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으로 이끄는, 희망으로 향하는! 차량 봉사자 김무찬 씨

2019.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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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으로 이끄는, 희망으로 향하는

차량봉사로 장애인 돕는 김무찬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필요가 발명의 어머니라면, 공감은 나눔의 아버지입니다. 젊은 날 불의의 사고로 한쪽 손가락을 모두 잃은 김무찬(58) 씨에겐 집안에 스스로 갇혀 절망의 늪을 헤맨 과거가 있었습니다. 바깥으로 나오는 일의 중요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차량봉사로 장애인들의 발이 돼준 지 올해로 18년째. 다시 웃게 된 자신처럼, 세상 속에서 환하게 웃는 장애인들이 그는 마냥 보기 좋다고 합니다. 오늘은 보람을 싣고 달리는 차량 봉사자 김무찬 씨를 만나보겠습니다. 





좋으니 함께하고, 함께하니 행복하다

새파란 가을 하늘이 지붕처럼 마을을 덮었습니다. 기암절벽 두륜산이 보통의 뒷산처럼 서 있고, 천혜 절경 완도가 여느 건넛마을처럼 솟아있습니다. 정겨운 돌담 위론 탐스러운 단감이 익어갑니다. 바람도 햇살도 오래오래 놀다가는, 해남군 북평면 동해리의 풍경인데요. 한 폭의 그림 같은 이 동네에, 그가 오길 손꼽아 기다리는 이들이 살고 있습니다. 미소가 아름다운 양석채·조진숙 부부가 그들입니다. 두 분을 만나러 오는 일이, 그에게는 그 자체로 소풍입니다.


“오늘은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에서 목욕 서비스를 하는 날이에요. 한 달에 두 번, 두 분이 세상 구경을 하는 소중한 시간이죠. 목욕을 마치면 복지관에서 사귄 친구들과 점심 식사도 함께하고, 복지관에서 마련하는 여러 프로그램에도 참여하세요. 그 모든 게 즐거우신가 봐요. 뵐 때마다 반갑게 맞아주셔서, 제 마음이 다 환해져요.”





보람 싣고 달리는 120km


북평면(영전리)에 살던 그가 해남읍으로 이사를 한 건 5년 전입니다. 해남읍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30km 남짓. 먼 거리를 한달음에 달려와, 보름간의 안부를 도란도란 유쾌하게 나눕니다. 그가 복지관에 모시고 가는 건 이들 부부만이 아닙니다. 이 마을에서 16km쯤 떨어진 현산면 신방리로 달려가, 홀로 사시는 중증 장애인 한 분을 차에 더 태워야 합니다. 세 분을 모시고 해남읍에 있는 해남군장애인종합복지관까지 달려가면 오전 열한시. 이때부턴 또 다른 선행이 그를 기다립니다. 배식봉사가 그것입니다. 


“일손이 부족하단 얘길 듣고 복지관에 오는 김에 하고 있어요. 몇 년 전 해남노인종합복지관에서도 일주일에 한 번 배식봉사를 했기 때문에 전혀 낯설지 않아요. 차량봉사와는 또 다른 즐거움이 있어요. 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디든 기꺼이 손을 보태고 싶어요.”


배식이 끝나도 그의 나눔은 끝나지 않는다. 복지관 일정을 마친 세분을 집으로 모셔다드리는 것까지가 그의 일이기 때문이다. 부부의 경우 프로그램 참여 후 복지관 차량으로 집에 가실 때가 종종 있지만, 다른 한 분은 그의 차량으로 집까지 안전하게 모셔드려야 한다. 





갇힘에서 나눔으로, 어둠에서 밝음으로


그는 갇힘이 몰고 오는 불행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한쪽 손가락을 잃고, 스스로를 유폐했던 젊은 날이 그에겐 있었습니다. 젊디 젊었던 스물아홉 살 때의 일이었습니다. 경기도에서 직장 생활을 하던 중 맞선을 보기 위해 친척이 사는 도시에 갔고, 그 친척이 운영하던 방앗간에서 일을 돕다가 왼쪽 손가락이 모두 잘리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빛나던 청춘은 그날로 막을 내렸습니다. 잘린 손가락 위에 의수를 끼우고,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에 몸을 떨었습니다.


“병원에 3개월쯤 있다가 고향집으로 왔어요. 대인기피증이 심해서 아무도 만나지 못하던 날들이었죠. 그때 책을 많이 읽었어요. 처음엔 별 위로가 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서서히 마음이 다스려지더라고요. 그렇게 몇 개월을 보낸 뒤 용기 내어 집 밖으로 나왔어요. 따뜻한 고향 사람들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조금씩 해나갔죠.”





더 많이 가지려는 게 아닌, 더 제대로 나누려는 마음


북평면지회장으로 일하면서 봉사활동에 눈을 떴습니다.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여러 방법 가운데 장애인을 위한 차량봉사가 있다는 걸 그 무렵 처음으로 알게 된 것입니다. 과거 자신이 그랬듯 집안에 갇힌 장애인들이 세상으로 나와, 차마 넘보지 못했던 희망이나 미처 알지 못했던 기쁨을 갖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2002년 2월 그 꿈으로 가는 봉사 여정을 마침내 시작했습니다. 


“한 분 한 분과의 인연이 다 소중하지만, 집에만 계시던 20대 여성분이 특히 기억에 남아요. 제 차를 타고 장애인복지관에 다니면서 성격이 엄청 밝아지셨거든요. 여러 프로그램을 통해 자기계발을 정말 열심히 하시더라고요. 지금 결혼해서 잘 사세요. 그런 분들이 계셔서 제가 더 감사하죠.”


2007년엔 전남도립대학교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해 사회복지사와 요양보호사·건강가정사 자격증을 모두 취득했습니다. 보다 전문적으로 봉사하고 싶어서입니다. 젊은 날에 시들었던 청춘의 꽃이 그의 가슴에 다시 피어나고 있습니다. 



※ 해당 기사는 코오롱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21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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