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선행상] 아이의 눈높이에서 동심을 어루만지다
고장 난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키니스 장난감 병원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입니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계기로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좋은 때입니다. 어릴 적 어린이날을 앞두고 설레는 마음에 잠을 설치기도 했는데요. 부모님 손잡고 놀이공원에서 찍은 사진 한 장 정도 집에 없는 사람 없을 것입니다. 그날 하루는 그야말로, 내 세상! 매일 졸라도 끄떡하지 않던 엄마가 '짜잔'하고 커다란 곰인형을 선물해주셔서 온 집안을 뛰어다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곰인형은 빨고 또 빨아서 털을 까칠해지고 눈코입이 닳을 때까지 침대 옆에 있었습니다. 오랜 시간 좋은 친구가 되어준 곰인형. 어른이 되고 곰인형은 없어졌지만, 그때의 추억은 또렷합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분들은 그 시절 우리의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주인공들입니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치료해주시는 의사선생님들을 만나러 키니스 장난감병원으로 가보겠습니다.
고장 난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키니스 장난감 병원
마치 아름다운 동화 한 편을 보는 것 같습니다. 동심을 지키기 위해 할아버지들이 모여 장난감을 무료로 고쳐주는 병원이 있다니 말입니다.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 고장 난 장난감을 무료로 치료해주는 곳. Kid(어린이)와 Silver(노인)의 공존이 실현되는 곳. 바로 키니스(KiniS) 장난감 병원입니다.
아이들에게 장난감은 단순한 놀이도구가 아닙니다. 고마운 친구이자, 돌봐줘야 하는 대상이며, 소중한 보물로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애지중지하는 장난감일수록 손때가 빨리 타고, 서툰 손길에 고장도 빨리 나기 십상인데요.
“아이들은 장난감이 망가지더라도 손에서 쉽게 놓지를 못해요. 고장이 나서 수리를 맡겨야 한다고 해도 받아들이질 못하죠. 그런데 ‘장난감이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말하면 아이들이 금방 알겠다고 한대요.”
장난감 고치는 7명의 박사님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병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키니스 장난감 병원은 그저 이름뿐인 병원이 아닙니다. 고장 난 장난감들은 병원을 찾은 환자와 마찬가지로 진료 예약, 문진, 치료, 입원, 퇴원 등의 과정을 거치는데요. 그뿐만이 아니라 장난감을 고치는 할아버지들의 마음가짐이 의사 못지않기에 그들은 서로를 ‘박사’라 부릅니다.
“저희는 아이들을 위해 봉사하는 비영리단체입니다. 잠시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운영된 적도 있었지만,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점에서 취지가 맞지 않아 일 년 만에 관두게 됐죠. 수리도 무료인 데다가 후원금도 많지 않다 보니 재정적으로 힘들 때도 있어요. 하지만 유료로 장난감 수리를 하는 일은 저희 설립 취지에도 어긋나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 돈을 받으면 그때부터는 봉사가 아니기 때문이죠.”
우리나라에서 장난감을 무료로 수리해주는 곳은 흔치 않아 키니스 장난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해마다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루에 방문 수리 예약 건수만 20건. 게다가 적게는 두 개에서 많게는 여덟 개의 장난감이 들어있는 택배 접수 박스는 30~40개에 달합니다. 박사 한 명이 하루 평균 10개 정도의 장난감을 수리하고 보육원이나 장난감 대여점과 같이 대량의 장난감 수리가 필요한 곳으로는 직접 출장을 나가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지난 한 해 동안 일곱 명의 박사들이 수리한 장난감이 만 개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모든 아이가 장난감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의 철학은 장난감 없이 자라는 아이들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었으면 하는 거예요. 장난감은 아이가 생애 최초로 갖게 되는 재산인 만큼 정서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죠. 어떤 아이들은 장난감이 넘쳐나서 쉽게 버리지만, 가지고 놀 장난감이 없는 아이들도 있어요. 장난감 없이 커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모로서는 참 가슴 아픈 일이잖아요. 키니스 장난감 병원은 그런 아이들이 없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요.”
키니스 장난감병원의 활동이 알려지면서 장난감을 기부하는 사람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고, 병원의 활동 영역도 폭 넓어지고 있습니다. 장난감 무료수리·기부 외에도 더 많은 박사를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교육, 강의 활동을 펼칩니다. 최근에는 인천광역시 고령화 대응 센터와 함께 장난감 수리 교육과정을 운영하기 시작했는데요. 새로운 시도인 만큼 걱정이 앞서지만, 더 많은 박사들이 장난감 수리 봉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어린이들의 슈퍼 히어로
“저희의 꿈은 지역사회에서 ‘장난감의 선순환’이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입니다. 지금은 장난감 병원이 흔치 않다 보니 장난감 수리·기부가 전국에서 저희에게 몰리는 상황이에요. 하지만 전국에 제2, 제3의 키니스 장난감 병원이 생긴다면, 아이들이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편리하게 장난감 수리를 받을 수 있고, 나아가 더 많은 장난감을 기부받아 보다 많은 아이들에게 나누어줄 수 있게 되겠죠.”
손으로 드라이버를 쥘 수 있는 한 장난감 수리 봉사를 계속하겠다는 박사 할아버지들. 그들이야말로 동심을 지키는 ‘슈퍼 히어로’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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