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서방네 잡화점] ‘레이저총’처럼 생긴 이 물건, 리모컨이라고?

201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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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모르는 리모컨의 탄생 비화


Couch potato(카우치 포테이토).

영어공부 하다가 한 번쯤 접하게 되는 단어죠? 푹신푹신한 소파(couch)에 널브러져서 감자칩(potato)을 우걱우걱 먹으며 TV만 들여다 보는 사람을 뜻하는 말입니다. 최근에는 TV 시청보다 컴퓨터 이용으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면서 Mouse potato(마우스 포테이토)라는 말도 생겼다고 하네요.

 

그런데 ‘Couch potato의 아버지라 불리는 발명가가 있습니다. 최초로 TV 무선 리모컨을 발명한 미국의 유진 폴리(Eugene Polley, 1915~2012)가 그 주인공입니다. 이 분의 발명을 계기로 하루 종일 소파와 한 몸이 되어 움직이지 않고도 TV를 켜거나 끄고 채널을 바꾸는, Couch potato 생활이 가능해졌기에 그렇게 부른답니다. 쓰다 보니 왠지 폴리의 발명품이 살짝 부정적으로 느껴지는데요.

 



< 무선 리모컨 발명가 유진 폴리 >


*출처 : FOX TV

 

아닙니다!!!

TV 무선 리모컨은 영상 미디어 시대에 TV를 통해서 수많은 정보를 접하는 인류의 라이프스타일을 획기적으로 편하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또한 그의 기술은 TV뿐만 아니라 다른 무선 통신기기에도 적용되어 새로운 차원의 공간 활용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1955년 발명된 최초의 무선 리모컨은 플래시 매틱(Flash-Matic)’이란 이름으로 판매됐는데요. 형태는 지금 우리가 쓰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바로 이렇게

 


*출처 : punchcut.com

 

생겼습니다. 뭔가 7080 SF영화에 나오는 레이저총 같은 느낌이 듭니다. ‘플래시 매틱이란 상품명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이, 어두울 때 사용하는 플래시의 원리를 활용한 장치였는데요. 버튼을 눌러 전등이 켜지면, 기기가 빛을 광선처럼 앞으로 쏴주고, TV의 모서리 네 부분에 부착된 인식장치가 그 빛을 받아서 각각 TV 전원 ON/OFF, 채널 변경, 음소거 등의 기능을 작동시켰습니다.

 

사실 긴 케이블을 이용한 TV 유선 리모컨은 플래시 매틱에 앞서 발명돼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이미 1930년대에 라디오 유선 리모컨이 활용됐고, TV 및 라디오 제조업체 제니스(Zenith)1950레이지 본즈(Lazy Bones)’라는 최초의 TV 유선 리모컨을 개발했습니다. 당시의 신문광고를 보면 어떻게 쓰였는지 한 눈에 알 수 있는데요.

 


*출처 : TVhistory.tv

 

하지만 보시는 것처럼 이 기기는 TV에 케이블을 연결해서 써야 한다는 불편함과 미관상의 지저분함 때문에 별로 각광받지 못했죠. 특히 거실을 오갈 때 유선 리모컨 케이블에 발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자주 발생하면서 고객 컴플레인이 상당히 많았다고 합니다. 이에 제니스 엔지니어인 폴리가 무선 리모컨 개발에 착수한지 5년 만에 플래시 매틱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TV 리모컨이 세상에 나오게 된 가장 큰 이유가 다름아닌 광고 보기 싫어서였다는데요.

“60초 후에 뵙겠습니다가 벌써 그 당시에도 시청자들에겐 무척이나 참기 힘든 순간이었던 모양입니다. 드라마를 보던 중 남녀 주인공이 아련한 눈빛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키스하려는 애틋한 이별 장면에서 갑자기 찌든 때, 지구 끝까지 쫓아가 빼줘요라며 발랄한 CM송과 함께 세제 광고가 나온다면감정몰입 지못미상태가 되겠죠?

 

제니스의 설립자이자 회장이었던 유진 맥도널드는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하는 TV 광고에 주변 사람들이 짜증 내는 것을 보고, 기술팀에게 리모컨 기술 개발을 지시했습니다.

실제로 플래시 매틱의 당시 광고를 보면, 가만히 앉아서 TV를 작동할 수 있다는 편리함과 더불어

 


*출처 : punchcut.com

 

문구에 빨간 색으로 YOU CAN ALSO SHUT OFF LONG, ANNOYING COMMERCIALS WHILE PICTURE REMAINS ON SCREEN! (화면은 나오게 하면서 길고 짜증스러운 광고(소리)를 꺼버릴 수도 있습니다)’라고 강조한 것을 볼 수 있는데요. 당시 이 리모컨 가격이 149.95달러, 지금의 화폐가치로 따지면 약 1300달러(한화 약 133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쌌음에도 인기리에 팔릴 수 있었던 셀링포인트(Selling Point) 역시, 광고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세계 최초의 TV 무선 리모컨에는 치명적인 결함이 있었습니다.

리모컨을 만지지도 않았는데 TV가 갑자기 켜지거나 채널이 돌아가는 기현상이 나타난 것이죠. 아마 이런 현상을 처음 맞닥뜨린 당시 시청자들은 귀신이 있나 싶어 공포스러웠을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문제는 바로 TV 화면 네 귀퉁이에 장착된 빛 인식장치 때문이었습니다. 햇빛이 강한 맑은 날이면, 창문을 통해 집안으로 들어온 빛을 이 장치가 플래시 매틱이 쏜 빛으로 인식해 오작동한 것이죠. 결국 플래시 매틱을 선보인 지 겨우 1년 만에 폴리는 제니스의 동료 기술자 로버트 애들러와 함께 초음파를 활용한 무선 리모컨 스페이스 커맨더(Space Commander)’를 개발합니다.

 

 

스페이스 커맨더는 버튼을 누르면 각각의 기능이 작동하는 방식으로, 지금의 리모컨과 어느 정도 비슷한 형태를 갖추었는데요. 이것 역시 아이들이 실로폰 치는 소리에 반응해 TV가 오작동하거나 미세하게 들리는 리모컨 기계음에 반려견들이 괴로워하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아래 이미지에서 보시는 것처럼 진화와 변신을 거듭하면서   

 

*출처 : punchcut.com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적외선 리모컨이 개발된 것입니다.

 

TV 문화 혁신에 기여했다는 공을 인정 받아, ‘플래시 매틱을 발명한 유진 폴리와스페이스 커맨더의 공동 발명가인 로버트 애들러는미국 TV계 아카데미상이라 불리는 에미상(Emmy Awards) 1997년 시상식에서 공로상을 함께 수상했는데요. 그런데 폴리는 생전에 자신이 TV 무선 리모컨 발명가라는 사실을 매우 자랑스러워했던 반면, 애들러는 리모컨 때문에 주목 받을 때마다다른 발명품도 많은데…”라며 창피해 했다네요.

 

폴리는 무선 리모컨 이외에도 자동차 라디오의 작동 버튼, 비디오 디스크를 개발하는 등 혁신적 발명품들을 꾸준히 선보였습니다. 대학을 중퇴하고 1935년 허드렛일 담당인 창고정리 사원으로 제니스에 첫 발을 들인 폴리가 발명가로서의 잠재력을 인정받고 전 세계에 자신의 꿈을 펼치기까지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큰 몫을 했죠. 1982 47년 간의 제니스 근무를 마치고 은퇴할 때, 그가 받은 특허는 18개에 달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선 TV 리모컨의 발명 과정에서 폴리의 앞선 기술력과 더불어 맥도널드 회장의 역할도 매우 컸다고 생각하는데요.

그가 TV 시청자들이 광고에 짜증내는 모습을 예사롭게 보아 넘기지 않고, 앉은 자리에서 편하게 TV를 조정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낸 것이 이 혁신의 진짜 출발점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사람마다 재능과 능력이 다르기 마련이죠. 어떤 사람은 사물을 주의 깊게 바라보면서 남들이 미처 알지도 못한 문제점을 발견하는 한편, 또 어떤 사람은 탁월한 두뇌와 아이디어를 동원해 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능력을 발휘합니다. 여러 사람의 서로 다른 재능과 능력이 하나 될 때 나오는 시너지와 힘. 그것 또한 세상을 바꾸는 혁신의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 코너 남서방네 잡화점’은 이 아닌 입니다. 

일상 속의 혁신을 주제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여러분과 가볍게 나누고자 합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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