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 베테랑] 연구원이라고 책만 보지 않아요!
코오롱인더트스트리 중앙기술원 김나영 책임연구원 인터뷰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지기입니다.
어떤 직업을 떠올렸을 때 연상되는 모습이 있기 마련이지요. 광고제작자는 캐주얼 복장에 악기 하나는 다룰 것 같아요. 법조계에 일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무뚝뚝하고 날카로운 인상이 떠오르고요. 연구원도 그렇습니다. 연구원이라고 하면 학창시절 1등은 한번도 놓치지 않았고, 안경 쓴 얼굴에 말수가 적은 모범생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김나영 연구원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 머릿속에 그런 모습을 상상하고 있었는데요. 발랄하고 상큼한 미소가 매력적인 김나영 연구원의 등장에 깜짝 놀랐답니다. 봄을 먼저 만난 듯 화사했던 김나영 연구원과의 인터뷰에 여러분도 함께하세요!
Q. 연구원의 꿈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저는 무엇이든 저만의 시그니처가 있는 것을 좋아해요. 예를 들면 아이팟을 살 때도 조금 돈이 들더라도 각인 서비스를 이용해 제 이름을 새겨넣었어요. 가방이나 다른 물건도 마찬가지고요. 연구원이 되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저만의 시그니처 제품을 개발하고 싶다는 생각을 고등학교 때 처음 했어요. 공대에서 신재생에너지를 접하면서 연료전지를 다루게 되었고, 참여한 프로젝트에서 연료전지 분야가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느껴서 연구를 결심했어요.
Q.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데 비교적 이른 나이에 진로를 결정하셨네요. 혹시 중간에 힘들거나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은 없었나요?
A. 제가 연료전지 분야로 석사 과정을 진행할 때는 국내 연구가 활발하지 않았어요. 보통은 기존 사례를 참고해서 어느 정도 답을 두고 진행하는데, 연료전지는 선례가 많지 않아서 힘들었어요. 아무리 연구해도 안 될 때는 업체 대리점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실험으로 밤을 꼴딱 새기도 했어요. 과정은 어려웠지만 직접 눈으로 보고 몸소 부딪힌 덕분에 문제 해결 능력이 더욱 좋아진 것 같아요.
사실 석사 과정까지 마친 사람 중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아요. 저는 운 좋게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연료전지용 PEM(고분자전해질막) 소재를 개발하면서 합류하게 되었죠. 시작을 같이 했기에 회사가 커가는 만큼 저 역시 성장하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사명감도 깊어지고요. 제가 원하던대로 '내 새끼' 같은 제품을 연구하고 있다는 느낌이에요. 물론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들 점도 있지만, 보람은 더 큽니다.
Q. 연구원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일까요?
A. 자기주도형 업무를 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자신의 업무를 리드하는 것이 좋아요. 제가 연구하는 분야에 있어서 '왜 이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가'를 고민하고, 방법을 찾아내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된다는 것은 굉장한 메리트이지요.
Q. 연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A. 연구 분야는 보통 장기간 진행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어떤 연구를 마쳤다는 성취감을 얻기는 쉽지 않은데요. 저는 작은 성취라도 스스로 기쁨을 느끼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있어요. 사실 작은 성과들이 모여 큰 결과를 내는 법이잖아요? 저도 최근에 기쁜 일이 있었는데요. 제가 2~3년차일 때 출원했던 특허들이 몇 년 뒤에는 등록심사를 받아서 해외출원을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예전에 특허 출원했던 것들이 더 확장되어 가는 걸 보면 뿌듯합니다.
Q. 연구원으로서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인가요?
A.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실패도 하고, 성공도 하기 마련입니다. 실패를 크게 개의치는 않아요. 하지만 연구가 성공해도 성과 이유를 모르거나 실패했을 때 연구의 방향과 그 원인을 알지 못할 때 많이 답답해요. 그리고 이 연구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받을 경우가 있어요. 연구를 완성하기 전에는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울 때도 간혹 있는데, 그럴 때는 많이 속상하죠.
Q.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 이를 극복하는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나요?
A. 저는 주로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스타일이에요. 많은 분들이 연구원들은 연구실에서 공부만 할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저는 연구원에게 중요한 능력 중 하나가 커뮤니케이션 스킬이라고 생각해요. 각자 보유하고 있는 기술이 다르기 때문에 여러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고민을 해결하고, 더 좋은 방법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Q. 연구원들은 연구실에서만 일할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군요?
A. 전혀 그렇지 않아요. 오히려 연구원들이 보통의 회사원보다 더 많이 돌아다닐 거에요. 연구소 안에서의 실험은 처음 실험실(Lab) 단계일 때가 대부분이에요. 관련 업체에 가거나 고객에게 직접 찾아가 막힌 부분을 해결하는 등 외부 활동도 매우 활발해요. 여러가지 취미 활동을 하는 분들도 많고요. '연구원이 음악을?'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연구원들 중에는 음악이나 스포츠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요. 그리고 자신의 취미에 대한 식견도 깊은 편이지요. 연구원들은 어떤 것에 빠지면 더 깊이 이해하려 하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성향이 있거든요.
Q. 연구원을 꿈꾸는 예비 연구원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A. 우선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의 전공 지식을 쌓는 것이 중요해요. 공부라고 해서 달달 외우는 것으로 끝나면 안됩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방법론적으로 최대한 알아내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그런 생각이 뒷받침 되어야 현업에서 연구나 기술을 습득할 때 자기 것으로 만들기 쉬워요. 자기가 맡은 분야를 잘 아는 것이 가장 핵심이에요. 그리고 다방면에 관심을 기울였으면 해요. 다른 분야의 지식도 잘 알고 있으면 자신의 전문 분야에 접목해 연구에 큰 도움이 됩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거나 다른 분야의 연구원과 협업 할 때도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쉽고요. 제 이야기가 연구원이 되려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김나영 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하는 동안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었는데요. 그녀의 지치지 않는 열정이 연구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막연한 것을 분명한 기술로 증명하는 일은 외로운 싸움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녀는 연구원으로서 사명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하면 결국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김나영 연구원과의 만남은 연구원에 대한 편견을 단번에 사라지게 만들었는데요. 어쩌면 그 누구보다 가슴 속에 끈기와 열정을 가득 품고, 호기심 많은 사람이 바로 연구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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