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 인생 선후배의 끈끈한 봉사우정

2019.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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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 인생 선후배의 끈끈한 봉사우정

인천광명원을 찾은 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연일 계속된 미세먼지 '나쁨'으로 밖을 나올 엄두가 나지 않더니, 우리가 인천광명원을 찾아간 그날은 맑은 하늘과 따스한 햇살이 비쳐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봄의 기운을 받아서인지 훨씬 더 가벼운 발걸음으로 인천광명원 정문을 들어섰습니다. 

인천광명원과 혜광학교 건물이 나란히 정면에 서 있고, 앞에는 산책하거나 가벼운 운동을 하기에 알맞은 아담한 운동장이 있습니다. 인천 유일의 시각장애인 거주 시설이기도 한 인천광명원은 그 오랜 역사만큼이나 시각장애인을 위한 따뜻한 배려가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이곳에서는 장애인들이 생활하며 자신들의 적성을 개발하고, 자립해갈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하며 청소년부터 청년, 중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총 50명의 장애인이 내 집처럼 편안하고 안락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아마도 인천광명원의 담당자들과 이곳을 찾은 봉사단원들의 살뜰한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약속된 시간에 봉사단원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봉사 장소가 인천이기는 하지만, 근거리에 살고 있는 봉사단원은 한 명도 없습니다. 모두 꽤 먼 거리를 달려와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지각도 하고, 가끔은 결석도 할 법한데, 누구 하나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이 없습니다. 봉사단원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자 사이 좋은 여고생들처럼 반가운 인사와 재미있는 수다가 한창입니다. 

오늘의 첫 활동은 '아이드림'의 작업을 돕는 일입니다. 아이드림은 광명복지재단의 산하기관 중 하나로, 중증근로장애인의 직업활동을 돕는 곳입니다. 대부분이 단순 임가공인데, 많은 물량을 처리할 때는 일손이 부족하여 봉사단원들의 도움이 절실한 곳입니다.


“매번 하는 일은 조금씩 달라요. 지난번에는 콘센트 안에 작은 스프링을 끼우는 일을 했어요. 오늘은 수세미 포장하는 일이었는데요. 저희도 처음 하는 일이라 색깔을 맞추고, 포장하는 게 쉽지 않아요. 그래도 하다 보면 조금 속도가 빨라지지요. 우리가 일을 도와주면 장애인 친구들도 아주 좋아해요.”


한 달을 열심히 일해도 한 사람이 받는 월급은 많지 않습니다. 비장애인보다 속도가 늦기 때문인데요. 그래도 가끔 찾아오는 봉사단원들이 잠깐이지만 일손을 보태면 그들이 받을 수 있는 한달 수입도 올라갑니다. 그 생각에 봉사단원들은 하나라도 더 많이 작업을 해 두려고 노력합니다. 








아이드림 작업활동이 끝나고 중증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산책 시간을 가졌습니다. 운동장을 돌며 바람도 쐬고, 이야기도 나누었는데요. 오래된 친구처럼, 엄마와 아들처럼 다정하게 손을 잡고 이야기를 나누며 걸음을 옮겼습니다. 


“산책하면서 우리는 주로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에요. 룸메이트와 있었던 일을 들어주기도 하고, 싸웠다고 하면 화해하라고 다독여도 주고. 장애인들은 몸도 불편하지만, 감정 기복도 심한 편이에요. 가르치려고 들기보다는 그들의 이야기를 편안하게 들어주고, 약간의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주로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나누는데요. 오늘 함께 산책한 지은(가명)씨는 지난 주말에 있었던 즐거운 일을 이야기해줬어요. 가족들이랑 월미도에 가서 바람도 쐬고, 차이나타운에서 자장면도 먹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런저런 수다를 떨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요.”







이렇게 봉사활동을 한 지가 벌써 15년이 넘었다고 합니다. 이제는 한 달에 한 번 만나는 봉사단원들이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을 만큼 가까운 사이가 되었는데요. 


“처음 봉사를 시작했을 때 제 나이가 40대였는데, 어느새 60대가 되었어요. 오랜 시간 꾸준히 하다 보니까 이제는 언니동생처럼 가까워졌어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좋으니까 몸이 피곤해도 봉사하는 날엔 빠질 수가 없어요.”


조만간 함께 여행을 가자고 약속도 했습니다. 언니동생처럼 서로를 보살피며 지내다 보니, 오늘처럼 함께 만나는 날은 봉사 날이 아니라 친목회 날 같은 기분입니다. 


“늘 저는 누구의 엄마이거나 아내잖아요. 근데 여기에 오면 다들 저를 ‘경윤씨’라고 불러줘요. 오늘은 온전히 제가 되는 시간이기도 해요. 물론 처음에는 봉사하러 오는 게 조심스러웠어요. 그런데 이곳에 먼저 오신 봉사 선배님들이 너무 따뜻하게 대해 주셔서 너무 좋아요. 이제는 너무 편하고 즐겁게 다니고 있어요.”







“봉사를 하면 스스로 정화되는 기분이 들어요.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오히려 이곳에 와서 풀고 돌아갑니다. 봉사는 별 게 아니에요. 처음부터 큰마음을 먹고 오거나 하지 않아도 돼요. 가벼운 마음으로 단순하게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일단 그렇게 시작하면 계속하게 될 거예요. 봉사의 기쁨을 느끼게 되니까요. 그러니까 시작이 중요해요. “


봉사의 기쁨을 누구보다 잘 누리고 있는 그녀들은 이곳에서 봉사의 보람을 느낄 뿐 아니라,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인생 선후배를 얻었다고 말합니다. 쌓인 스트레스를 풀러 봉사를 온다는 코오롱가족 사회봉사단원들. 그녀들과의 즐거운 인터뷰가 끝나는 것이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행복한 에너지가 봄꽃처럼 활짝 피어나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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