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세상] 머리를 산뜻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2023.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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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산뜻하게, 마음을 따뜻하게

54년간 이발 봉사 해온 
박기택 씨

 

 

 

현역 이발사 박기택(81) 씨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 당진에서

한평생 삶과 나눔을 꾸려왔다.

 

삶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변함없이

곁을 지켜온 노부부처럼,

힘들 때도 슬플 때도 한결같이

봉사해 온 54년.

 

세상은 유속 빠른 강물처럼 흘러가는데,

세상을 사랑하는 그는

그 자리에 나무처럼 서 있다. 

 

 


마을 어르신들 머리를
홀로 깎는 재미

 

 

 

'평안마을'(사회복지법인 당진선한이웃)은
2001년에 개원한 사회복지시설이다.

당진 지역에 거주하는 어르신들 가운데
부양가족이 없는
기초생활수급자가 그 대상이다.

치매를 앓는 어르신이 많은 이곳.
하지만 기억은 사라져도
감정은 사라지지 않기에,
박기택 씨를 보는
이곳 어르신들의 표정은 언제나 밝다.

 

100여 명이 넘는 마을의 모든 어르신들

머리를 혼자서 깎아드려야 하기에,

문을 연 직후부터

매월 셋째 주와 넷째 주 일요일

그는 한 달에 두 번씩 어김없이 여기로 온다.


혹여 어르신들의 기다림이 길어질까 봐
숨 돌릴 틈 없이 손을 놀린다.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답한다.

 재밌슈. ” 


구수한 사투리에 절로 웃음이 난다.

 

 

 

 

맨 처음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서
어르신들 머리를 깎던 그는

형편이 넉넉한 친구에게
거울과 의자를 기증해달라고 부탁했다.

친구가 흔쾌히 수락하면서
이발소 비슷한 공간이 된 것이다.

 

 이 자리에 이발소를 낸 게 38년 전이에요.

한자리에 가만히 있어도, 이웃들이

맨날 놀러 오니 심심할 새가 없어요.

 

차도 없이 다니는 게 안쓰럽다고,
8년째 저의 운전기사 역할을 해주는
동생도 있어요.

한겨울에 아침 일곱 시까지 이리로 오려면
그 친구는 깜깜할 때 집을 나서야 할 텐데,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아침 일곱 시부터 오후 세 시까지,

따뜻하게 안부를 물으며

산뜻하게 머리를 손질하는 하루.

 

봉사하는 그날이

그에게는 언제나 소풍날이다.

 

 


54년 나눔의 비결, 비움

 

 

 

당진시가 고향인 그는

초등학교 졸업 후 파출소 소사로 일하다가,

‘겨울에 안 춥고 여름에 안 덥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아

1959년 이발소에 취직했다.


이발 기술이 봉사로 이어진 건

그로부터 10년 뒤인 1969년부터다.

 

친구 형님이 중풍으로 쓰러져

거동이 불편해진 후

머리라도 깎아드리자는 생각으로

그 집에 드나들기 시작했다.

 

말끔해진 얼굴로 미소 짓는 형님을 보면서

나눔의 보람을 처음 느꼈다.

 

그때부터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또 다른 이웃들을 찾아다녔다.

 

 

 

 

나눔을 시작한 지 딱 50년이 되던

2019년, 국무총리 표창을 받게 된 그.

표창을 받은 것도 기뻤지만,
청와대며 정부서울청사를
가본 것이 특히 좋았다고 회상한다.

 

강산이 네 번 가까이 변했는데도

그의 공간 '무궁화이용원'은

변한 게 거의 없다.

 

옛날식 똑딱이 스위치,

분홍색 수건을 넌 빨랫줄, 
버리지 않고 고이 모셔둔 구식 ‘바리깡’….

 

시간이 멈춘 듯한 이곳은

어르신들이  오며 가며 쉬어가는

동네 사랑방이다.

 

네 평밖에 되지 않지만,

그는 공간 확장을 해본 적이 없다.

이 정도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먹고살기에 적당하고, 
나눌 수 있는 시간을 허락해 준

딱 그만큼의 크기.

 

비움이 나눔의 씨앗이라는 것을,

욕심을 조금 덜어내는 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라는 것을

박기택 씨는 말이 아닌 삶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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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코오롱그룹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42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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