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인터뷰] 함께 빛나는 별처럼, 어느덧 우거진 숲처럼

2020.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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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삶, 나의 보람 

함께 빛나는 별처럼, 어느덧 우거진 숲처럼

석남2동 부녀방범대를 만능봉사대로 만든 이복선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날 이복선 씨는

부녀방범대장으로 지난 6년간

인천 서구 석남2동을 지켜왔는데요.

 

하지만 부녀방범대가 하는 일은

범죄를 막는 일만이 아닙니다.

 

이웃을 돕는 일로 점점 진화해가고 있는

만능봉사대가 되었습니다.

 

 

 

 

만능봉사대가 된 부녀방범대

 

우르르 함께 다니며 까르르 같이 웃습니다.

불 꺼진 동네공원도, 인적 끊긴 공장지대도,

그들이 있어 낮처럼 환합니다.

평일 저녁 여덟 시부터 열 시까지,

인천 서구 석남2동을 밝히는

30여 명의 별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 부녀방범대는 요일별로

조를 나눠 활동하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대원들이 밤마다 나와,

삼삼오오 걸으며 순찰을 하고 있습니다.

대장이 지시한 것이 아니라 

대원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입니다.

겨울바람에 코가 빨갛게 얼면서도, 

그들의 눈엔 미소가 가득합니다.

 

"매일 만나니 친자매 같아요.

동네 구석구석을 걸으면서,

삶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나눠요."

 

 

 

 

낮에는 이웃사랑, 밤에는 동네지킴이

 

석남2동 부녀방범대의 활동은

밤에만 이뤄지지 않습니다.

6년 전 방범대장이 된 그가

평소 해오던 자신의 봉사활동을

방범대로 확대시켰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인천광역시 시각장애인 복지관에서

마련하는 각종 행사에 동행해,

앞을 볼 수 없는 이들의 눈이 돼주고 있습니다.

같이 걸어온 길들을, 함께 나눈 온기를,

대원들은 잊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게 다가 아닙니다.

한 달에 한 번 인천 서구 노인복지회관에서

배식봉사를 하고,

한 달에 한 번 동네공원이며

산업단지 거리를 청소합니다.

집중호우라도 내리면 수해 입은 주택들을 돌며

이불을 빨고 집 안을 청소하느라 바쁩니다.

지역 내 크고 작은 행사 때마다

교통정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명절이 다가오면 지역 내 은행들로 달려가

'날치기' 예방을 합니다.

 

지난 해 6월 인천 서구에 붉은 수돗물이 나왔을 땐

집집마다 생수를 배달하기도 했습니다.

이쯤 되면 부녀방범대보다 만능봉사대입니다.

함께하는 봉사에 우정의 샘물이 찰랑거립니다.

 

"제가 처음 방범대원으로 활동한게

2004년부터에요. 그 때 우울증을 앓았어요.

자식들을 다 키워놓고 한숨 돌리던 참인데,

너무 애쓰며 살았는지 마음에 먹구름이 자욱했죠.

어느날 정복을 입고 활동하는

부녀방범대원들을 봤어요.

멋져 보여서 저도 시작했어요."

 

 

 

 

어려운 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방범대 활동을 하면서 또 다른 봉사에 눈을 떴다.

죄를 범한 이들의 재범 방지와

사회적을 위한 활동들이 그것이었습니다.

인천보호관찰소 서부지소

보호관찰위원으로 활동하며

불우한 처지로 한 순간에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들을

'엄마'처럼 보호했던 그는 현재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인천지부 사전상담위원회

회장으로 활약 중입니다.

 

죗값을 치르고 세상으로 나오는

법무보호대상자들이 사회에서

너무 큰 어려움과 두려움을 겪지 않도록

다정히 상담하며 살뜰히 보살피고 있습니다.

출소자들의 합동결혼식에서

혼주를 맡은 적도 있는데요.

그날의 뭉클함이 그의 가슴에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습니다.

 

남 돕는 것을 봉사라고 정의한다면,

그의 봉사기간은 35년쯤 됩니다.

가진 것 하나 없던 이십 대 중후반

그는 남편과 노점상을 시작했습니다.

도전했던 품목이 꽤 되는데요.

붕어빵, 튀김, 도넛, 과일.....

먹거리를 주로 팔았으므로,

배고픈 사람들이 눈에 곧잘 띄었습니다.

그들을 절대 외면하지 않았습니다.

기웃거리는 코흘리개들에겐

붕어빵이며 도넛을 건냈고,

팔다 남은 먹거리들은

가난한 이웃들과 나눴습니다.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따뜻한 시간

 

어려운 이를 외면하지 못하는 마음.

자식 없는 노부부를 오래 보살펴온 것도

그 마음으로 했던 일이었습니다.

 

"어느 날부터 할아버지가

자꾸 혼절을 하시는 거에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 가까운 요양원에 모셨어요.

할아버지를 뵈러 매일 두 번씩 요양원에 갔는데,

이번엔 다른 어르신들이 눈에 밟히더라고요.

깨끗하게 씻겨드리고 싶어

목욕 봉사를 시작했어요."

 

약 2년간 한 번도 빠짐없이 그곳

반딧불노인요양원을 찾아가

어르신들을 목욕시켰습니다.

다만 가만히 씻겨드리면 나직나직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시는데

마음과 마음이 오가는 참으로 따뜻한 시간이기에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합니다.

 

보호관찰하던 소년범들이

자신을 '엄마'라고 불렀듯,

그는 요양원 어르신들을 '엄마'라고 부릅니다.

그에게는 가족이 아주 많습니다.

 

 

 

 

그의 가게엔 그가 오며 가며 주워온

수천 장의 명함이 있습니다.

폐지 줍는 어르신께 드리기 위해

틈틈이 수집한 것들이었습니다.

명함은 작지만 사랑은 크고,

계절은 춥지만 마음은 따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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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당 글은 코오롱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23을 편집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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