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의 참 스승에서 어르신들의 한글교사로

2019.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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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의 참 스승에서 어르신들의 한글교사로

한글교실을 운영하는 퇴직 교사 윤명자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3층짜리 아담한 건물.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자 경쾌한 목소리로 책을 낭독하는 소리가 들립니다. 선생님이 먼저 문장 하나를 낭독하자, 이윽고 학생들이 같은 구절을 따라 읽습니다.  “너무 잘했어요. 이제 직접 써볼까요?”라고 선생님이 말하자 학생들은 연필을 쥐고 공책에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기듯이 소중히 써 내려갑니다. 여느 초등학교의 국어 수업과 다름없는 모습이지만, 사실 이 교실에 빼곡히 들어앉은 학생들은 환갑에서 여든까지 나이도 다양한 어르신들입니다. 


“이곳은 비문해(非文解) 어르신들에게 우리말을 읽고 쓰는 방법을 가르쳐드리는 한글교실이에요. 매주 월·화·목·금요일 아홉 시 반부터 열한 시 반까지 두 시간 동안 수업이 진행되죠. 수업 시작 전에 노래를 부르고, 체조도 하고, 중간에 간식도 나누어 먹고, 청소당번이 청소도 하고. 평범한 초등학교와 똑같은 모습이죠?” 


한글교실의 담임선생님이자 교장선생님은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했던 윤명자 씨. 42년간의 교직생활을 뒤로한 채 2007년에 퇴직한 그는 퇴직 직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자신의 능력을 살린 봉사활동을 이어왔습니다.

텍스트가 넘쳐나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과연 글을 모른다면 어떤 불편을 겪게 될까요? 각자의 이유로 글을 알지 못했던 어르신들을 모아 읽고 쓰는 즐거움을 가르치는 사람이 있습니다. 오늘 만난 버킷리스트의 주인공은 바로 초등학교 교사 퇴직 후 한글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윤명자(75) 씨입니다. 





이웃사랑을 몸소 실천했던 참스승

퇴직 직후인 2007년부터 그는 지역아동센터와 쉼터 등에서 어린이, 어르신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교육봉사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군포에 위치한 하나로쉼터에서 운영하는 어르신 대상 한글교실에서 10년간 한글교사로 활동했습니다.


“2017년에 하나로쉼터가 리모델링을 하면서 한글교실이 없어질 위기가 온 거예요. 그래서 제가 우리 건물 2층에 한글교실을 차리고 직접 운영하기 시작했죠. 세를 받지 못하니 수익은 없어졌지만, 돈으로는 살 수 없는 보람을 갖게 됐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동네 봉사 선생님, 효도 선생님!


그가 봉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경기 군포·안양 일대의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던 당시 그는 지역에서 ‘봉사 선생님’, ‘효도 선생님’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했는데요. 학생들에게 봉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재학생, 졸업생, 학부모 등을 직접 이끌고 보육원, 양로원, 장애인 시설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쳐왔기 때문입니다. 성인이 된 제자들 역시 그를 통해 ‘남을 돕는 기쁨을 깨달았다’, ‘효도의 가치와 중요성을 배웠다’라고 말할 정도. 이러한 활동 덕분에 그는 퇴직 8년 후인 2015년 11월에 교육부와 이달의 스승 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하는 ‘이달의 스승’으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24시간이 모자란 봉사 라이프


그는 매일매일 봉사활동을 하며 분주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고정적으로 하는 봉사활동만 다섯 가지. 수요일을 제외한 평일 오전에는 한글교실에서 어르신들에게 한글 수업을 진행하고, 월요일 오후에는 군포시늘푸른노인복지관에서 안내를, 화요일 오후에는 지역 어린이집에서 동화 구연을, 목요일 오후에는 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에게 인성교육을, 마지막 주 수요일은 하모니카봉사회에서 연습이나 연주 봉사를 합니다. 퇴직을 한 지, 봉사를 시작한 지도 벌써 12년. 이제는 편히 쉬며 노후를 즐기고 싶을 법도 하건만, 그는 봉사활동을 할 때만 느낄 수 있는 기쁨과 보람을 생각하면 이를 끊을 수가 없습니다. 


그의 한글교실에 찾아오는 어르신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난해서, 여성이라서, 또 다른 이유로 글을 배울 수 없었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들을 들을 때마다 그는 그저 ‘뼈가 빠지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쳐야겠다는 생각만을 할 뿐입니다. 그에게는 한글교실을 언제까지 운영해야겠다는 계획도 없습니다. 다만 그는 자신이 가르쳐야 할 사람이 있다면, 자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든이든 아흔이든 계속해서 이 길을 걸어가겠다고 말합니다.






※ 해당 기사는 코오롱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21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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