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선행상] 제24회 우정선행상 본상 / 문스패밀리 봉사원정대 이야기

2024.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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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하고 웃음 가득한
시간을 나눌 수 있길

한결같이 중증 장애인들과 함께 해온
문스패밀리 봉사원정대

 

 

 

휴게실을 넘어 복도까지

문스패밀리 봉사원정대와

양지의집 장애인들의 환호성이 가득하다.

 

주사위를 던지며 함께

레크리에이션을 하고,

점수를 딴 사람은 왕관과

과자 선물을 받으니 모두 신이 났다.

 

봉사란 일방적인 헌신일까?

 

2004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중증 장애인 거주시설

양지의집을 방문하여

봉사를 실천해 온 문스패밀리 봉사원정대가

찾은 답은 조금 특별한 듯하다.

 


의미 있는 삶을
꿈꾸는 이들이 만나다


“처음에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어 시작했죠.

그러다 한번은 책임감 때문에

억지로 참여했던 때도 잠시 있었던 것 같아요.

 

처음 양지의집에서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회원 대부분이 거주하는 서울에서

군포까지 이동할 마땅한 교통편도 없어

만나는 일마저도 쉽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봉사활동을 하면 할수록

내가 도움을 준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배우게 되더라고요.

 

지금은 서로 즐거운 시간을 갖기 위해

참가하고 있어요.

우리의 흔한 모임들이 그렇듯이 말이죠.”

 

 

 


매월 첫째 주 토요일이면

양지의집 주방에서

기름때 제거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문스패밀리 회원들과 김희문 대표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김희문 대표는 유명 웹툰 작가였다.

대학생 시절, 직접 만든 홈페이지에

연재한 4~5컷의 짧은 웹툰〈문스패밀리〉로

큰 사랑을 받았다.

 

당시 그의 온라인 팬은 2만 명에 달했다.

 

봉사단원 대부분이 그의 팬이고,

단체 이름에 ‘문스패밀리’가

들어간 것도 그 때문이다.

 

웹툰이 책으로 출간되며 팬들과의

오프라인 정기모임이 숱하게 이루어졌다.

 

젊은 작가와 20~30대 팬 80여 명이

모였으니 평범한 친목 모임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무릎에 작은 상처 하나 때문에
우리 삶의 달리기를 포기할 순 없잖아.


– 웹툰 〈문스패밀리〉 中

 


그러던 어느 날

팬 두 명이 말기 암 환자임이 알려지며

큰 변화가 일었다.

 

팬들이 힘을 합쳐 헌혈증 56장을

금세 모아 그들에게 전달했는데,

오히려 그들은 자신들보다

헌혈증이 더 필요한 환아들에게

전하고 싶어 했다.

 

그런 두 팬의 바람과,

이 기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자

의기투합한 사람들이 모여

2003년 9월 문스패밀리 봉사원정대가

탄생했다.

 

2004년 2월부터 경기도 군포의

양지의집에서 봉사가 시작됐다.

 

단순 금전적 도움이 아니라,

장애를 겪는 아이들과 직접 어울리고 소통하며

마음을 전하고 싶었기에

한참을 고심하여 찾은 곳이었다.

 


한 걸음씩 다가가는
순간들이 모이다


어느덧 20년이 흘렀다.

 

대구, 부산 등 전국으로

삶의 터전이 달라졌고,

대부분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회원을 뽑은 것도 10년 전.

처음의 호기로움이

무색해질 법도 한 상황이다.

 

하지만 오히려 봉사에 참여하는

인원은 늘었으니 놀랍다.

회원들이 배우자, 자녀들과 함께

참여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현재 문스패밀리 봉사원정대는

17명의 최정예 회원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오래도록 함께 활동해 온 회원을

양지의집 아이가 알아보고

유독 반가워하며 달려간다.

 

스스럼없이 서로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비비며 반가움을 표하는 모습이

그간 조금씩 쌓아온 마음의 깊이를 보여준다.

 

엄마를 따라 밀대를 밀고 있는

네댓 살의 작은 아이부터

온전히 제 몫을 하며 중증 장애아들을 돕는

초등학생들까지 꽤 많은 아이가 눈에 띈다.

 

“아이들이 저희보다 낫죠.

처음 왔을 때는 저희야말로 봉사 경험이 없고,

중증 장애 아동을 어떻게 대하는지도 몰라

애를 먹었거든요.

 

하지만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봐서인지

편견도, 스스럼도 없어요.

 

다만 몸이 불편한 친구가 혼자

하기 힘든 일이 있다면,

당연히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죠.”

 

 

 

 

“저희가 이제 자부심이 생겼어요.

주방 청소 같은 경우는 업체를 불러도

이만큼 깔끔하게 하기 힘들어요.

 

힘깨나 쓰는 남성 회원 몇 명이

전담하고 있고 장비까지 마련해

특히 애를 쓰고 있죠.

 

이렇게 한바탕 힘을 쓰고,

아이들과 실컷 놀기도 하고,

저희끼리도 서로 안부를 묻고

헤어질 때면 오히려 기운이 나니 신기하죠.” 

 

중증 장애아들의 소근육 발달을 위한

미술교육, 레크리에이션,

간식 지원 등으로 이어졌고,

 

양지의집에 성인 중증 장애인 비중이

늘면서부터는 생활관 청소,

나들이 지원 등으로까지 이어졌다.

 

도움이 된다면 늘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고 나섰다.

 

 

 

 

매해 크리스마스에는 산타 분장을 하고

거주 장애인 한 명 한 명을 위한

선물을 나눠주는 일도

빼놓지 않고 하고 있다.

 

연 1회 개최하는

장애인식개선 바자회에 참여하여

페이스페인팅, 물품 기증 등을 통해

힘을 보태기도 한다.

 

지인들도 기꺼이 달려와준다고 하니,

봉사자 한 명, 한 명이 주변에 전하는

선한 울림 또한 얼마나 큰지 모르겠다.

 

양지의집 곳곳에 문스패밀리 봉사원정대가

남겨놓은 알록달록 다양한 색상의

동물 그림들이 눈에 띈다.

 

그 아름다운 그림의 빛깔처럼

우리의 마음도 그들에게 물들어가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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