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선행상] 캄캄한 밤바다를 비추는 한 줄기 등대 불빛처럼

2019.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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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선행상] 캄캄한 밤바다를 비추는 한 줄기 등대 불빛처럼

보육원 퇴소생들의 든든한 ‘길잡이’ 지장우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코오롱그룹 오운 문화재단의 우정선행상 시상식이 열렸습니다. 우정선행상은 2001년 이후 매년 시상식을 개최하고 있는데요. ‘살맛나는 세상’ 캠페인을 통해 소개된 사회의 선행, 미담 사례를 보다 널리 알리고 격려하고자 2001년 제정한 상으로 매년 우수 사례를 선정하여 대상, 본상, 장려상, 특별상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역대 대상 수상자 중 가장 젊은 수상자를 배출했는데요. 대상의 주인공은 보육원에서 자라는 아이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는 지장우 씨입니다.


지장우 씨는 자신이 자랐던 보육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생들인 어린 보육원생들의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는데요. 자신의 성장 배경을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고 사회에서 당당하게 성장해온 자신의 경험을 아낌없이 동생들에게 전해주며 든든한 울타리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지장우 씨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소개하겠습니다.   



아이

아이들의 개인 정보보호를 위해 블러 처리를 하였습니다.


‘공감’으로 해 나가는 지지와 응원


지장우 씨는 항상 자신의 경험을 자립의 어려움과 사회의 차가움을 온몸으로 마주해야 하는 퇴소생들에게 ‘비빌 언덕’과 ‘기댈 어깨’가 되어주는 일에 쓰고 있습니다. 그가 만약 힘들고 두려운 시간을 몸소 경험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잘 해낼 수는 없었을 것입니다. 과거 자신이 받고 싶었던 도움을 후배들에게 아낌없이 건네면서, 세상에서 가장 눈부신 현재를 그는 살고 있습니다. 그 덕분에 동생들도 막막함에서 든든함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만으로 갓 열아홉 살이 됐을 때 보육원을 나왔어요. 퇴소생을 위한 지원이 거의 없던 때였거든요. 말 그대로 ‘덜컥’ 사회에 내던져지는 거라 얼마나 막막했는지 몰라요. 보육원 퇴소생들을 위한 지원 제도가 나아진 지금도 그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여전해요. 당장 먹고사는 것도 문제지만, 사회의 냉대를 견뎌야 하는 것도 큰 걱정거리거든요. 동생들의 외로움을 덜어주고 싶었어요.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만으로도 어려움을 버텨낼 힘이 생기니까요.” 





세상으로 나오기 전까지 자신의 둥지이기도 했던 경기도 안성시 원곡면 리라아동복지관. 만 18세가 되어 이곳을 나가게 된 동생들을 위해 그는 명절마다 자신의 전셋집에 초대합니다. 명절 음식을 함께 만들어 먹고, 연휴를 같이 지내며 ‘가족’ 간의 정을 나눕니다. 혼자 사는 그가 32평이나 되는 전셋집을 마련한 것은 오순도순 정겨운 이 시간을 위해서다. 연말연시엔 식사 모임을 만들어 한 해의 끝 또는 시작을 함께 하기도 합니다. 따로 또 같이 생활하면서, 그렇게 끈끈한 연결감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는 약 20명의 퇴소생과 휴대폰 단체 채팅방을 만들어 꾸준히 소통하고 있는데요. 그곳에서는 ‘공감’을 바탕으로 한 지지와 응원이 쉼 없이 오가고 있습니다. 고민이 깊거나 방황하는 동생들은 며칠씩 함께 지내며 살뜰히 마음을 보살핍니다. 동생들은 단지 곁을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고 돌아갑니다. 진짜 형제 같은 그를 상대 배우자도 가족처럼 생각하며 존중합니다. 작년 여름엔 퇴소생이 낳은 아기의 백일상을 자신의 집에서 다른 동생들과 함께 마련해줬습니다. 자기가 더 행복했다고 고백한 그는 누군가의 ‘친정’이 되어준다는 것에 대한 감동이 생생하다고 말합니다. 





가족의 이름으로 ‘선한 영향력’을 나누다


“1년에 두어 달 휴가가 주어지면, 보육원으로 돌아와 아이들과 같이 지냈어요. 아이들 공부도 봐주고 제가 경험한 사회생활 이야기도 해주면서 함께 생활했죠. 외국에 나가있을 때도 아이들과 수시로 연락을 주고받았어요. 여기가 제 집이고, 이곳 아이들이 제 가족이란 걸 한 번도 잊은 적이 없어요.” 


지장우 씨는 배를 타고 11년간 세계 곳곳을 떠돌며 모은 돈으로 2017년 10월 휴대폰 수리 전문점을 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집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전셋집을 동생들의 쉼터로 만들었듯, 그는 사업장을 동생들의 일터로 키우겠다는 꿈이 있습니다. 더욱 열심히 살아가게 만드는 힘. ‘사랑’이라는 이름의 그 힘이 그를 끊임없이 성장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그를 보면서 동생들은 자신도 누군가에게 ‘그런 형(누나)이 되고 싶다’는 꿈을 품어갑니다. 선한 영향력을 서로 주고받는 사람들. 이들처럼 아름다운 가족은 아마 없을 것입니다. 





캄캄한 밤바다를 비추는 등대처럼, 그는 어느덧 막막한 삶들을 비추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달빛이나 별빛이 없는 밤은 있어도 등대 불빛이 없는 밤은 없는 것처럼 지장우 씨는 언제나 그의 또 다른 가족인 보육원 동생들을 위해 밝은 빛을 비춰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빛은 또 다른 등대로 계속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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