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COCOON 2020, 스쳐지나간다展

2020.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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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COON 2020, 스쳐지나간다展

나를 사로잡는 기억,

스쳐 지나간 생각의 편린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지기입니다.

 

어느새 봄이 우리 앞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자칫 무기력하게 

'스쳐지나갈' 뻔한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것만으로 감사한 날입니다.

 

계절의 변화로 찾아오는 봄 뿐만 아니라,

매년 봄에 개최하는 코쿤전을 통해 

우리에게 다시 따뜻한 공기와 햇살이

찾아왔음을 알려주는데요.

 

스페이스K 과천에서 

'코쿤2020, 스쳐지나간다展'을 개최했습니다.

해마다 역량있는 신진 작가들을 발굴해온

코쿤전이 벌써 9회째 맞게 되었는데요.

올해는 이소, 이재석, 이창운, 임희재 등

4명의 작가가 참여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특정한 현상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시각물로 환원시키는

젊은 예술가들의 태도를 조망합니다.


 

 

 

 

모든 것은 스쳐 지나간다.

누구도 그걸 붙잡을 수는 없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데뷔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의

소설 말미의 문장입니다.

 

소비주의 시대의 공허함과 결핍의 청춘을 

동시대적 모습으로 세련되게 담아낸 이 소설은, 

모든 것은 그저 지나간다고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스쳐 지나간다고 해서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기억과 추억은 생각의 편린으로

새로운 의미가 남습니다.

 

스쳐 지나가는 것은 그저 지나가 버리지 않고 

감각을 환기해 영감의 도구이자

창작의 원천으로 거듭납니다. 


이번 전시의 젊은 작가들 또한 

그들이 지나쳐온 무수한 기억들로부터

새로운 예술을 탄생시켰을 것입니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레일 위의 인생, 편도여행 - 이창훈 작가

 

스페이스K를 들어서기 전

1층 건물 로비의 천장에 시선이 쏠립니다.

이창훈 작가의 '편도여행 2020'이 보이는데요.


그의 '편도여행' 시리즈 중 처음으로

공중에 설치한 작품으로,

2층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특별한 구조 덕분에

작품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창훈作 


 

Q. '편도여행'은 어떤 작품인가요?

 

A. 제 작품의 주제는

반복적인 사회 시스템과 그 구조에 있습니다.

고정된 레일은 통제화된 구조물이 되고 

그 레일 위에 놓여 반복적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수동적이고 획일화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Q. '편도여행'을 처음 구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A. 대형마트에서 수많은 달걀과 생닭을 보며,

'대체 저 많은 닭은 어디서 온 걸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습니다.

직접 양계장이나 달걀공장을 방문해보고,

그곳에서 쉴 틈 없이 알을 낳아야 하는 

케이지 사육의 현실을 보게 되었습니다.

'편도여행' 작품을 통해

무분별한 동물의 사육을 비판하고 싶었습니다.

최근에는 그 모습이 우리 인간사회와

닮아있음을 깨달았고, 현대 사회의 시스템과

현대인의 모습으로 확장되었습니다.


Q. 작품을 어떻게 감상하면 좋을까요?


A. 공간에 따라 그 형태와 레일 위

움직이는 소재를 다르게 해왔는데요.

건물에 들어와 자연스럽게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감상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오브제가 굴러가면서 일정하게 들리는

소음과 움직임을 바라보는 것도 좋습니다.

보는 사람마다 작품을 다양하게

느끼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자연스럽지 않은 야성 - 임희재 작가

 

임희재 작가의 화면에는

맹수가 먹이를 덮치는 듯한 

극적인 순간이 담겨 있습니다. 

동물 다큐멘터리의 장면을 재현한 작가의 회화는 

자연스러우면서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극적인 스토리라인을 갖기 위해 

편집되고 짜 맞춰진 이야기 구조 안에서

발견하는 자연의 야성을, 

작가는 그 이면의 진실을 보여주기보다는 

오히려 더 극명한 비주얼로 표현했습니다.

 

 

 

-임희재作

 

 

Q.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계기가 있었나요?


A. 비자연적인 색감과

극적인 화면의 전환 같은 것들이

자연스러움을 이야기하는 다큐멘터리의 특성과

굉장히 상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디어는 근본적인 자연의 성질이라고 할 수 있는

'야성'을 보여주기 위해 스토리라인을 만들고,

화면을 편집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자연을 담았지만

비자연스럽고, 실제와 다르죠.

오히려 저는 야성의 공격성이나

동적인 움직임들이 먼저 다가왔어요.

그래서 그 안에 있는 이야기들보다 중요한건

시각적인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걸 회화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어요.


Q. 작품 중 박제된 듯 유리 안에 갇힌

동물의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박제'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A. 회화와 박제는 슬픈 운명을 공유한다고 생각해요.

살아있는 동물을 가장 생생하게 보존하기 위해서

하나의 원형으로 만드는 것인데,

이 과정이 회화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회화 역시 어떠한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하나하나 꿰매듯이 작업해야 하거든요.


Q. 꿰매듯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떤 건가요?


A. 그릴 때 붓을 움직이는 방식이나,

손으로 닦아내는 행위들을 통해서

하나의 인상을 표현하려고 하는데요.

제가 그리는 대상과 유리에 비치는 빛들을

하나로 꿰매듯이 엮어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작업 방식도 직조물을 짜내듯

일정한 방향으로 그려나가거든요.

그게 조금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방식으로 머릿속에서 그려진 것을

화면에 담으려고 하다 보니,

저에게는 분명하지만 보시는 분들의 입장에서는

추상적인 역동성이 느껴진다고 하시는 것 같아요.


 


 

 

나를 구성하는 붉은 부품들 - 이재석 작가

 

이재석 작가는 가시적으로

보이지 않는 사회의 질서들을 화폭에 담습니다.

그는 군대라는 사회조직에 들어가 겪게 된

다양하고 강렬한 경험들 속에서

인간 혹은 사회 전체의 구조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군대에서 사용했던 총기와 신체의 구조, 사회를

모두 하나의 맥락 속에

연결하여 회화적으로 표현합니다.

 

 

 

-이재석作

 

 

Q. 군대에서의 생활이

작품활동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는데요.

그 때의 경험이 강렬했던 것 같습니다.


A. 돌이켜보니 학부 때부터 군대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을 꾸준히 해왔는데요.

군인 생활을 하면서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복숭아뼈가 부러져서

국군병원 수술대에 올라간 것도 처음이었고,

철저히 계급에 따라 정해진 대로 생활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으니까요.

전역 후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군대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군대의 이미지를 차용해서

사회를 표현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현실의 자유로움 역시

불가피한 사회적 정렬과 시스템 속에서 가능합니다.

그 안에서 각자가 하나의 부품이 되어

제 역할을 해낼 때

사회가 원만하게 움직이는 것이니까요.


Q. 군대에서 사용한 무기 등을

작품에 어떻게 녹여냈는지 궁금합니다.


A. 게임이나 영화에서 보던 총을 실제로 봤는데,

막상 무거운 쇳덩어리에 불과하더라고요.

몇 가지 부품으로 조립한 총이

살상 무기라는게 흥미로웠습니다.

이후에 병원에서 수술을 받았는데,

인간의 신체도 총과 비슷하게 느껴졌어요.

정렬되어있는 침상 위에

누워있는 환자들의 모습이

신체 덩어리처럼 보였고,

각각의 장기들이 부품이 되어

신체를 구성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방향의 캔버스에

부품들을 정렬해 놓은 작품들도 많이 했었어요.

부품의 색깔이 왜 빨간색이냐고 하시는데

장기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색깔로 표현한 겁니다.


Q. 앞으로의 작품 계획이 궁금합니다.

군대와 관련된 소재를 계속 사용하실 예정인가요?


A. 회화는 꾸준히 변화했지만,

결국 '나' 혹은 '사회'를 표현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표현하는 도형이나 부품들 역시

저와 이 시대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작품 속 화면이나 도형의 배치,

반복되는 패턴에서 보이는 경직된 자유로움,

그 역설적인 부분을 계속 표현해나갈 것입니다.

구체적인 이미지에서 탈피해

좀 더 단조로운 형태로 표현할 수 없을까

고민하는 중입니다.

 

 


 

 

소소하지만 충분한 행복 - 이소 작가

 

여러분에게 용은 어떤 이미지인가요?

만약 역동적이고 강인한 모습을 떠올리고,

이소 작가의 작품 앞에 섰다면

아마도 용을 찾아내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단색의 화면에 어슴푸레 형체를 유지하고 있는 용은

어딘지 모르게 편안하고 행복해 보이니까 말입니다.

 

 

 

-이소作 


 

Q. 이소 작가에게 '용'은 어떤 존재인가요?


A, 사람들에게 용은 다양한 이미지를 갖지만

저에게는 친근하고 긍정적인 이미지입니다.

용은 초월적이면서 친근하고,

주변의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는

강인한 존재입니다.

때문에 역동적이거나 강렬한 이미지가 아닌,

단색의 화면에 자연스러운 촉각 표현으로

푸근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의

용을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작업을 할 때 다양한 재질을 접목하고,

손의 터치감을 살려

선의 느낌을 표현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작품 속에서 '용'의 이미지를

가져가려고 하는데요.

선적인 표현을 좀 더 깊이 연구해보고 싶습니다.


Q. 그래서인지 작품 속 용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데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있을까요?


A. 어느 순간 작품에서

깊은 의미나 메시지를 요구하는 것 같습니다.

저에게 작품은 저를 표현하는 방법이고,

나 자신이 좋아하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굴곡진 삶을 살지도 않았고,

거대한 사회적 메시지를 남기는 것보다

저에게 중요한 것은 나의 행복감,

자연의 아름다움입니다.


Q. 스페이스K를 찾은 분들에게

관람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A. 처음 스페이스K 전시를 제안받고

공간을 찾았을 때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관람할 수 있고,

자연채광이 주는 자연스러움이 좋았습니다.

'Sleeping beauty'는

관람객이 용의 등에 앉아도 좋습니다.

멀리서 보지 않고 좀 더 친근하게

작품을 감상하시길 바랍니다.

코로나19가 지나가면

어린 관람객들이 많이 찾아오면 좋겠어요.



 

 

마스크를 챙기고 길을 나서는 일이

참으로 답답한 요즘입니다.


갑갑한 마음의 갑옷을 벗고,

새로운 봄을 맞고 싶다면

스페이스K 과천을 방문해보세요.

 

계절의 변화로 찾아오는 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기다리던 마음의 봄을

만날 수 있습니다.

 

 

◆ 전시 일정

 

장소 : 스페이스K 과천

주소 : 경기도 과천시 코오롱로11 코오롱타워 1층

기간 : 2020년 4월 2일부터 5월 15일까지

시간 :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매주 토, 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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