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세상] ‘정가이버’라 불리는 우산 나눔 천사, 정동승 씨

2020.09.22
공유하기


빗속 우산처럼 

위안 건네는 인생 되길

13년째 우산 고쳐 나눔 실천하는 정동승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손님이 오면 늘 준비하는 것이라며

끝끝내 고운 우산 하나를 

손에 쥐여주는 정동승(83) 씨.


그는 대전에서 이미 ‘정가이버’로 통하는 

우산 나눔 천사입니다.

사람들의 기뻐하는 모습이 너무나 기다려진다며,

뚝딱뚝딱 우산을 고치는 손길이 바빠집니다.


우산이 활짝 펼쳐지는 만큼,

그의 미소도 커지는 이유는 무엇인지

지금부터 만나보겠습니다.



‘정가이버’라 불리는 우산 나눔 천사


정동승 씨가 작업장에 자리를 잡고 앉자마자

경로당에는 손님이 찾아옵니다.


커다란 파라솔 하나를 들고 와 

고칠 수 있는지를 묻는데요.

우산을 고쳐 나눠준다는 이야기를 듣고

옆 동네에서부터 찾아왔다고 합니다.


파라솔을 살펴보던 정동승 씨가 

고칠 수 있으니 전화번호나 하나 남기고 

가시라 말하자 연신 고마워합니다.

유명세를 치르며 번거로운 일도 늘었지만,

오늘도 그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우연히 시작된 우산수리 나눔 활동


10여 년 전 그는 어린이집 승합차를 몰았습니다.

어느 비 오는 날, 유독 아이들을 아끼던 그는

우산이 망가졌다며 우는 아이를 보고 

무엇이든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찌어찌 우산을 고쳐주자 

환하게 웃으며 좋아하는 아이의 모습에

이것으로도 봉사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선명하게 들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승합차에 버리고 간 망가진 우산을 보니

제 물건 하나 제대로 가져보지 못하고 배고팠던

본인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떠올랐습니다.


그날부터 버려진 우산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정식으로 수리를 배운 적은 없지만, 

손재주 하나는 타고난 그였습니다.

마음이 따르니 손도 따른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봄날의 꽃처럼 피어나는 우산들


정동승 씨는 한 번 살펴본 물건은 

멀쩡히 고쳐 내었습니다.

그의 손에서 봄날의 꽃처럼 

우산들이 하나둘 새로 피어났습니다.


처음에는 우산을 가져오지 않은 아이들에게 

하나둘 나눠줬었는데,

은퇴하고 나니 우산은 쌓이고 

어디에 가져다줘야 할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물건이 넘쳐나는 시대에 사람들이 좋아할까 

잠시 망설이기도 했지만

보육원에 100개, 장애인복지시설에 100개,

태평2동 행정복지센터에 100개

이런 식으로 매주 조금씩 

우산을 나눠주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걱정과 달리 

사람들은 그의 우산을 정말 좋아했습니다.

행정복지센터 앞에는 

누구나 자유롭게 가져가서 쓸 수 있는

우산이 비치되었고, 

전광판에는 ‘우산 빌려 드립니다’라는

글이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따로 관리하지 않아도 

정동승 씨의 마음이 담긴 우산을 쓴 사람들은

비가 그치면 스스로 다시 

우산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지요.



필요한 곳에 전달하는 우산들


인근 초등학교에서는 갑자기 내린 비에 

우산 50개를 요청하며 교장 선생님이

직접 차를  몰고 온 일이 있었습니다.

 그 교장 선생님이 며칠 후 

정성스러운 감사장과 편지를 보내왔고

오랜 인연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정동승 씨는 

“나 보고 사람들이 맥가이버라데.”

라며 기분 좋게 웃습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정동승 씨는 

대전의 정가이버, 우산할배, 만물박사, 

봉사왕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대전광역시장상 등 봉사로 받은 상들이 늘어가고

KBS 등 여러 미디어에서 정동승 씨의 활동을 

주목하고 인정해 주었지만, 

늘 아내에게만은 미안했습니다. 


매일 우산 수리에 쓰일 재료를 

온 동네에서 주워 오니 

집 안이 엉망이었고, 거실과 베란다는 이미 

쓸 수가 없는 지경이 되었고

무엇보다 온종일 앉아서 우산만 수리하는 

남편의 건강을 걱정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의 봉사 활동을 

가장 크게 지지하는 사람 역시 그의 아내입니다.

늘 투덜거리면서도 우산 재료를 모아주고 

손질하는 것을 살뜰히 도와주는 아내에게 

정동승 씨는 고맙고 미안합니다.



버드내마을 노인회와 함께하는 봉사


이런 정동승 씨의 미안함과 

부인의 걱정을 덜어준 것이

3년 전 버드내마을 노인회와의 만남이었습니다.


 3년 전 정동승 씨의 선행과 

고충을 익히 알고 있던 

노인회 회장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경로당 안에 작업실을 만들어 

함께 봉사해 보자며 손을 내민 것입니다.

 정식 작업실을 갖게 되니 일이 수월해졌고,

160여 명의 노인회 회원들이 

우산 재료를 함께 찾아주니

일의 진척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우산을 고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먼저 동네 이곳저곳에서 수집해온 우산을 

분리해 정리해야 하는데

분리된 천을 빨고 말리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닙니다. 


그 후 부러지거나 없는 부분을 

다른 우산에서 나온 재료로 채워 

새로운 우산으로 만들어냅니다.


노인회 회원들은 정동승 씨가 노인회 봉사활동의 

새로운 주축이 되어 주었다고 고마워합니다.


정동승 씨는 노인회 활동으로 

함께 봉사도 하고 야유회도 가면서 

또 다른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수리한 우산을 나눔 해 가는 

고마움에 천 원, 이천 원을 놓고 가는 분들이 있는데

그 돈을 모아 노인회 사람들과 함께 

아이스크림을 사 먹은 일이

그의 즐거운 추억 중 하나가 되었다고 합니다.



이웃들의 가전제품까지 수리해


“자랑스럽죠. 동네 자랑이 아니겠어요. 

봉사가 어디 마음만 먹는다고 쉽게 되는 일이던가요.

한 번 하기도 힘든 일을 

10년 넘게 해오고 계시니 존경스럽고 감사해요.”


지나가던 아파트 주민은 갑작스러운 

인터뷰 요청에도 기다렸다는 듯이  

정동승 씨를 칭찬했는데요.

 도리어 그의 선행을 더 많이 

 알려달라는 부탁을 하며 자리를 떠났습니다. 


수리한 우산은 노인회 회장의 차에 실려 

학교, 복지센터, 경로당, 보육원 등에 나눠집니다. 

또 갑자기 쏟아지는 비에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이웃이 있으면 

언제든 나눠주고 있습니다. 


우산 말고도 선풍기, 시계 등 

가전제품 1,000여 점도 수리해 

주민들에게 나누어주었습니다.

 

경로당 안에 비치된 우산 기부를 기록하는 장부에는 

매년 기관명과 숫자가 늘고 있습니다. 


1년에 200여 개 정도였던 기부는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 늘어나며 

지난해 1,560개가 되었고, 

그가 수리한 우산은 올해로 5,000개가 넘었습니다.



삶의 가장 큰 즐거움이 되어 준 봉사


“내 남은 즐거움 중 가장 큰 것은 이거예요. 

앞으로도 계속 우산을 고쳐서 나눠줘야죠. 

내 우산을 받고 웃는 사람들 모습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어요. 

어서 코로나가 지나가서 

아이들에게 더 많이 

우산을 나눠줬으면 좋겠어요.”


고쳐진 우산을 펼치며

얼마나 단단하고 예쁘게 고쳐졌는지 

보여주는 정동승 씨의 

표정이 조금 쓸쓸합니다. 


코로나19 사태로 경로당에 사람이 모일 수 없고,

 학교와 놀이터에도 아이들이 모일 수 없으니 

우산을 나눠주기 힘들어져 

경로당 한쪽에 쌓여만 가는 우산에 머무른 

그의 시선에는 안타까움이 비추어집니다.


그러나 분명 정동승 씨의 우산이 

다시 나누어질 날은 멀지 않았습니다.


그의 우산을 펼치고 빗줄기 대신 

행복을 맞게 될 아이들의 얼굴을 그려봅니다.




※ 해당 기사는 코오롱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25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