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크리에이티브] 리디자인 패션, 공존의 美를 담다

2013.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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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덮개, 식음료 포장 그리고 재고 의류

버려지는 것과 디자인의 만남, 리디자인 패션

 

 

우리 주변에 버려지는 무수한 쓰레기들. 작게는 이런 저런 봉투에서부터 크게는 한철 지난 옷들까지 오늘도 우리는 큰 고민 없이 수많은 쓰레기를 버린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무런 쓸모가 없어 보이는 쓰레기들이 누군가에겐 소중한 자원이 된다. 그것도 새로운 명품 패션의 소재로 말이다.

 

이 무슨 황당한 이야기일까?’ 혹자는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창조적인 디자이너들의 눈에는 쓰레기가 새로운 패션 무드를 뽐낼 색다른 아이템으로 비춰진다. 버려진 것들의 부활이자 진정한 생활의 발견이다.

우리는 이러한 디자인을 일컬어 리디자인(Redesign)이라 부른다.     

 

리디자인(Redesign)이란 버려진 소재를 활용해 전문 디자이너들이 그 안에 아름답고 예쁜 디자인을 입혀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이들의 손에서 버려진 청바지와 현수막은 가방이 되고 소파 가죽은 지갑이 된다. 이러한 에코 아이디어 상품들은 신선함과 독특한 감성을 제공하며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트럭 덮개를 빈티지한 멋이 있는 가방으로, 프라이탁(Freitag)

 

패션 마니아들이라면 특히 메신저 백을 즐겨 메는 이들이라면 스위스의 취리히 출신의 마커스 프라이탁(Markus Freitag)과 다니엘 프라이탁(Daniel Freitag) 형제의 이야기를 한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들은 1993년부터 지금까지 버려진 트럭 덮개를 활용해 가방을 제작해 왔다. 비가 자주 내리는 스위스 취리히에는 비가 와도 젖지

않으면서 튼튼한 가방이 필요했다. 프라이탁 형제가 만든 메신저백과 백팩은 방수성이 탁월한 타폴린 소재의

트럭용 천막을 활용했기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특히 자전거를 즐겨 타는 젊은이들 사이에선 이들이 만든 메신저 백이 출시와 동시에 큰 인기를 끌었다. 또한 빈티지한 감성이 뛰어나면서도 유니크한 무드의 디자인 컷은 도저히 트럭 덮개를 활용한 가방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2010년도에 들어서는 전세계에 불어 닥친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인기를 업고 스마트폰 및 태블릿 PC 케이스를 제작했다. 이 또한 많은 얼리어답터들에게 독특하고 이색적인 아이템으로 꼽힌다. 그 까다롭다는 애플 스토어에도 당당히 입성했다. 이뿐만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의 상위 노출 브랜드에도 애플, 나이키와 함께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렸다. ‘디자인 프라이스 스위스 2011’에서도 대상을 차지하며 리디자인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Freitag

 

지난해에는 한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많은 이들은 아직도 프라이탁 형제가 제작한 가방이 트럭 덮개를 재활용한 제품이라는 것을 모른다. 제품력이 기존 패션 상품에 비해 전혀 뒤지지 않아 신소재로 제작된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만큼 제작 과정에서 상당한 노력을 쏟았음을 알 수 있다.

 

프라이탁 형제가 만든 가방은 한 해 평균 20만 점 정도 팔려 나간다. 그것도 여느 명품 가방에 뒤지지 않는 속도로 말이다. 재활용이 지구 환경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버려지는 트럭 덮개란 한계가 있다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에코이스트(ECOIST), 사탕 포장지를 it bag으로 만들다

 

버려진 소재로 가방을 만드는 에코 디자이너들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바로 미국 마이애미

출신의 조나단 마르코쉐이머(Jonathan Marcoschamer), 예일 마르코쉐이머(Yair Marcoschamer),

헬렌 마르코쉐이머(Helen Marcoschamer)이다. 이들 또한 모두 한 가족이다.

 

이들이 제작한 가방의 주요 소재는 더욱 놀랍게도 버려진 식음료 포장지이다. 사탕 포장지, 식품 패키지, 음료수 라벨, 지하철 지도, 비즈니스 카드, 신문, 캔 뚜껑 등을 재활용한다. 마르코쉐이머 가족이 이러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낸 것은 우연히 떠난 멕시코 여행 때문이다. 멕시코 거리시장을 방문한 이들은 그곳에서 재활용된 가방을 만드는

장인을 만나게 된다. 그와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누면서 재활용 방식을 도입해 직접 제품을 제작할 생각에까지 이른 것이다.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해 이들은 코카콜라, M & N 등 여러 식음료 회사들과 제휴를 맺고 산업 폐기물을 모으는 데 주력했다. 사탕 봉지와 초콜릿 봉지 등은 팝아트적인 개성이 넘치는 손가방으로 탄생했고, 에나멜 소재의 봉지는 마치 보석처럼 은은하게 빛나 핸드백의 고급스러움을 한층 높여줬다.

 

ecoist

 

그렇게 탄생한 독특한 지갑과 핸드백은 금새 뉴요커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특히 인기 드라마 섹스앤더시티

여주인공이 이들이 제작한 핸드백을 메고 나오면서, 이들이 만드는 가방이 젊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사랑을 받게 된다. 헐리우드 스타인 카메론 디아즈도 이들의 핸드백을 즐겨 멘다. 리디자인된 핸드백이 새로운 셀러브리티 패션으로 떠오른 것이다. 

 

단지 패션 아이템으로서뿐만 아니라 이들이 기여한 친환경적 변화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4년 간 이들은 1500만 개 이상의 식음료 포장지를 재활용했다. 또한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제조 과정은 에너지 사용량을 줄이고

탄소 발생률을 최소화 했다. 생산 인력들은 모두 사회에서 소외된 취약 계층들로 고용했다. 일종에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한 것이다. 또한 수익금 일부는 제3세계 산림 보호를 위해 쓴다.

 

이들은 "우리 모두는 환경 안에 살고 있는 개인"이라는 디자인 철학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화려함을 꿈꾸고 아름다움을 창조하되, 건강하고 평화로운 지구와 함께하는 에코이스트를 지향하는 것이다.

 

유니크한 디자인으로 다시 태어난 재고 의류, 래코드(RE;CODE)

 

 

 

리디자인 패션은 외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도 멋진 리디자인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그 중 최근 주목 받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코오롱의 래코드(RE;CODE). 많은 리디자인 회사들이 존재하지만 지금껏 메이저 브랜드의 참여는 많지 않았다. 코오롱이 메이저 패션에선 최초로 리디자인이란 영역에 참여한 것이다. 게다가 참신한

점은 재고로 쌓인 상품을 활용한다는 점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중시하는 패션 회사들 중 일부는 재고로 쌓인 상품을 모두 소각해 버린다. 이는 엄청난 환경오염을 초래한다. 최근엔 패스트 패션을 추구하는 스파 브랜드들이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점점 빨라지는 현대인의 속도와 쉽게 싫증 내는 소비 성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당분간 이러한 소비 트렌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러한 패스트 패션이 양산되는 트렌드를 역행하는 슬로우 패션은 그 만큼 어려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이것이 코오롱의 차별화된 시도가 더욱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이다. 이미 시장에서 검증 받은 패션 브랜드이기에 그 파급력도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제품 하나 하나 살펴보면 기존 브랜드 못지 않은 세련된 감각이 돋보인다. 오히려 기성 브랜드에 비해 유니크함이 돋보인다. 재고 상품의 화려한 부활이다. 래코드는 독립 디자이너들과의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제품을 제작한다.

독립 디자이너들은 이로 인해 새로운 기회를 얻는다. 또한 작업 과정에 지적 장애인들을 참여시킴으로써 취약 계층에게 새로운 일자리도 제공한다. 과정과 결과 모든 부분에서 사회적 기여를 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래코드의 선도적 모습은 기업 이윤만을 추구하는 여타의 브랜드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분명 한국의 업사이클 문화를

한 발짝 진보시킬 것이다.      

 

, 이제 오늘 우리가 소비하는 모든 미적 감각을 돌아보자. 그 안에 진정한 아름다움을 담아보자. 나만 멋지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바꿔 보자. 소위 진정한 간지를 완성해보자는 이야기이다.

 

패션이란 무엇일까? 아름다움, 트렌드, 새로운 창조, 혹은 예술적 감각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제 우리가 이제 패션을 논할 때 몇 가지를 더 추구했으면 한다. 그것은 바로 공존의 미학, 이타적 아름다움, 그리고 새로운 미래다. 

    

 

김대호

아름다운가게 기획팀장과 리디자인 브랜드 ‘에코파티메아리’의 총괄 디렉터로 일했다. 현재는 에코 크리에이티브 및 공익 마케팅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친환경 문화 블로그꿈으로 보는 세상을 운영하고 있다. 저서로는

[에코크리에이터(미래경제를 선점하는 착한 혁명가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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