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강아지들의
시간을 담다
유기견 사진 촬영 봉사하는
사진작가 염호영 씨
운명은 늘 우연의 얼굴로 온다.
생각지도 않던 때에,
아무렇지도 않은 일처럼 나타난다.
염호영(40) 씨도 그랬다.
유기견 사진 촬영 봉사를
시작하게 된 것도,
결혼사진 전문 사진작가에서
동물 전문 사진작가가 된 것도
모두 우연처럼 찾아온
운명 덕분이었다.
안락사 앞둔 유기견의
생명을 살린 사진 한 장
친구가 파양한 강아지를
맡아 키우게 되며 우연치않게
반려견 집사가 된 염호영 씨.
마당이 있는 집에
자유롭게 강아지를 풀어서 키우던 그는
어느날 반려견 '로마'가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 문이 열려있었는지,
그대로 나가버렸던 거 같아요.
로마를 애타게 찾던 중에
용인의 한 보호소에서 전화가 왔어요.
로마의 목뒤에
내장형 마이크로칩을 심어두었는데,
덕분에 소유자가 누군지
찾을 수 있었던 거예요.”
로마를 찾으러 동물보호소에 갔던 날,
그는 습관처럼 카메라에
보호소의 유기견들을 담았다.
로마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그는
보호소 소장님께
잘 돌아왔다는 인사와 함께
찍었던 사진들을 전송했다.
“ 사실 좋은 마음으로
찍은 사진은 아니었어요.
철창에 갇혀있는 게 안쓰러웠거든요.
다행인지 소장님께서
제 사진이 썩 마음에 드셨나 봐요.
보호소 SNS에 ‘우리 보호소에
이런 아이들도 있습니다.’라고
사진을 올렸는데,
그걸 보고 해외에서 입양 문의가 왔대요.
두 마리를 입양 보내게 됐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다음날
안락사 예정이었다더라고요.
저에게는 그 말이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유기견 사진 촬영 봉사의
선구자가 되다
웨딩스튜디오 사진 작가로 일하던 그는
자신의 작업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 제가 일했던 웨딩스튜디오는
공장처럼 결혼앨범을 찍어내는
대형 스튜디오였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봤어요.
결혼앨범을 꺼내 보느냐고.
다들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예요.
속상했죠.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내가 만든 앨범이
애물단지가 되어있다는게 속상했어요.
하지만 먹고 살아야 하니까
계속할 수밖에 없었죠.
그런데 뜻밖의 곳에서 의미있는
이야기를 듣게 된 거예요.
내 사진 한 장이 한 아이의
생명을 살렸다고요.”
염호영 씨는 자신이 가야 할 길이
어디인지 깨달음을 얻게 됐다.
아무도 보지 않는 사진을
찍을 것이 아니라,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서
쓸모 있는 사진을 찍어야겠다라는
깨달음 말이다.
그는 스튜디오를 그만둔 후
배낭 하나를 메고
전국의 유기견 보호소들을 돌며
사진 촬영 봉사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유기견들의 사진을 찍어주는
전문적인 봉사자들이 없었기에,
염호영 씨가 유기견 사진 촬영 봉사의
선구자가 된 셈이었다.
그 덕분에 해외 입양의 길이
더 넓어지기 시작했다.
“ 처음에는 사진만 찍었다면,
근래에는 촬영 전에 ‘오비디언스’
라고 해서 아주
기초적인 훈련을 해주고 있어요.
입양을 가서 잘 지낼 수 있게
돕고 싶어서 하는 일이고,
훈련을 위해서 자격증도 땄어요.”
그는 강아지를 예쁘게 찍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그 강아지가 지닌 단점을
최대한 부각하려 노력한다.
이는 유기견이 다시 파양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그만의 철학이기도 하다.
그 사진에는
강아지들의 현재가 담겨있었고,
염호영 씨의 진심 또한 담겨있었다.
“ 입양하신 분들을 1년 뒤에
저희 스튜디오로 모셔서
사진을 찍어드렸어요.
주눅들어 있던 아이가
가정집에 입양을 가서 이만큼 건강해지고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서 찍게 됐어요.
촬영비는 5만 원을 받았는데,
전액 보호소 ‘허그미’에 기부했습니다.”
염호영 씨는 말한다.
반려견을 입양할 때
예쁜 모습만 생각하고
입양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반려견이 늙어거나 병들어
어떤 모습이 되더라도
끝까지 돌볼 수 있는
책임감을 가진 분들만
입양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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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코오롱그룹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41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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