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세상] 타인을 도우며 스스로를 치유하다.

2019.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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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세상] 타인을 도우며 스스로를 치유하다.

이웃을 위한 봉사로 암을 이겨낸 김용복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김용복(72) 씨에게 봉사란 ‘삶’이자 ‘치유’와 같습니다. 봉사를 하며 세상에서 가장 무섭다는 암을 극복할 수 있었고, 모든 것이 끝났다며 좌절하던 순간에 삶의 용기를 얻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도우며 살아갑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나서기에 그를 바라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으로 시작하는 추억의 만화 주제가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태권V만큼 멋지고 강한 김용복 씨의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덤으로 사는 삶, 베풀며 살아가자 다짐

고작 40대, 암 선고를 받기에는 너무 젊은 나이였습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기능인으로 근무하던 그에게 위암 판정은 사형선고와도 같았습니다. 한창 일할 나이였지만, 명예퇴직을 택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건장했던 몸은 바짝 말라만 갔습니다. 모든 것이 끝난 것만 같았습니다. 힘겨운 암 치료가 마무리 단계에 도달했을 즈음 주치의였던 서울성모병원 고용복 교수는 자신이 아프리카에서 4년간 의료봉사를 했던 경험을 들려주며 그에게 봉사활동을 권유했습니다. 모든 것이 끝났다며 좌절하던 그에게 봉사활동을 하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엔도르핀이 솟아나 몸과 마음을 치유해줄 것이라며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던 것입니다. 

“한 5~6개월 요양하러 떠났던 부여에서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어요. 농사를 짓는 동네라 저도 조그맣게 농사를 지으면서 지냈죠. 좀 살다 보니 동네에 젊은 사람도 없고,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게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직접 기른 작물을 장에 가져다 파는 것도 어르신들에게는 힘겨운 일이었죠. 어떻게 도움을 드리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트럭 한 대를 사서 동네 어르신들 작물을 경매장에 대신 가져다 팔아드렸어요. “

요양을 마친 그는 본래 살았던 동네인 인천광역시 부평구로 2007년에 돌아왔지만, 부여에서 도움을 받았던 어르신들은 여전히 그를 잊지 못하고 해마다 직접 농사지은 농작물들을 택배로 보내온다. 그는 그럴 때마다 처음 봉사를 하며 가슴속에 새겼던 다짐을 나직이 되새겼습니다. 덤으로 사는 삶, 남을 위해 더 베풀며 살아야겠다고 말입니다.




2007년부터 시작한 봉사가 벌써 2만 시간을 넘겨

그에게 하루 24시간은 너무 짧기만 합니다. 주민들을 위해 만든 공영주차장 관리하기, 하루에 한 번 산에 올라 산불을 감시하고 환경을 정화하기, 고장 난 이웃집 지붕을 고쳐주고 벽화 예쁘게 그리기,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눠줄 김치 담그기 등등……. 온 동네 곳곳을 살뜰히 챙기느라 동이 틀 때부터 해가 질 무렵까지 눈코 뜰 사이 없이 분주합니다.

“인천 부평구에 돌아와서도 봉사활동을 계속해야겠더라고요.  제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하자는 생각에 동네 청소부터 시작했어요. 소소하게 베푼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봉사활동이었는데, 이제는 그 종류도 다양해졌어요.”




내 삶을 보석처럼 만드는 비결

그가 살고 있는 산곡1동은 노후주택이 분포되어있는 주택가로 턱없이 부족한 주차시설 탓에 주민들 간의 다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그는 공영주차장을 만들어서 주민들의 갈등을 해소하고 더욱 살기 좋은 동네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는데요. 

“공영주차장이 필요하다고 민원을 넣었는데, 계속 반려가 됐어요. 주민들과 토지 소유자들의 동의서를 받아낸 뒤에야 승인을 받았죠. 꼬박 3년이 걸렸어요. 그렇게 힘들게 공영주차장을 건설하고 나니까, 이제는 관리자가 없으면 안 된다는 거예요. 무료로 운영되는 공영주차장에 어떻게 직원을 둘 수 있겠어요. 결국 저와 주민들이 함께 ‘주사모(주차장을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어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게 됐죠.”




2007년에 인천에 돌아와 봉사활동을 시작한 지 벌써 12년째.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이웃을 위해 그리고 나 자신을 위해 베푼 시간이 벌써 2만 시간을 훌쩍 넘겼습니다. 자신의 삶은 덤이기에 더욱 타인을 위해 베풀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그의 삶은 결코 ‘덤’이 아니라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진 ‘보석’임에 틀림없습니다.


※ 해당 기사는 코오롱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19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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