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테라피] 무료한 일상타파! 야구로 세상을 읽다!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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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일상타파! 야구로 세상을 읽다!

당신의 무료한 일상을 한방에 날려줄 빨래줄 안타같은 도서 모음





매일 닦달하는 상사, 아무리 해도 끝나지 않는 집안일, 스마트폰에서 쏟아지는 즐겁지 않은 기사들. 일상은 지지부진하고, 회사는 스트레스만 가득하며, 사회는 불안합니다. 그래도 우리에게는 ‘야구’가 있어 그나마 잠시 위안을 얻을 수 있습니다. 프로야구가 개막한지 두 달, 그 열기는 날씨만큼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퇴근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시원한 맥주 한 잔 들이키며 보는 야구는 그야말로 지상낙원이죠. 이기면 좋고, 져도 즐거운 것이 바로 야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야구 마니아의 수가 늘어난 만큼 이들을 겨냥한 책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습니다. 야구를 소재로 조직 관리를 설명하며 경영학을 접할 수 있는 책도 있고, 경기와 선수들의 성장과정을 인생에 빗대어 삶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소설도 있습니다. 그리고 유명 선수들이 직접 자신의 경기와 야구 인생을 들려주는 에세이도 있습니다. 오늘은 ‘야구’를 소재로 한 책을 소개하려 합니다. 야구 경기를 기다리는 게 쉽지 않다면 이 책으로 기다림을 달래보는 건 어떨까요?



1. “피터 드러커에 빠진 고교야구 매니저, 꼴찌팀을 뒤집어놓다!” : <만약 고교야구 여자 매니저가 피터 드러커를 읽는다면>, 이와사키 나쓰미 지음





제목도 기억하기 쉽지 않은 이 책을 처음 봤을 땐 대체 이 책의 정체가 무엇인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었습니다. 책 표지 가운데 만화 캐릭터가 떡하니 있어 만화인가 싶어서 열어봤더니 그것도 아니고, 그럼 소설인가 싶어 내용을 보니 피터 드러커의 이론이 등장합니다. 이 책을 한 마디로 요약하면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야구팀에 적용해 조직 관리를 간접적으로 배워보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쿄 호도고에 다니는 가와시마 미나미는 아픈 친구를 대신해 야구부 매니저를 맡게 됩니다. 그런데 이 야구부는 20년 전 딱 한 번 전국 대회 16강에 진출한 이래 이렇다 할 성적을 낸 적 없는 만년 하위팀이였죠. 말 그대로 구재불능인 팀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왕 야구팀의 매니저를 맡게 된 미나미는 어떻게든 팀을 살리기 위해 도움이 될 만한 책을 서점에서 찾게 되고, 서점 직원이 추천해준 피터 드러커의 <매니지먼트>를 읽게 됩니다. 그리고 미나미는 그 책의 팁을 야구팀에 적용해 다음 대회에 도전하게 됩니다.


야구팀의 성장과정을 보며 나름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고, 간접적으로 조직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는 책입니다. 발칙한 고교 야구부 매니저의 이야기에서 꼴찌팀의 역전 드라마도 즐기고, 피터 드러커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2. “161킬로미터 강속구, 124승의 영광, 첫 번째 메이저리거의 고백” : <끝이 있어야 시작도 있다>, 박찬호 지음





지금은 메이저리그 입성이 그리 큰 뉴스가 되지 않지만, 맨 처음 우리 선수가 메이저리그 그라운드를 밟았을 때 그 설렘과 기쁨은 상상 이상이었습니다. 시속 161킬로미터의 강속구를 던져 스트라이크를 잡아낸 후 포효하던 그 사람. 바로 61번 유니폼을 입은 박찬호 선수입니다. LA 다저스 로고가 새겨진 파란 모자를 쓰고 다저스 스타디움 마운드에 선 박찬호 선수가 거구의 서양 타자들 앞에서 전혀 흔들림 없이 강속구를 던질 때, IMF에 힘들어하던 대한민국 국민은 모든 것을 날려버릴 만큼 큰 쾌감을 얻었습니다. 비록 부상, 부진 등 아쉬움을 남기며 우리의 영웅은 사라졌지만, 사실 그가 한국 야구 역사에 남긴 업적은 실로 대단합니다.


우리가 그를 잊어갈 즈음, 박찬호 선수는 그의 19년 야구 인생을 진솔하고 담백하게 한 권의 책으로 펴냈습니다. 박찬호에게 야구가 어떤 의미였는지, 처음 메이저리그를 밟았을 때 어떤 어려움과 기쁨의 순간들이 있었는지, 2012년 11월 은퇴를 할 때 어떤 생각을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는 그동안 자신의 일기장, 스마트 폰 등 곳곳에 써두었던 신념을 바탕으로 눈물과 인내, 환희의 순간을 하나하나 우리에게 들려줍니다.





마운드를 떠난 선수는 관중들에게 잊혀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시 그의 이야기를 읽고, 그를 기억해야 하는 건 한국 야구 역사에 큰 획을 긋고 후배 양성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박찬호 선수에 대한 고마움 때문일 것입니다. “최고일지라도 아쉬움은 늘 있기 마련이다. 최고일지라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 박찬호 선수. 이제는 마운드 위 투수가 아닌 평범한 남자가 되었지만 한국 야구 팬으로서 ‘첫 번째 메이저리거’를 기억할 수 있어 이 책이 참 좋았습니다.



3. “어떤 장르로도 규정할 수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에 관한 이야기” : <수비의 기술>, 채드 하바크 지음





이 소설을 말하기에 앞서 소설이 출간되기까지의 일화를 소개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자 채드 하바크는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를 만나기 전까지 수많은 출판사로부터 퇴짜를 맞았습니다. 야구 소설의 소재 자체가 진부하고, 캠퍼스 소설이 폭발력이 있어야 얼마나 있겠느냐는 이유 때문이었죠. 하지만 이 소설의 작품성을 알아본 한 편집자는 출간을 결심했고, 책은 출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건 데뷔작이었음에도 <1Q84>, <스티브 잡스>와 같은 책과 함께 '아마존 선정 올해의 책 100권'에 이름을 올렸다는 것이죠. 그만큼 아름답고 기억할 만한 작품입니다.


<수비의 기술>은 주인공부터 독특합니다. 보통 투수나 타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기 마련인데 이 소설의 주인공 헨리는 유격수입니다. 즉 공격이 아닌 ‘수비’의 관점에서 야구를 바라본 것입니다. 그 의미를 확장해보면 우리는 인생의 그라운드에서 늘 느닷없이 찾아오는 위기를 수비해야 하며, 그렇기 때문에 아름답게 수비하는 기술이 우리에게 절실하다는 것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저마다의 이유로 상처 받고 아파합니다. 그들이 쏘아 올린 것은 파울볼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1회가 끝나면 2회가 있고, 9회 말 투 아웃에서도 한 번의 기회가 남아 있듯이 마지막이라 생각한 순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기에 아름다운 것이죠.


뉴욕타임즈는 이 소설을 이렇게 평했습니다. “진실과 아름다움, 그리고 온전한 인간의 조건을 그것의 글러브 안에 담는 것이 야구소설의 범위 안에 들어간다면, <수비의 기술>은 야구 소설로만 볼 수 없다. 아니, 절대 야구 소설이 아니다. 그것은 캠퍼스 소설이고 남자들의 우정에 관한(브로맨스) 소설이며, 매너에 관한 희극, 에러에 관한 비희극이다.” 다섯 청춘이 서로의 영혼을 보듬으며 하늘 높이 쏘아 올린 감동의 파울볼을 그린 <수비의 기술>, 이번 시즌이 끝나기 전에 꼭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리듬(최지연)

《야밤산책》의 저자이자 2009년부터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nayana0725.blog.me)로 선정된 블로거.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오픈캐스트 ‘평범한 직장인의 책 읽기’를 운영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나(공저)》등을 썼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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