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인터뷰] 나의 삶, 나의 보람 _오늘의 청소가 내일의 미소로 이어지기를

2020.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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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오늘 우리가 갈 곳은 남한산성입니다. 

 

그 이유는 1988년부터 

남한산성 일대를 청소해온 

조갑식(71) 씨를 만나기 위해서입니다.

 

세월은 흘러갔어도 그는 아직 여기에 있습니다.

 

 

 

 

무심한 등산가에서 '남한산성 지킴이'

 

눈부신 꽃도 찬란한 단풍도 해마다 

이곳에서 만납니다.

같은 곳을 매주 맴돌고도,

그는 매번 새로운 곳에 당도합니다.

고됨과 어려움이 설렘과 즐거움으로 바뀝니다.

 

그는 고개 숙여 찬찬히 쓰레기를 찾고,

허리 굽혀 일일이 그것들을 주울 뿐입니다.

땅에 묻힌 것들까지 꼼꼼히 드러냅니다.

 

 

 

 

온갖 더러운 것들을 하나씩 치우면서

환경보호에 무심했던

오래전 자신을 떠올립니다.

 

“젊을 땐 저도 아무 데나 휴지를 버리곤 했어요.

어느 날 바람에 날리는 쓰레기 때문에

자동차 사고가 날 뻔한 모습을 목격하고

정신이 번쩍 나더라고요.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있던 때였거든요.

성숙한 시민의식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생각해봤어요.”

 

 

그때부터입니다.

등산을 워낙 좋아해
수시로 남한산성을 찾던 그는
이 일대 쓰레기부터 자기 손으로 
치우기 시작했습니다.

고맙게도 아내가 함께해줬습니다.
환경정화를 곁들이니, 늘 해오던 산행도
아내와의 대화도 한결 즐거워졌습니다.

 

 

 

 

최고의 교육, 봉사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성남 태원고등학교 교사가

‘학생들을 보내줄 테니 봉사를 함께해보라’ 

권유해왔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환경을 물려받을 ‘다음 세대’와

환경정화를 함께한다는 게

 

무척 의미 있는 일로 여겨졌습니다.

 

처음엔 건성으로 쓰레기를 줍던 학생들은

차츰 진지하게 봉사를 이어갔고,

‘자식 같은’ 학생들이 등산로를 치우자

등산객들도 점점 변화의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봉사가 최고의 교육이라는 것을

저절로 알게 됐습니다.

 

이후 지역의 여러 학교에서

참여의 뜻을 알려왔습니다.

숭신여자 중고등학교, 성일정보고등학교,

 

분당영덕 여자고등학교 ……

 
 

 

함께하면 더 좋은 봉사

 

 

“2003년 태풍 매미 때 쓰레기로 가득 찬

팔당댐의 모습이 TV로 중계됐어요.

한두 명의 힘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그 장면을 보고, 조직을 꾸려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코로나19 때문에 최근 몇 달간은

홀로 봉사를 해오고 있습니다.

 

오전 10시부터 해 질 녘까지

등산로 곳곳을 누비는 그가 점심 식사로

챙겨가는 건 달랑 떡 한 덩어리.

 

짐을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먹을 것을 나눠주는 등산객이

많아서이기도 합니다.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도 많지만,

온정을 베푸는 사람도 많습니다.

 

자연 속에서 사람을 만나는 즐거움이

꽤 쏠쏠합니다.

 

 

 

치우고 또 치워도 지겹지 않은 까닭

 

 

“위험한 순간도 많아요.

몇 년 전 겨울 산성에서 내려오며 쓰레기를 줍다가,

얼어있던 길바닥에 미끄러져

팔과 어깨뼈가 부러졌어요.

저는 겨울에도 신발에 아이젠을 달지 않아요.

나무뿌리를 밟을 수 있으니까요.

다행히 치료가 잘 됐어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뿐,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현재 그는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환경 관리 직원으로 일합니다.

 

직업도 봉사도 청소인 셈입니다.

일주일을 온통 환경정화에 바치고도

지겹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늘 가지고 다니는 '성남시 쓰레기봉투'에

그곳의 쓰레기를 담아놓고,

해당 시청이나 군청에 전화를 겁니다.

 

어디 어디에 쓰레기를 담아놨으니 수거해가라고.

그럼 다들 고마워합니다.

 

타 지역까지 와서 쓰레기를 치워주는

그의 마음 씀에 모두들 깊은 감사를 보냅니다.

 

 

 

 

전국 방방곡곡 가는 곳마다 쓰레기 줍기

 

제주도에도, 울릉도에도

그가 남기고 온 성남시 쓰레기봉투가 있습니다.

 

쓰레기봉툿값이 만만찮게 들지만,

그보다 보람이 크니 기분이 좋습니다.

 

직접 치우기도 하지만 치우도록

부탁하는 일도 곧잘 합니다.

 

 

"남한산성 인근 등산로엔 

과거 유격장이었던 자리가 있습니다.

그때 쓰던 타이어가 길 위에

엄청나게 쌓여 있습니다.

 

관계 기관에 전화해 

조속히 수거하도록 부탁할 생각입니다."

 

 

남한산성 오르는 차도 옆 펜스는

사람들이 자동차에 안에서 쓰레기를 투기하지

못하도록 그가 시청에 의해 건의해

설치한 것입니다.

 

하도 오래 다녀 남한산성의 구석구석을

잘 알고 있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지켜주게 됩니다.

쓰레기가 놓여있던 자리마다

희망의 꽃이 활짝 피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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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내용은 코오롱그룹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25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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