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의 날개 타고
절망에서 희망으로
39년간 수감자들 합창 지도해 온
이숙경 씨
나눔으로 음악의 힘을 증명한 사람.
이숙경(70) 씨를 설명하는
가장 적절한 문장이다.
성악을 전공한 후
음악 교사로 재직했던 그는
퇴직 후인 1985년부터
수도권의 교정시설 수감자들에게
합창을 지도해 왔다.
누군가의 마음을 감옥에서 구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기꺼이 감옥으로 간다.
서울남부교도소 교도관 엄웅열(왼쪽),
김용균 씨(오른쪽)와 함께
봉사가 곧 ‘사랑’인 이유
가장 어두운 곳에 가장
빛나는 별을 선사해 온 39년 삶.
올해 고희를 맞은 그는
햇살처럼 밝은 얼굴을 갖고 있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고
중·고등학교에서 음악 교사로 일했어요.
83년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퇴직했고요.
합창 봉사를 시작한 건 1985년 1월부터예요.
교도소에서 봉사하던 지인분이
피아노 반주를 부탁해 오셨고,
선뜻 수락했어요.”
부친이 검사였던 그에게 수감자들은
그리 먼 존재가 아니었다.
그렇게 시작한 합창 봉사.
그는 봉사를 삶의 중심에 뒀다.
지금은 매주 목요일
서울남부교도소에서만 봉사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까지는
일주일 중 닷새를 교정시설에서 보냈다.
서울남부교도소, 서울동부구치소,
서울구치소, 성동구치소,
서울남부교도소 훈련소,
의정부교도소, 안양교도소….
수도권의 재소자들을 요일마다 찾아다니며
음악으로 마음을 나눴다.
“봉사 초창기엔 수용시설에
난방이 잘 안됐어요. 한겨울에
합창을 연습하려면 피아노가 얼어서
건반에 손이 쩍쩍 붙곤 했죠.
그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수감자들이
뜨거운 물수건을 피아노 위에 얹어놓고
나를 기다려 줬어요.
그게 그들이 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어느 크리스마스 땐 수감자로부터
사탕 부케를 선물받기도 했어요.
간식거리가 충분치 않던 시절인데,
그 부케를 만들기 위해 오래도록
사탕을 모았을 걸 생각하니
뭉클하더라고요.”
음악, 새 삶을 부르다
“노래가 수감자들을
변화시키는 걸 수없이 봐왔어요.
오래전 서울남부구치소에서
가곡을 가르치는데
한 수용자가 다리를 꼰 채
연습 시간 내내 저를 쏘아보더라고요.
몇 개월 뒤 합창 지도를 하러
그곳엘 갔는데
문밖으로 노랫소리가 들려왔어요.
제가 오기 전에 그분이 미리 나와
합창 연습을 시키고 있었던 거예요.
어느 무기징역수는 합창을 통해
절망의 늪을 결국 빠져나왔어요.
모범수로 출소했고,
현재 노래 강사로 활동하며 새 삶을 살아요.
음악은 마법이에요.”
그가 합창을 지도하는 대상은
수감자들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린 음악회에서
그가 교도관과 교정참여인사들의
합창을 지휘했다.
그는 남성 교도관 50명과
여성 교정참여인사 50명으로
혼성 합창단을 구성했다.
교정이 ‘직업’인 사람들과
교정이 ‘봉사’인 사람들이 노래로 어우러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하모니를 선사했다.
“힘들게 일하는 그분들을 위해
무언가 하고 싶었는데,
합창으로 위로를 전할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무엇보다
저도 한 사람의 교정참여인사로서
교도소에서 봉사하는 분들을
응원하고 싶더라고요.
수도권 각지의 교도소 봉사자들을 모아
합창단을 꾸리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연습을 함께하며
서로 격려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어요.”
약대에 입학하고 싶었던 그는
대학으로 가는 첫 관문인
예비고사에서 그만 낙방하고 말았다.
결국 어릴 때부터 피아노를 쳤던
특기를 살려 음대에 갔다.
그는 봉사활동이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곤 한다.
성악을 전공하게 된 것도
수감자들에게 합창 지도를 할 수
있었던 것도,
예비고사에서 떨어진 덕분이라고.
중심에 나눔이 있는 한
세상 그 어떤 것도 실패가 아니라고
굳게 믿는 것이다.
봉사의 샘에서 긍정의 물을 긷는 사람.
그의 맑음은 거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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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코오롱그룹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46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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