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도록 한결같이 한 땀 한 땀 행복을 깁는 손길
23년간 수예 지도 봉사를 해온 김도순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소근육을 많이 사용하는 수공예는 영유아나 발달장애 아동들에게 좋은 놀이운동이며, 부족한 집중력과 인내력을 기르는 데에도 효과적입니다. 15년간 의상실을 운영했던 김도순(75) 씨는 자신이 지닌 바느질 재능을 살려 23년간 수예 지도 봉사활동을 하며 발달장애학생들의 재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는데요. 사랑의 바느질로 세상을 더 따뜻하게 만드는 그녀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발달장애학생들의 수예 선생님
수업을 알리는 예비 종소리가 울리자 담임 선생님을 따라 발달장애학생들이 수예실로 들어섭니다. 수예 지도를 맡은 김도순 씨를 보자 아이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높이며 인사를 건네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매주 보는 얼굴임에도 만날 때마다 반갑고, 마주할 때마다 설레기 때문입니다. 한참 동안 인사를 나누고 나서야 아이들은 원탁에 둘러앉아 실 꿰기를 시작합니다. 그가 이름을 부르자 실을 꿰던 아이 한 명이 일어나 재봉틀 앞으로 자리를 옮겨 앉습니다. 오늘은 가방을 만들 거라며 그가 만드는 방법을 아주 쉽게 설명하자 아이는 고개를 크게 끄덕거리며 “네네, 선생님!” 하고 씩씩하게 대답합니다.
이윽고 그가 “출발!”이라고 외치자 아이는 재봉틀 발판을 능숙하게 밟으며 재봉 속도를 조절하고, “그만!”이라고 외치자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발판에서 발을 뗍니다. 그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이 완성한 것은 어깨에 메는 보조가방. 잘 만들었다며 그가 칭찬을 아끼지 않자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가방을 들어 보이며 세상 가장 행복한 웃음을 짓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임에도 그는 가르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놀이처럼 쉽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늘 잘했다면서 사기를 북돋으니 아이들이 저절로 신이 나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아이들이 스스로 바늘에 실도 꿰고, 재봉틀 사용법도 익히고, 그러다가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돼요.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수상자들도 많아요.”
발달장애가 있는 학생들임에도 그는 가르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놀이처럼 쉽게 다가가려 노력하고, 늘 잘했다면서 사기를 북돋으니 아이들이 저절로 신이나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아이들이 스스로 바늘에 실도 꿰고, 재봉틀 사용법도 익히고, 그러다가 장애인기능경기대회에 출전할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을 갖추게 돼요. 제가 가르쳤던 학생들 중에는 장애인기능경기대회 수상자들도 많아요.”
자신의 재능을 기꺼이 내어놓는 마음
1996년에 시작한 수예 지도 봉사가 벌써 23년. 봉사를 시작한 곳은 서울시 송파구에 위치한 장애학생 교육기관, 한국육영학교였습니다. 현장학습 도우미로 봉사활동을 하던 그는 우연한 기회에 수예 지도 봉사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그는 1996년까지 15년간 의상실을 운영했습니다. 재단과 재봉 등 옷 만드는 전 과정을 직접 해왔기에 수예 솜씨는 장인 수준. 그러한 자신의 재능을 살려 그가 실천하는 봉사활동만 해도 네 가지, 종류도 수예 지도 봉사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매주 월요일에는 중랑구에 위치한 신내노인요양원에서 침대커버, 기저귀, 턱받이 만들기와 옷수선 등의 봉사활동을 해요. 매주 수요일에는 자양고등학교에서, 금요일에는 서울광진학교에서 발달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예 지도 봉사를 하고 있죠. 한 달에 한 번씩 열리는 강동한마음봉사의 날에는 빠지지 않고 참여해서 취약계층의 어르신을 위한 다양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상처를 꿰매고, 꿈을 만들어내는 시간
“의상실을 그만두고 나니까 처음에는 신경 쓸 일도 없고 너무 좋더라고요. 그런데 한 달 정도 지나니 무기력해지면서 차라리 일할 때가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뭐라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송파구에서 운영하는 장애인 운전교습을 받게 됐어요. 제가 선천적으로 고관절이 3cm 가량 짧아서 지체장애 3급 판정을 받았거든요. 교습을 받으러 갔는데, 가르치는 선생님도 장애가 있으신 거예요. 문득 ‘나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송파구자원봉사센터에 자원봉사자 교육을 신청하고 봉사를 시작하게 됐어요.”
최근 그는 ‘내가 언제까지 봉사활동을 해도 괜찮을지’에 대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체력이 닿는 한 봉사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지만, 다 늙어 봉사활동을 다닌다고 누가 흉이라도 보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가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타인을 위해 2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22,200여 시간을 아낌없이 내어준 그에게 손가락질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을. 다만 헌신의 삶을 살아왔기에 존경과 격려의 눈빛을 보낼 뿐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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