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테라피]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를 다룬 책

2019.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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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테라피]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를 다룬 책

현실에서 벌어진 소설같은 사건들 



때로는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들이지만 우리가 끊임없이 소설을 찾아 읽는 건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현실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들, 현실에서 벌어지기엔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사회적 책임과 도덕적 양심을 내려놓고 그저 이야기로만 즐길 수 있죠. 


그런데 우리는 소설 속 이야기라고만 생각했던 것이 현실에서 벌어진다면 어떨까요? 현실이 더 소설처럼 다이나믹하다면요? 바로 여기 그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실화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소설 같은 이야기들이 말이죠.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들을 소개합니다.



1. 제2의 스티브 잡스라 불리던, 10조원 기업 CEO 엘리자베스 홈즈의 거짓말 <배드 블러드> 존 캐리루 지음



홈즈가 15년 전 처음 스탠퍼드에서 자퇴했을 때부터 투자자들을 속이고 환자들에게 해를 끼칠 의도를 갖고 있던 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그녀에겐 진정으로 믿고 실현하고자 했던 비전이 있었고, 그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온몸을 바쳤다. 그러나 “유니콘”붐의 골드러시 가운데 두 번째 스티브 잡스가 되기 위해 노력을 다한 그녀는 선의의 조언을 듣지 않았고, 절차나 원칙을 무시하기 시작했다. (431쪽)



therapy(치료하다)와 Diagnosis(진단)라는 단어를 조합해 탄생한 기업 테라노스. 테라노스는 집에서 피 한 방울로 수백 가지 건강 검사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며 전 세계를 감탄하게 만들었습니다. 환자 스스로 손가락을 찔러 피 몇 방울을 채취한 뒤 혈액을 신용카드 크기의 카트리지에 옮겨 판독기에 넣으면 서버가 그 데이터를 분석해 환자의 건강을 체크해준다는 원리였죠. 만약 이것이 가능하다면 이는 혁명에 가까운 것이었습니다. 기업 가치는 순식간에 10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테라노스의 이 같은 혁명 가운데는 테라노스의 수장 엘리자베스 홈즈가 있었습니다. 깊은 푸른색 눈동자에 금발머리, 검은 터들넥을 즐겨 입으며 제2의 스티브 잡스를 연상케하는 엘리자베스 홈즈는 테라노스 기술만큼 매력적인 CEO였습니다. 그녀가 제시하는 비전은 모두에게 설득력을 가졌고, 기술력에 관한 확신은 모두가 그것을 믿게 만들었죠. 그렇게 제2의 스티브 잡스가 탄생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테라노스의 진단기기에 의혹을 제기한 기자가 있었습니다. 바로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 존 캐리루. 존 캐리루는 엘리자베스 홈즈의 말이 과학기술을 보유한 CEO의 말이라 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빈틈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테라노스 기업을 파헤치기 시작하죠. 



<배드 블러드>는 테라노스 전직 직원 60명을 포함해 150명이 넘는 사람들과 인터뷰를 통해 테라노스 내부의 비리, 거짓말 등을 파헤친 책입니다. 또 이 모든 일을 가능하게 한 엘리자베스 홈즈의 과거와 주변인들을 통해 어떻게 한때는 똑똑했던 인재가 희대의 사기꾼으로 전락해 가는지를 담아냈습니다. 그 놀라운 사기극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소설보다 더 재미있게 쓰인 책입니다. 




2. 내 오빠는 연쇄살인범입니다. <나의 살인자에게> 아스트리드 홀레이더르 지음



빔 오빠, 내가 왜 오빠에게 이런 일을 했는지 궁금하다면, 이게 내 답이야. 코르를 위해서. 소냐 언니를 위해서. 리히를 위해서. 프란시스를 위해서. 오빠 때문에 아빠를 잃은 모든 아이를 위해서. 그리고 그 고통에서 구해주고 싶은 모든 아이를 위해서.

이제 살인을 멈출 때야. (527쪽)



2016년 네덜란드. <나의 살인자에게>라는 책이 출간되자 네덜란드 전역이 발칵 뒤집어집니다. 그 책은 바로 다름 아닌 살인자의 여동생이 자신의 오빠를 폭로하는 책이었기 때문이죠.

빌럼. 그는 폭행, 갈취, 협박 등으로 여러 번 교도소에 수감된 바 있는 범죄자입니다. 하지만 출중한 외모와 유려한 언변으로 범죄자임에도 추종 세력을 가진 일명 ‘셀러브리티 범죄자’가 되죠. 그런 빌럼을 바라보는 빌럼의 친동생 아스트리드는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빌럼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스트리드와 그녀의 가족에게 있어 오빠 빌럼은 범죄자이자 두려움의 대상이자, 악의 존재였으니까요.



<나의 살인자에게>는 여동생의 입장에서 본 빌럼에 관한 회고록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시작된 아버지의 폭력, 그 속에서 자연스럽게 폭력을 정당화하고 학습하게 된 빌럼의 이야기를 담고 있죠. 처음에는 가족이니까, 폭력이 두려워도 오빠를 끌어안고 가야겠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청소년 시기를 지나 성인이 되어가며 빌럼의 폭력성이 걷잡을 수 없어지고 가족마저도 폭력과 살해 위협에 시달리자 더 이상 안 되겠다고 판단합니다. 두렵지만, 무섭지만 빌럼의 실체를 세상에 알리고 아스트리드와 가족들이 그 공포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한 것이죠. 



이 책이 나오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고 합니다. 아스트리드는 오빠의 살해 위협을 받았고, 그래서 직장도 그만두고 숨어 살며 원고를 완성했고 출간했다고 하죠. 책을 읽다 보면 그녀가 얼마나 절박한 상황이었는지,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가 느껴집니다. 가족을 고발해야만 했던 여동생의 슬프고도 용기 있는 고백의 책입니다. 

 



3. 원하는 아내를 만날 수 없다면, 차라리 원하는 아내를 만들겠어! <완벽한 아내 만들기> 웬디 무어 지음



데이는 자유와 평등에 대한 루소의 주장에 완전히 공감했다. 동시에 자연적인 전원생활이 퇴폐적인 장식물로 가득 찬 도시 사교계보다 더 낫다는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소설 『에밀』과 똑같이 데이는 선행에 전념하면서 시골 안식처에서 사는 것을 상상했다. 그리고 에밀이 조용한 삶을 공유할 아내를 찾는 것을 묘사한 페이지에 도달했을 때, 마침내 데이는 바라던 것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데이는 그 교육 시스템을 완벽한 아내를 만들기 위해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75쪽)



내가 꿈꾸던 완벽한 배우자를 찾는 건 쉽지 않습니다. 서로가 양보하고, 맞춰가며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죠. 그런데 놀라운 생각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18세기의 인물 토머스 데이. 막대한 재산 상속자이자 계몽주의자인 토머스 데이는 원하는 아내를 찾을 수 없다면 아예 만들어버리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가 원하는 아내의 조건은 이러했습니다. 첫째, 순진한 시골 처녀일 것. 둘째, 건강하고 때로는 스파르타 여인처럼 강인할 것. 셋째, 세상과 거리를 둔 채 자연에서 검소하게 살 것. 넷째, 적당히 똑똑하되 남편의 변덕에 고분고분할 것. 

그는 곧바로 아내를 물색합니다. 그러고는 고아원에서 두 명의 여자아이를 입양하죠. 부모가 있다면 교육이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여자아이들에게 그가 숭배했던 루소가 쓴 <에밀>에 기반해 교육을 시작합니다. 그렇게 완벽한 아내의 최종 후보에 사브리나가 오르고 사브리나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게 됩니다. 



<완벽한 아내 만들기>는 바로 그 사브리나에 관한 책입니다. 사회의 가장 밑바닥 출신으로 태어나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인물. 저자인 웬디 무어는 사브리나가 있었던 고아원 서류에서부터 그녀의 뒤를 쫓으며 사브리나의 삶을 추적합니다. 살면서 이름이 세 번이나 바뀌고, 그녀를 보호하는 남성에 따라 삶이 바뀌었던 비운의 여성. 지금 우리가 그녀의 이야기를 읽는 건 여성 혐오의 역사가 어떤 비극을 만들었는지 알아야 하기 때문 아닐까요? 18세기 영국의 숨겨진 역사의 일면을 알 수 있는 책입니다. 



리듬 (최지연)

야밤산책》,《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의 저자이자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nayana0725.blog.me)로 선정된 블로거이다.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CECI>, 언론재단, 코오롱 등에 책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예스24에 일과 직장생활을 주제로 한 <그래봤자, 월급쟁이> 를 연재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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