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실례’ 서비스?…日소프트뱅크 트위터의 혁신
‘한 물 갔다’, ‘유행이 지났다’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긴 해도, 트위터는 아직 대표적인 SNS로 꼽힙니다. 트위터가 처음 등장한 건 2006년 7월이었는데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인기를 모으며 주목 받은 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본격화된 스마트폰 열풍을 타고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기 시작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어느 누구와도 소통할 수 있다는 트위터의 장점이 스마트폰의 특성과 딱 맞아떨어졌던 것이죠.
잘 나가는 트렌드세터와 유명인사들이 앞다투어 트위터 계정을 만들고 팔로워들과 소통에 나서면서, 당시 트위터는 가장 혁신적인 미디어로 부상했습니다. 기업들도 트위터의 폭발적인 인기를 주시하며 미디어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했는데요. 기업 트위터를 개설해 고객들과 직접 만나기 시작한 것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성공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트위터는 ‘소통’ 미디어인데, 많은 기업들이 이를 또 하나의 ‘홍보’ 미디어로 운영했기 때문입니다. 기존에 하던 대로 홍보 컨텐츠를 그저 트위터에 올리는 것만으로는 고객과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없었습니다. 잘 아시는 것처럼, 소통은 내 이야기를 상대방에게 잘 전하는 것만이 아니라 상대방의 이야기를 귀 담아 듣는 것까지 포함하니까요.
그런데 ‘소통’이라는 SNS의 특성을 제대로 활용한 기업들은 고객관리 측면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미국 항공업계가 그랬습니다. 항공 서비스에 대한 승객의 불만을 실시간으로 수집해 즉각 조치를 취하는 등 업무 개선에 반영한 것이죠.
미국 항공사 제트블루(http://twitter.com/jetblue)는 샌프란시스코행 여객기 승객인 한 트위터리안의 불만 처리 사례로 유명해졌는데요. 이 승객은 자신의 좌석이 아내와 딸로부터 떨어져 예약된 것을 확인하고 고객서비스센터에 수 차례 항의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나 직원과 연결이 되지 않는 등 문제를 해결할 수 없자 자신의 트위터에 ‘분노의 트윗’을 올렸습니다. 트위터 대응팀을 운영하던 제트블루 측은 곧바로 이 같은 사실을 파악했고, 트윗이 올라온 지 겨우 19분 만에 가족이 함께 앉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했습니다.
이처럼 트위터에 올라오는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실시간으로 대응한 기업들은 SNS를 통해 서비스 개선은 물론, 발 빠른 대응과 세심한 관리로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까지 높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소프트뱅크(Softbank)가 이 같은 트위터 고객관리로 서비스 혁신을 주도해 화제를 모았는데요. 이 회사의 체계적인 트위터 운영 방식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갑자기 불쑥 실례합니다’ 트윗에 고객도 깜짝!
소프트뱅크는 재일한국인 출신 손 마사요시(孫正義, 한국명: 손정의) 회장이 설립한 일본의 세계적인 IT기업이죠. 그래서 한국과 관련된 것이라면 무조건 욕하면서 해악을 끼치고자 달려드는 일본 우익들에겐 공격 대상 1호이고 ‘안티’도 상당히 많습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이런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트위터 소통과 서비스에 몸을 사리지 않았습니다. 2009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트위터 계정을 만든 손 회장을 시작으로, 임직원 대다수가 비즈니스 차원에서 트위터를 적극 사용한 것인데요. 특히 이동통신 사업체인 소프트뱅크 모바일의 고객서비스 트위터는 2010년 4월부터 시작한 ‘갑자기 불쑥 실례합니다’ 서비스로 업계에서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갑자기 불쑥 실례합니다’ 서비스가 차별화될 수 있었던 비결은, 소프트뱅크 공식 계정에 남겨진 고객 트윗을 대응하는 차원에서 나아가 고객 개개인의 트위터까지 검색해서 먼저 도움을 제안했다는 점에 있는데요. 예를 들어 누군가 개인 트위터에 “소프트뱅크 휴대전화는 전파가 안 터져서 짜증나”라고 적어 놓으면, “갑자기 불쑥 실례합니다. 서비스에 불편을 끼쳐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어느 지역에서 전파가 잘 터지지 않으십니까?”라고 해당 트위터를 찾아와 먼저 질문 트윗을 남기는 식입니다.
#소프트뱅크 트위터 담당자들이 고객 트위터에 먼저 남긴 ‘갑자기 불쑥 실례합니다’ 트윗
이를 위해 이 회사의 고객서비스 트위터 전담팀에선 ‘소프트뱅크’나 ‘전파’, ‘와이파이’, ‘통신료’ 등 서비스 관련 키워드를 수백 개씩 미리 지정해놓고, 실시간으로 이들 단어를 검색해서 관련된 모든 트윗을 수집합니다. 그리고 각각의 내용을 분석해 하루 2차례 관련부서에 전달합니다. “와이파이가 자꾸 끊긴다”라는 불만이 검색되면 기술부서에, “매장 직원이 불친절해”라는 내용은 영업부서와 해당 대리점에 알리는 것이죠.
욕설, 막말 등도 필터링 없이 적나라하게 공유되는데요. 당장 기분 나쁜 것보다 서비스 불편에 대한 고객의 생생한 감정을 가감 없이 느껴야 진정한 고객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해진다는 취지입니다. 또한 고객의 불만뿐만 아니라 칭찬 등 긍정적인 내용도 그대로 전달됩니다. 고객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어떤 것에 만족하고 실망하는지를 파악하자는 것입니다.
처음엔 지나칠 정도로 생생한 고객의 분노에 관련부서 사원들이 충격을 받거나 당황했다는데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고객의 생각을 실시간으로 정확하게 알 수 있어 업무 개선에 효과적이고 진행 속도 역시 빨라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늘어났습니다. 콜센터, 이메일 상담 등 기존의 고객관리 방식은 담당자가 내용을 검토한 뒤 보고서로 작성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을 수 없었고, 처리 시간도 늦어졌다는 것입니다.
SNS의 고객 불만은 경쟁력 향상을 위한 고급정보
장점은 그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전파나 와이파이 수신 불량에 대한 고객의 불만 트윗은 업계 후발주자인 소프트뱅크로선 소중한 기술 정보가 됐습니다. 콜센터나 이메일 상담만 운영한다면, 당장 불편을 느낀 고객이 해당 지역에서 나간 뒤엔 귀찮아서 불만은 접수시키지 않은 채 기업에 대한 신뢰도만 잃어버리기 쉬운데요. 트위터 상으로는 곧바로 “현재 계신 위치가 어디인지요?”라고 물어 문제 지역을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소프트뱅크의 ‘갑자기 불쑥 실례합니다’ 트윗 질문에 응답한 트위터리안은 약 80%에 이르렀다는데요. 기업 입장에선 막대한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 전파나 와이파이가 잘 터지지 않는 지역을 조사하는 대신, 고객을 정보원으로 활용해서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트위터 서비스의 또 다른 장점은 고객의 사소한 불만을 초기에 신속하게 해결해서 법적 대응 등 더 심각한 결과를 낳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고 문제가 심각해져 폭발하며 기업 이미지가 급속도로 추락하는 사태를 예방하게 된 것이죠.
결국 이처럼 철저한 고객관리와 서비스 혁신으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공격적인 마케팅까지 더한 소프트뱅크는 2013년 연간실적에서 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하던 NTT도코모를 처음으로 제치며 일본 내 톱이 되었습니다. 2006년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당시 15% 남짓에 불과하던 시장점유율도 지난 3월엔 26%까지 올랐으며, 연간 휴대전화 계약자 순수 증가 수 순위에선 2010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 연속 1위를 고수하고 있습니다.
#2012년까지의 일본 이동통신서비스 연간 계약자 순증가 수 추이 (출처=소프트뱅크 홈페이지)
푸른색 표기가 소프트뱅크
이 같은 결과에 대해서 손정의 사장은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2006년 휴대전화 사업에 진출했을 당시 ‘10년 안에 도코모를 누르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는데, 이를 달성하게 되어 기쁘다”고 밝히기도 했었는데요. ‘안티 소프트뱅크 활동’에 열정(?)을 불사르던 일본 우익들은 배가 무척이나 아프겠네요. 역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제품과 서비스는 어떠한 어려운 환경에서도 기업이 위기를 정면돌파 할 수 있는 비결인 듯합니다.
어떻게 일하는지?
소프트뱅크 트위터의 서비스 혁신과 그 결과에 대해서 소개를 드렸는데요. 그러면 실제로 어떻게 일을 하는지 지금까지 외부에 공개된 정보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트위터 서비스 전담팀 인원: 현재 홈페이지에 명시된 공식 팀원 수는 4명. 담당자 이름과 사진, 일러스트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트윗에 등장하는 이름을 세어 보면 아르바이트 등 고객 대응에 임하는 직원 수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계정: 3개. 종합적인 고객관리 서비스 계정인 @SBCare, 지역별 전파 문제 전담 계정인 @SBCareDenpa, 와이파이 문제 전담 계정인 @SBCareWiFi
■대응 시간: 오전 9시~오후 8시
■운영 가이드라인
①공식 계정에서 매일 아침 “오하요 고자이마스(아침인사, 안녕하세요)” 트윗으로 서비스 시작.
②트위터 상에서는 고객의 개인정보를 요청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며, 계약 관련 내용 등 꼭 필요한 경우엔 이메일로 보내도록 권유.
③이메일에 대한 응대도 SBCare 담당직원이 진행하며 필요 시 전화응대도 함. 다시 말해 고객과의 첫 대면은 트위터를 통하지만 그 이후의 커뮤니케이션은 트위터, 이메일, 전화 등 다양한 채널을 활용합니다. 단, 트위터에서 시작된 커뮤니케이션은 끝까지 SBCare팀에서 처리하도록 정해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있네요.
④고객과 이야기 하기 전에는 반드시 전용 툴을 활용해 과거에 대응한 적이 있는지 확인하고, 그 내용을 참조해 응답.
⑤고객 문의 앞뒤의 트윗까지 확인해서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응대.
⑥고객 문의 및 대응 트윗이 홍보용 등 정보발신 트윗에 밀려 안 보이게 되지 않도록 주의.
⑦휴대전화 관련 지식, 소프트뱅크 회사개요, 서비스 내용 등의 해시태그 운용.
■담당자 교육: 트위터 상 Q&A를 OJT로 연습한 뒤 개인 트위터의 직접 운영으로 체험식 교육을 실시. 트위터 운영의 좋은 사례, 나쁜 사례를 수집해 정기적으로 연구.
고객의 반응은?
고객의 사소한 의견까지 경청하겠다는 소프트뱅크의 트위터 고객서비스. 일본인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별 생각 없이 개인 트위터에 불만을 적었던 고객으로선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실례”에 당황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상담을 통해 문제를 빨리 해결할 수 있었던 고객들은 “고맙다”며 만족해하는 트윗도 많이 남기는데요.
사람이 하는 일은 완벽할 수는 없다고 하죠. 검색해 보니, 역시 이 서비스에도 불만을 가진 고객들은 있었습니다. “콜센터와 다름 없이 형식적인 답변만 한다” “다른 사람의 트윗과 나의 불만 제기를 헛갈려 잘못된 대응을 했다” 등 부정적인 의견이 눈에 띕니다.
그렇지만 대체적으로는 “어려운 기기 조작법을 알기 쉽도록 친절하게 가르쳐 줘서 좋았다” “이런 서비스가 앞으로도 유지되기를 바란다” “고객을 배려하기 위해 트위터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점이 좋다” 등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습니다. 만족도가 높았으니 앞서 보셨던 대로 장사도 잘 됐겠죠? ^^
고도성장기와 산업화 시대엔 물건을 없어서 못 팔았었는데요. 그러다 보니 기업들이 고객관리에 소홀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시장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죠. 고객들은 인터넷과 SNS를 통해 전 세계 각 기업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꼼꼼하게 비교하며 스마트한 구매를 하고 있습니다. 선택의 폭은 훨씬 넓어졌고요.
이런 변화에 적응하는 기업은 살아남겠지만, 옛날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기업은 점점 밀려나 역사 속의 기업, 추억의 브랜드로 사라질 것입니다. 엄청난 홍보비용을 투자해 럭셔리한 광고를 만들고 대형 이벤트를 벌인다 한들, SNS에 입소문 한 번 잘못 나면 말짱 꽝인 것이 지금 세상입니다.
유행이 지났다는 트위터 말고도 요즘은 다양한 SNS 채널이 기업 커뮤니케이션에 활용되죠. SNS 본질인 소통에 성공해 서비스 혁신을 이뤄낸 기업의 사례는 새로운 미디어 시대에 고객 서비스의 진화와 변신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야리마쇼’, 그리고 ‘데키마시타’
소프트뱅크의 손 회장은 자신의 트위터에 ‘야리마쇼(합시다)’, ‘켄토시마스(검토하겠습니다)’, ‘데키마시타(해냈습니다)’의 세 가지 카테고리로 직접 업무제안과 실행을 공개하고 있는데요. 2010년 1월 첫 ‘야리마쇼’가 트윗된 이래 총 165건의 ‘야리마쇼’가 꾸준히 제안됐습니다. 직원은 물론, 고객에게도 소프트뱅크는 앞으로 이런 것을 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한 셈이죠. 그리고 지금까지 162건의 ‘데키마시타’가 완료됐습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고객은 소프트뱅크에 대해 어떤 느낌을 받을까요? ‘야리마쇼’와 ‘켄토시마스’, 그리고 ‘데키마시타’가 이뤄지는 기업. ‘이런 기업의 서비스라면 믿고 선택할 만하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코너 ‘남서방네 잡화점’은 雜貨店이 아닌 雜話店입니다.
일상 속의 혁신을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여러분과 가볍게 나누고자 합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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