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평론가 니자드가 짚어주는 IT 트렌드
애플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촉발시킨 ‘고해상도 열풍’
안녕하세요. IT 평론가 니자드 인사 드립니다.
2010년에 아이폰4가 발표되기 직전까지는 IT업계에 전혀 유행하지 않았던 말이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폰4 발표 이후로는 너무도 사람들 입에 많이 오르내리는 단어가 있지요. 바로 ‘레티나(Retina) 디스플레이’란 단어입니다. 우리 눈의 망막을 뜻하는 이 말은 왜 나오게 되었을까요?
1. 레티나 디스플레이란?
아이폰4 이전까지 스마트폰의 화면 해상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었습니다. 아이폰3GS는 3.5인치 크기 화면에 480*320의 해상도를 가졌습니다. 이것도 당시 다른 스마트폰에 비하면 결코 낮은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폰4는 아이폰3GS의 네 배에 달하는 960*640이란 해상도로 발표되었습니다. 크기는 그대로인데 화소가 이렇게 집적되자 어떤 일이 생겼을까요?
화면에 표시되는 픽셀을 사람의 눈으로 구별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마치 글자가 종이에 인쇄된 것처럼 선명하게 보이면서 자연적으로 눈이 편해졌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이런 초고해상도 기술에 매력을 느끼고는 애플이 제시한 레티나 디스플레이란 용어까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것입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어째서 정확히 네 배의 해상도를 가지게 되었을까요? 이것은 기존 아이폰 앱과의 호환성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이전에 점 네 개로 처리하던 부분이 있었다면 레티나 디스플레이 이후에는 점을 열 여섯 개로 처리하면 됩니다. 단순히 가로와 세로의 픽셀을 각각 두 배로 만들어주면 되니까요. 만일 앱이 점 하나의 위치 데이터만 가지고 있는 비트맵 방식이라면 아무런 복잡한 계산 없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애플은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개념을 모호하게 가져갔습니다. 사람들은 새로 출시된 아이폰4와 그 이전 모델인 아이폰3GS를 보고는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이전 해상도와 적어도 3배 이상 4배에 가까운 굉장한 차이가 나야 하고, 시야각에 따른 화질 저하가 거의 없는 IPS(In Plane Switching) 방식이어야 하며, 픽셀당 밀도가 300ppi를 넘어야 하는 것으로요. ppi는 1인치에 얼마만큼의 화소가 들어갔는가 하는 수치로서 스티브 잡스는 300ppi 이상은 인간의 망막으로 픽셀 구분을 거의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1인치에 300개의 화소가 들어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차세대 아이팟터치가 나오자 시야각에 따라 화질 저하가 있는 방식으로 밀도만 높인 디스플레이를 레티나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IPS일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어서 애플은 아이패드에 레티나를 적용하고 맥북프로의 레티나 버전에서는 2880*1800 픽셀을 실현했습니다. 이것 역시 1440*900을 네 배로 늘린 해상도입니다. 기존 해상도의 글자와 그림을 가장 쉽게 새로운 고해상도 화면으로 옮길 수 있는 선택입니다.
화면이 워낙 크기 때문에 레티나 맥북은 15인치에 저만큼의 픽셀을 넣었습니다. 밀도로 따지면 221ppi입니다. 그렇다면 300ppi가 아니어도 레티나라고 부르는 것이 됩니다. 결국 레티나 디스플레이란 말은 애플이 붙이는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의 상표 이름이라고 보면 됩니다.
2. 고해상도 구현의 매력은?
그런데 생각해보니 좀 이상합니다. 이렇게 단순히 픽셀을 두 배로 늘리는 방식이라면 크기만 늘어날 뿐 가장자리에 계단현상이 나와야 합니다. 비트맵 방식이라고도 하는 그래픽 배열 방식은 점 하나하나의 위치를 기억한 다음 그 점을 그대로 찍어서 그림을 표현합니다. 따라서 네 배로 확대한다면 그 상태 그대로 점의 숫자만 늘어납니다.
그런데 실제로 구현된 아이폰이나 맥북의 레티나 디스플레이 방식은 이런 비트맵 방식 외에 벡터 방식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해상도가 높아지더라도 계단형식이 없이 깨끗한 창이나 글자폰트 표현이 이뤄집니다. 이 벡터 형식은 어떤 것일까요?
벡터 방식 폰트와 그래픽은 화면에 보이는 데이터를 위치와 각도로 표시합니다. 점을 촘촘히 찍는 것이 아니라 점 하나를 찍고 거기서 45도 각도로 어느 정도의 길이만큼 뻗어나간다는 식으로 데이터를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이 방식의 폰트와 그래픽은 크기를 크게 그리게 되면 점 하나를 찍고 정확히 각도에 따른 선을 긋게 됩니다. 따라서 계단현상이나 울퉁불퉁한 모양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벡터방식 그래픽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습니다. 계산을 해가며 화면을 그려야 하다 보니 빠른 연산이 많이 필요해진다는 점입니다. 비트맵 방식은 이미 계산이 끝난 결과 데이터가 들어있습니다. 하지만 벡터 방식은 계산 직전의 데이터가 있습니다. 즉석에서 다시 그려주는 것이 벡터 방식입니다. 그래서 빠른 그래픽 연산 장치의 뒷받침이 없이 고해상도의 벡터 방식 그래픽을 쓰면 화면 속도가 늦어지고 버벅거리게 되는 것이지요.
칩기술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던 때에는 이 점이 벡터방식의 구현을 막는 요인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칩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어 구현 자체에는 그다지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해상도가 크게 늘어난 지금도 충분히 벡터 방식으로 처리할 수 있기에 우리는 이런 엄청난 고해상도에서 깨끗한 글자와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3. 풀HD 해상도 스마트폰 등장
애플 쪽에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있다면 다른 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반대 진영인 안드로이드폰에서는 얼마 전부터 풀HD 해상도를 가진 스마트폰이 출시되고 있습니다. 팬택의 넘버6, LG의 옵티머스G 프로는 5인치 정도 크기에 1920*1080 해상도를 탑재했습니다.
애플의 상표명인 레티나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지만 이 제품 역시 사람의 눈으로 픽셀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고밀도입니다. 400ppi라는 픽셀 밀도인데 이 해상도가 벡터 그래픽 방식과 결합되면 글자는 더욱 선명하고, 그림은 입체감마저 느껴질 정도로 또렷하게 보입니다. 여기에 색감만 잘 내준다면 마치 현실의 물체가 있는 것처럼 착각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고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 그래픽 가속칩 역시 계속 발전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을 최신으로 바꾸신 분들은 해상도가 몇 배로 늘어도 모든 면에서 동작속도가 빨라진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입니다. 보통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싱 유니트(APU)이라 부르는 칩 안에 들어가는 그래픽 칩은 계속 빨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속도 향상은 쓸데없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런 초고해상도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하니까요.
이것이 결코 끝이 아닙니다. 개인용 컴퓨터가 갓 개발된 초창기에는 640*200의 화면에 겨우 16색을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지금은 눈으로 구별도 가지 않을 엄청난 고해상도 화면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우리는 그런 화면을 들고 다니며 책을 읽고 영상을 볼 수 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현재의 몇 배 해상도를 보여주는 제품이 나올 것입니다. 그때를 기다리며 날이 갈수록 발달하는 기술의 혜택을 마음껏 누려보는 건 어떨까요?
니자드(본명: 안병도)
IT 평론가이자 파워블로거. 명확하고 날카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 심도있는 IT 평론으로 정평이 나있다.
블로그 니자드의 공상제작소(http://catchrod.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으며 소설가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는 웹스미디어 미디어 뉴스 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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