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선행상] 삶의 희망과 의지를 북돋는 세상 가장 단단한 목소리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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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선행상] 삶의 희망과 의지를 북돋는 세상 가장 단단한 목소리

녹음 봉사를 통해 시각장애인의 눈이 되어주고 있는 김용춘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시각 장애인들이 책을 읽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점자책으로 읽기도 하고 녹음 봉사자들이 녹음한 녹음 책을 통해 듣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으로 해도 내용이 어려운 전문적인 서적 같은 경우 소리 책으로 제작하기 어려운 현실인데요. 그런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혼자 독학까지 하며 녹음 봉사를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이번 우정선행상 본상의 주인공인 김용춘 씨인데요. 시작장애인들의 눈이 되어주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김용춘 씨에게 봉사란 배움과 성취입니다. 해득(解得)의 즐거움을 봉사로 실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일주일에 세 번, 하루를 꼬박 한국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보냅니다. 한 구절, 한 문장 부지런히 한자를 검색해가며 음과 훈을 달고 뜻을 풀이한 후, 비로소 녹음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녹음된 그의 음성은 시각장애인들에게 눈이 되고 삶의 희망이 됩니다. 책을 읽고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것이 좋아서 하는 일일 뿐인데, 점차 그의 목소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배움의 즐거움이, 낭독의 기쁨으로 


비장애인에게 소리란 다섯 가지 감각 중 하나일 뿐이지만, 시각장애인에게는 세상의 다양한 지식·정보를 제공하는 정보원이자 세상과의 소통을 위한 연결고리이며, 사람과 사물을 인지하게 하는 제2의 눈과도 같습니다. 특히 책을 통해 지식을 얻어야 할 때면 점자만큼이나 요긴한 것이 바로 녹음된 전문 도서입니다. 김용춘 씨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책을 읽고 녹음하는 봉사를 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글을 소리 내어 읽는다고만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그가 담당하고 있는 도서는 ‘침술(鍼術)’, ‘역학(易學)’ 등에 관련된 전문 서적. 대부분이 한자로 이뤄진 이 서적들에는 평소 잘 사용하지 않는 어려운 한자에 전문용어까지 섞여 있어 여간 녹음이 까다로운 게 아닙니다. 때문에 아무리 한자에 능통한 그라도 옥편과 의학사전은 필수입니다. 한 권을 읽고 녹음하는 데 다른 봉사자들에 비해 몇 곱절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녹음 봉사에는 1996년 한 신문광고를 보고 지원하게 됐어요. 당시 조카가 한방 서적을 한 권 가져와 한자에 토를 달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책에 조그만 글씨로 토를 달기 시작했는데, 너무 작아 잘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손으로 해서는 도저히 안 되겠는 거예요. 뭐든 대충을 모르는 성격이라 원고지에 다시 베끼는 작업을 석 달 정도 했어요. 사실 늘 한방 관련 서적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그러던 찰나 신문에 난 봉사자 모집공고를 보고 주저 없이 지원하게 된 거예요.”


그는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을 봉사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 권당 짧게는 2개월, 길게는 6개월까지 걸리는 녹음을 마치고 나면 한 권 한 권 늘어가는 결과물만큼이나 성취감도 쌓여갑니다. 스스로 기쁘고 즐거워서 하는 일에 ‘봉사’라는 수식이 붙는 것이 그는 송구할 뿐입니다. 





삶을 지탱하게 하는 강단 있는 목소리


많은 시각장애인들이 안마나 침술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관련 서적을 제대로 읽어줄 전문 낭독자는 부족합니다. 게다가 한자에 능통하면서 관련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봉사자를 찾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의 등장은 말 그대로 ‘가뭄의 단비’ 같은 것이었습니다. 배움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추진력, 그리고 꾸준함은 많은 시각장애인들의 갈증을 해소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덕분에 소리 책이 나오길 기다리다 못해 직접 우편으로 도서를 보내 낭독을 의뢰하는 경우도 많아졌습니다. 그는 초급에서 고급 단계에 이르는 한의학, 사주명리학, 주역, 경혈학 관련 도서들을 주로 낭독합니다. 물론 독학으로 책의 내용을 파악하고 옥편과 의학사전을 뒤져가며 일일이 뜻을 풀이하는 작업이 수반됩니다. 그렇게 한 권 한 권 녹음해온 책이 무려 164권에 달합니다. 





다부진 목소리와 한자에 대한 지식, 배움에 대한 열정, 꾸준한 노력 등 어쩌면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은 아주 평범한 재능들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는 누군가에겐 절실하게 필요한 것이었고, 이를 통해 생계와 꿈을 찾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가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손에서 책과 펜을 놓을 수 없었던 이유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그의 목소리는 시각장애인들의 눈이자, 삶의 등불이 되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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