견하게 되고 그것에서 스치고 지나갔던 따뜻한 정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합니다.
모든 인생은 꽤 괜찮고, 그렇게 살아도 괜찮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힘겨운 시기를 버텨나고 있는 이들에게 큰 용기가 되어줍니다. 따뜻해서 좋고, 지루하지 않아 좋고, 힘이 나서 좋은 책입니다.
<나랑 상관없음>, 모니카 사볼로 지음
2011년 9월 12일 오전 8시 13분, MS가 XX에게 보냄.
진심으로 이렇게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해?
난 너무 슬퍼. 난 지난 몇 달 동안 정말 좋았다고.
2011년 9월 12일 오후 12시 5분, XX가 MS에게 보냄.
난 더 좋을 것도 더 나쁠 것도 없는 일이라 생각해.
슬프긴 해도 불가피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잖아.
물론 나 역시 지난 몇 달 동안 좋았어.
_ 112쪽 중에서
분명 소설이라고 해서 책을 넘겨봤는데 구성이 전혀 소설 같지가 않습니다. 때로는 주고 받은 문자들로만 구성되어 있고, 어떤 페이지는 사진들로만 가득합니다. 내용의 서술 방식도 굉장히 불친절합니다. 주인공의 사전 정보도 없었고,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서술도 없습니다. 그냥 메일 한 통을 그대로 옮겨 놓고 시작합니다. 주인공 MS가 보낸 "영화 분야 편집장을 구한 것 같아"라는 메일로 말입니다.
이 책은 2013년 프랑스 플로르상을 수상하며 프랑스 문단에도 신선한 충격을 던진 소설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삶 속으로 들어온 남자를 만나고, 호감을 느끼며 그 남자를 관찰하게 되고, 접근하고, 데이트도 몇 번 하게 되지만 이 나쁜 남자는 "슬프긴 해도 불가피하고 합리적인 선택이잖아. 물론 나 역시 지난 몇 달 동안 좋았어"라는 말로 이별을 고합니다. MS는 이별의 과정을 겪으며 숨막힐 만큼 힘이 들지만 참고 참아 보낸 "너 없이는 안돼"라는 메시지에 "어쩌지, 나랑은 상관없는 일인 것 같은데."라고 대답하는 싸가지 남자에 또 한번 상처받고 본격적인 이별을 시작합니다.
이 책은 MS가 시작한 사랑에서 이별까지를 이메일, 문자, 사진 등등으로 보여줍니다. 순전히 MS라는 여자의 관점에서 말입니다. 그래서 오히려 이 책은 한 여자의 감정 변화를 세세하게 보여줍니다. 뭔가 있는 척, 쿨한 척 하는 게 아니라 사랑 앞에서 한 여자가 보일 수 있는 밑바닥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 소설이 아닌 마치 한 여자가 실제로 자기의 일기장을 보여주고 있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더 리얼하고, 내 이야기 같이 느껴집니다. 피식 웃음도 나오고, 짠해지기도 합니다.
<섹스 앤더 시티>를 보는 듯 만남에서부터 이별까지 친구의 질펀한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책입니다. 수다 떨 친구 대신 이 책을 친구 삼아 밤새도록 읽기에 안성맞춤인 책입니다.
리듬(최지연)
《야밤산책》의 저자이자 2009년부터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된 블로거. 네이버 오늘의 책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오픈캐스트 ‘평범한 직장인의 책 읽기’를 운영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nayana0725.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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