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와 연대로, 우정과 동행으로
치과 진료 봉사해 온
발달장애인들의 친구
양춘호 씨
양춘호(55) 씨는 ‘환대’하는 사람이다.
그는 중증 발달장애인을 비롯해
치아 관리에 어려움이 있는 소외계층에게
30여 년간의 의료봉사로
진료 문턱을 꾸준히 낮춰 왔다.
그의 눈빛엔 섣부른 동정이 없다.
대신 따뜻한 우정이 있다.
치료의 비결, 교감
그가 맨 처음 봉사를 시작한 건
원광대학교 치과대학에 입학한 1988년이다.
치과대학 내 봉사 동아리에 가입해
방학 때마다 오지 마을로 봉사활동을 나갔다.
본과 2학년이던 1991년엔
원광대 치대, 의대, 약대, 한의대 재학생 중
고교 동문을 중심으로 한
봉사 동아리를 직접 만들어 함께 활동했다.
“평생 봉사해야겠다고 마음먹게 해준
대학교 선배님이 계세요.
그분이 익산성모병원에 계셨는데,
그곳 지하에 나환자 치과 진료실이 있었어요.
본과 2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선배님과 함께
일주일에 사흘 봉사를 했어요.
나환자들의 치아 상태가 좋지 않아
우리가 할 일이 많았거든요.”
익산성모병원의 나환자 진료실이 없어지며,
새롭게 인연을 맺은 곳은
익산시 월성동에 자리한 지적 장애인들의
보금자리 ‘작은자매의집’이다.
1993년 10월 처음 인연을 맺은 초창기엔
아이들을 씻기고 놀아주는 틈틈이
칫솔질 교육이며 충치 예방 활동
같은 것들을 해줬다.
그러다 1999년 이곳에 중고 유니트체어
한 대를 기증하면서 발달장애인들의
치과 진료를 시작했다.
이동이 어렵고
진료가 쉽지 않은 중증 발달장애인들의
원활한 치아 관리를 위해
유니트체어를 비롯한 치과 장비들을
적절한 시기마다 새것으로 바꿔줘 왔다.
지금은 최신식 치과 진료소에 버금가는 수준의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소외된 이웃들을
두루 보살펴온 30여 년
1997년 치과 의원을 개원한 뒤에는
매주 화요일과 토요일에
소년소녀 가장을 병원으로 불러
치아를 관리해 줬다.
지역 내 소외계층을 두루 보살폈다.
“치과 진료에 대한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있어요.
중증 발달장애인의 경우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아 그 두려움을
조금 더 크게 느낄 뿐이에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자신을 위해
이 일을 한다는 걸 알면
대부분 마음을 열더라고요.”
더 좋은 '친구'가 되어주기 위해 그는
지난 2000년 사회복지학 공부를 시작해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야간과 주말에 공부하느라 꽤 힘들었지만,
의료지식에 사회복지 지식이 더해지니
봉사할 때 매우 큰 도움이 된다.
매월 넷째 주 목요일 오전에는
지역 복지관과 연계하여
장애인, 무의탁 어르신,
다문화가정 어린이 등
소외된 이웃을 위한 무료 치과 진료를 하고 있다.
그날만큼은 일반 환자를 받지 않는다.
봉사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직원들도 봉사에 참여한다.
기꺼이 참여해 줘 여간 고맙지 않다.
나눔이 꿈이자 배움인 이유
함께해야 나눔이 커진다고 말하는 그는
봉사를 함께하는 이들을 늘리며
나눔의 나이테를 넓혀 왔다.
원광보건대 치위생과 봉사 동아리,
대학 때 몸담았던 연극부의 학생들 등
함께 봉사를 해온 단체도 다양하다.
2019년부턴 의사회, 치과의사회, 약사회,
한의사회를 아우르는 전북 의사단체와
함께 해외 봉사도 해오고 있다.
환경이 아주 열악한 지역에
유니트체어 두 대와 치과 장비 일체가 있는
치과 진료소를 마련해 주고 왔다.
과거 선진국 사람들이 우리를 도왔던 것처럼
이번엔 우리가 그 일을 해줄 차례라는 걸
피부로 느끼고 왔다.
캄보디아와 몽골을 포함해 모두
세 곳의 해외진료소를 만드는 게
목표라는 그.
전북해외치과의료봉사단 단장이자
몽골해외의사단 단장인 그는
내년 3월 몽골에 치과 진료소를 만드는 데
앞장설 예정이다.
“새로운 꿈도 생겼어요.
은퇴하면 일 년 중 한 달은 캄보디아에서,
한 달은 몽골에서 봉사하며 지내 고 싶어요.”
그에게 나눔은 꿈이기도 하지만
배움이기도 하다.
헛된 욕심이나 삿된 생각 없이
세상을 투명하게 바라보는 것.
발달장애인들이 그에게 가르쳐 준 삶의 태도다.
하도 오래 만나니 그도 그 모습을 닮아간다.
그의 가슴에 ‘소년’이 살게 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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