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선행상] ‘나눔’으로 부르는 인생찬가

2019.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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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선행상] ‘나눔’으로 부르는 인생찬가

21년간 2만여 시간 봉사해온 윤홍자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올해 코오롱그룹 오운 문화재단의 우정선행상 시상식에서 장려상을 수상한 분은 바로 봉사자 윤홍자 씨입니다. 매일 기도하는 마음으로 봉사를 한다는 그녀는 지인들이 어디 가느냐고 물으면 ‘놀러 간다'고 말합니다. 괜스레 쑥스러워 슬며시 둘러대는 대답이지만 틀린 말도 아닙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기 위해 향하는 길이니까요.



1년 365일 ‘놀이'처럼 재미있고 즐겁게 나눔을 실천하는 그녀. 하루하루가 반짝반짝 빛나는 그녀의 봉사 라이프를 들여다보겠습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날마다 소풍처럼 


그날이 그날 같다는 말은 그에게는 해당되지 않습니다. 알록달록 예쁘게 봉사 요일을 정해 놓고, 반짝반짝 빛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까닭입니다. 일요일은 일요일이라 좋고 월요일은 월요일이라 좋습니다. 오랜 세월 한결같은 일을 해오고도, 언제나 처음 같고 날마다 소풍 같을 수 있는 비결인데요. ‘보람’이 그 일의 중심이면 그 어떤 반복도 지루함으로 쉽게 이어지지 않는다. 의미 안에 재미가 들어있는 셈입니다.


영등포사랑나눔푸드마켓도 그의 손길을 기다리는 곳 가운데 하나입니다. 영등포사회복지협의회가 운영하는 이곳은 후원자들로부터 식품과 생필품을 기부받아 매장에 비치하면,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이 직접 선택해 가져갈 수 있는 무상이용 마켓입니다. 그는 주변인들에게 물품을 기탁받기 위해 수시로 팔을 걷어붙이고, 기증받은 물건을 포장하고 비치하기 위해 두 손을 틈틈이 보태왔는데요. 자신이 직접 물품을 기부하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그 기부는 돈 대신 ‘땀’으로 이뤄집니다. 복지시설 주방에서 나온 폐식용유로 손수 빨랫비누를 만들고, 직접 수거한 불법 전단지로 참기름을 짜서 명절마다 매장에 전달합니다.


“불법 전단지 한 장을 떼어 가면 구청에서 50원을 줘요. 100병을 짜는 데 70만 원 정도 들거든요. 추석과 설날에 각각 100병씩 전달하는데, 한 장씩 떼어서 그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요. 혼자였다면 불가능했겠지만, 여럿이 같이하기 때문에 힘들지만 즐겁게 하고 있어요. 2000년대 초반 ‘보현회’라는 봉사 단체를 만들어 함께 활동해오고 있거든요. 저를 포함해 16명의 회원들이 요일을 나눠 봉사하고 있어요. 불법 전단지 수거도 같이하고요. 혼자일 때보다 함께일 때가 확실히 행복해요.” 





‘봉사’라는 이름의 기도


조계종 산하 자원봉사단체에 들어가, 서울 파고다공원에서 노숙인들을 위한 무료급식 봉사를 했습니다. 처음 느껴보는 보람에 가슴이 뛰었습니다. 이후 노숙인들과의 인연은 계속됐습니다. 얼마 뒤 서울시립영등포보현의집이 설립됐고, 그곳으로 자리를 옮겨 조리와 배식 봉사를 매일 해나갔습니다. 명절 때도 쉬지 않았습니다. 부침개를 산더미처럼 쌓아 올리면서도, 맛있게 먹을 노숙인들을 생각하면 힘이 솟았습니다. 목욕 봉사도 시작했습니다. 


노인복지시설 자제정사와 시립중계노인복지관에서 어르신들 목욕을 해드리면서, 급식 봉사와는 또 다른 기쁨을 만끽했습니다. 물품 기부도 함께했습니다. 봉사 초창기 영등포사회복지협의회에선 하루에 1천 원씩 교통비를 지급했는데, 자원봉사자에게 주어지는 그 돈을 그는 한 푼도 쓰지 않았습니다. 1년 내내 모은 36만 원으로 쌀을 사서, 자제정사와 관음대비원 같은 복지시설에 후원했습니다. 티끌을 모아 태산을 만드는 습관은 그 때부터 생긴 셈입니다. 





“신길종합사회복지관에서 봉사를 시작한 건 2004년 봄부터예요. 우리 집 근처에 새로 복지관이 생겼기에 놀러 갔다가, 봉사자가 필요해 보여 그 즉시 일손을 보태게 됐어요.”


스스로 찾아와 여전히 동행중인 그에게 복지관 직원들은 이런저런 도움을 요청할 때가 많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진짜 어려운 사람이 누구인지, 같이 어렵더라도 누가 더 도움이 시급한지 훤히 압니다. ‘그 앎’이 모두를 이롭게 합니다. 영등포사랑나눔푸드마켓도 서울시립영등포장애인복지관도 ‘그런 식’으로 인연을 맺은 곳들입니다. 자신의 도움이 필요해 보이면 앞뒤 재지 않고 그 즉시 나눔에 뛰어드는 것. 그것이 그의 봉사 스타일입니다. ‘돌진하는’ 습관 탓에 봉사하다 다치는 일도 꽤 잦은데요. 손목의 상처는 미용 카트를 밀다 넘어져 수술한 자국이고, 발목의 상처는 푸드마켓에 전달할 도넛을 받아오다 계단을 헛디뎌 생긴 것입니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일들로 봉사를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얻는 행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입니다.


불교 신자인 그는 봉사하는 시간을 ‘불공드리는’ 시간에 비유합니다. 그래서 절에 거의 가지 못하는데도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높은 곳의 신을 향해 두 손을 모으는 대신, 낮은 곳의 이웃들을 위해 온몸을 움직여온 날들. 2만 시간이 넘는 그의 기도가, 팍팍한 세상에 촉촉한 봄비로 쏟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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