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영화 읽어주는남자] 자기를 발견하는 최고의 장소, 영화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
자기를 발견하는 최고의 장소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
근래 우울증 등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이 급증한다지요. 이르면 내년부터는 온 국민이 우울증 등 정신건강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게 될 전망이라고 해요. 그런 내용의 기사를 접하곤 로버트 버턴과 영화 ‘엘리자베스타운(Elizabethtown, 2005)’의 주인공 드류(올랜도 블룸)를 떠올렸습니다.
자살을 준비하던 청년이 그 충동을 어떻게 이겨내는지를 보여주는 영화 ‘엘리자베스타운’의 무대는 동명의 마을인데요, 영화는 이런 홍보문구를 통해 지명의 의미를 풀어주고 있습니다. ‘The best place to find yourself (자기를 발견하는 최고의 장소).’ 자기발견을 위해 가장 중요한 덕목은, 모름지기 자기를 존경하는 것이지 않을까요? 그렇기에 자기 자신을 존경하지 않을 때 선택하는 극단적이고 비극적인 방법이 자살이지요.
주인공 드류는 세계적인 운동화 제조사의 중역입니다. 그가 자살하려는 이유는 회사에 10억 달러 규모의 손실을 입힌 후 절망감에 빠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세상과의 모든 문을 걸어 잠근 채 자살을 실행하려는 순간 아버지가 운명했다는 비보를 듣습니다.
그래서 드류는 일단 엘리자베스타운으로 날아갑니다. 그러던 도중 밝고 명랑한 스튜어디스 클레어(키어스틴 던스트)를 만나게 됩니다. 둘은 아슬아슬, 멈칫멈칫, 차츰차츰 가까워지지만 실패의 좌절감에서 완전히 헤어나지 못한 드류는 사랑을 두려워합니다.
“5분간 당신이 처한 불행에 기분 좋게 빠져 봐요. 그 불행을 긍정적으로 즐겨요. 그 불행을 당당히 받아들인 다음엔 싹 잊어버리세요. 그런 다음 전진하세요.” 클레어의 애정 어린 충고는 다음의 말로 끝맺음 합니다. “한 손을 마음껏 흔들며 혼자 춤을 춰 봐요(Dance alone with one hand waving free).”
장례식이 끝난 후 드류는 혼자 여행을 떠나기로 합니다. 클레어가 정성껏 그려 준 지도책도 지참합니다. 이번 여행이 드류에겐 꼭 자기발견의 여정이 되길 소망한 클레어의 배려를 존중하기로 한 것이지요. 드류는 책장마다 채워진 클레어의 주문대로 곳곳에 찾아 다니며 상처 입은 마음을 추스릅니다.
그가 다다른 여행의 종착점은, 클레어의 소개 글에 따르면 ‘세상에서 두 번째 큰 노천시장’입니다. 여정을 마무리하려던 드류는 지도책에서 이런 글을 발견하는군요. ‘빨강 모자의 여자를 찾아요(Look for the girl with a red hat).’ 드류의 눈이 빠르게 움직입니다. 사랑의 가능성에 대해 확신을 한 것이지요. 마침내 그가 클레어를 발견합니다. 둘은 포옹하고 키스합니다. 환한 웃음을 되찾은 드류는 이제 한가해 할 시간이 없어 보입니다.
“한가하지 마십시오(Be not idle)”
1621년에 <우울의 분석>을 쓴 영국의 학자 로버트 버턴은 그 자신도 몹시 우울했다고 해요. 그는 자살충동을 느껴 어디서든 뛰어내리고 싶을 때면 템즈 강가를 무조건 달렸다고 하지요. 그런 우울증에서 벗어나려고 그는 책 집필에 매달렸고, 그 결실이 <우울의 분석>이라고 하는군요. 로버트 버턴은 우울의 유혹에 안 빠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이렇게 충고합니다. “저는‘우울’과 멀어지기 위한 방법으로서 바빠지기로 했고, 그래서 ‘우울’에 관해 책을 씁니다. ‘우울’을 키우는 가장 큰 원인은 한가해지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장 좋은 치료법은 바빠지는 겁니다. 혼자 있는 걸 즐기지 말고, 한가하지 마십시오.”
- 영화 배급사: UIP코리아
이미도 외화번역가, 작가. '장화 신은 고양이’,‘쿵푸 팬더’시리즈,‘슈렉’시리즈,‘진주만’,‘반지의 제왕’ 3부작,‘아메리칸 뷰티’, ‘글래디에이터' 등 480여 편의 영화를 번역했고, <이미도의 영어선물>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 등의 산문집과 <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영어> <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 등의 영어 교재를 집필했습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사외보'살맛나는세상' 에 실린 칼럼입니다.
'Culture > 라이프스타일'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월의 책 추천] 첫 눈이 내리면 생각나는 사랑 이야기 (4) | 2014.12.01 |
---|---|
남자라면 꼭 알아야 할 겨울 남자코트 종류 (7) | 2014.11.17 |
[10월의 책 추천] 책 읽고 싶은 날, 이 책 어떠세요? (4) | 2014.10.31 |
[이미도의 영화 읽어주는남자] 너의 전부를 걸어보았는가, 영화 '리틀 러너' (6) | 2014.10.10 |
[캠핑족 패션스타일] 탕웨이&성준보다 더 스타일리쉬한 캠핑족으로 거듭나기 (6) | 2014.10.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