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아이템이 된 소방관의 방화복

2019.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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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아이템이 된 소방관의 방화복

서로가 서로를 구한다! 119REO 이승우 대표 인터뷰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마른 나뭇잎에 떨어진 불씨 하나가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번집니다. 그 위험천만한 순간 불길을 피해 서로 도망가기 바쁜 순간, 불속으로 뛰어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소방관들입니다. 1년에 버려지는 폐방화복이 1만여 벌이 되는데요. 불에 타거나 찢긴 흔적을 보면 그들이 현장에서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느껴집니다. 하지만 소방관들을 위한 처우는 열악한 수준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소방관을 돕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이가 있습니다. 바로 119REO 이승우 대표인데요. 코오롱 프로보노에 선정되기도 한 119REO는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해 만든 가방의 수익금 중 50%를 암 투병 소방관을 돕고, 소방관 처우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오늘은 이승우 대표를 만나 119REO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119REO를 소개해주세요. 

119REO는 소방관들의 방화복을 업사이클링 해 트렌디한 가방으로 재탄생시키는 사회적기업입니다. ‘REO’ 의미는 ‘Rescue Each Other’의 약자로, 소방관이 우리를 각종 재난으로부터 지켜주듯이 우리 역시 소방관을 구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는데요. 이름처럼 119REO가 폐방화복을 업사이클링 해 만든 가방의 수익금 중 50%를 암 투병 소방관을 위해 돕습니다.





119REO를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에서 인액터스라는 동아리 활동을 했습니다. 친구들과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의미 있는 일을 해보자고 생각하던 중에 소방관 처우개선 관련 이슈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친구들과 소방서에 방문해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암 투병 소방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WHO 산하 국제 암 연구기관인 IARC(International Agency for Research on Cancer)의 조사에 따르면 직업적인 이유로 암에 걸릴 발생률이 높은 직종 중 하나가 바로 소방관이라고 합니다. 

화재 현장에서 마시게 되는 유독가스 등이 원인이 되어 암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아직 우리나라에 정확한 통계자료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2012년부터 2017년까지 5년 누적 소방관 암 발병자가 151명이며, 이는 일반인보다 2배 이상 발병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되면서 119REO의 본격적인 프로젝트를 구상하게 된 것입니다.  





폐방화복을 활용해 가방을 만들겠다고 착안한 게 놀랍습니다. 방화복을 업사이클링 하는 방법도 궁금하고요. 


전 세계 소방관들 중 방화복이 지급되는 나라는 20여 개국 정도입니다. 그 외에는 우비를 입고 불속으로 뛰어들지요. 우리나라도 2003년에야 방화복이 도입되었습니다. 방화복은 불속에서 소방관이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때문에 소방관들은 방화복에 남다른 애착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화복을 활용해 무언가를 만들고, 그걸로 다시 소방관들을 도울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방화복을 만든 소재는 방염, 발수, 방검 성능을 가지고 있어서 튼튼한 가방을 만들기에도 안성맞춤입니다. 


만드는 방법은 100% 핸드메이드입니다. 긴박한 화재 현장을 버틴 방화복들은 찢긴 곳도, 그을린 곳도 제각각이라 기계로 재단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지역 소방서와 MOU를 체결해 폐방화복을 수거하면 이중 세탁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가방을 만들 수 있게 원단을 이어붙이거나, 패턴에 맞게 자르는 작업을 해나갑니다. 방화복 1벌이면 백팩 1개를 만들 수 있습니다. 





매년 소방관들을 위한 전시회도 연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전시인지 소개해주세요.


2018년도 처음 ‘현장衣 기억’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소방관 처우 개선과 공상 불승인 문제에 대한 문제 해결 촉구를 위한 전시로, 고 김범석 소방관님을 추모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작년에는 국회의원회관에서 ‘소방관, 당신의 色’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화재, 구조, 구급 3분야로 나누어 소방관들의 전문성을 색으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발병 원인이 확정되지 않은 희귀 암으로 인해 고통받는 소방관들에 대한 이야기를 알렸습니다. 시민들이 직접 소방관 실루엣을 완성시키는 행사 등을 통해 우리의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전시는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입니다. 


사회적기업으로서 꾸준히 성장해가고 있는데요.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끼나요?


지난 9월 19일 고 김범석 소방관의 승소 판결이 확정되었을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공상으로 승인받은 최초의 판결로, 이번 판례를 통해 앞으로 암 투병 소방관들의 상황이 더 나아지기를 소망해봅니다. 





앞서도 말씀드렸듯이 아직 방화복이 도입되지 않은 개발도상국도 많습니다. 버려지는 방화복을 활용해 만드는 119REO의 제품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사랑받게 되어 우리나라뿐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소방관에게 방화복을 지원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누군가를 살린 옷으로 다시 누군가를 돕기 위해 만들어진 119REO의 가방은 그 어떤 명품 가방보다도 값집니다. 119REO의 이름처럼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는’ 대한민국이, 세상이 되기를 응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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