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답’을 찾다
역사물 돌풍이 무섭습니다. 상반기에는 드라마 <정도전>이 정극은 안 된다는 통념을 깨고 정도전 돌풍을 불러일으키더니, 올 여름 개봉한 영화 <명량>은 개봉 12일만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며 최단기간 최대관객이라는 한국 영화계의 신기록을 수립하였습니다. 두 작품 모두 우리의 역사를 소재로 다뤘습니다. 개혁가 정도전과 왜로부터 나라를 지킨 장수 이순신을 말이죠.
왜 갑자기 사람들이 역사적 인물에 열광하는 걸까요. 이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오고 갈 수 있겠지만 이 두 인물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싶습니다. 권문세족의 반대에도 백성을 위해 토지제도를 뜯어고친 정도전, 모두가 두려워할 때 본인이 먼저 앞서 나가며 장수들을 이끈 이순신은 모두가 꿈꿔오고 바라던 지도자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진정한 리더가 없는 이 시대에 그들을 보며 열광하고 리더십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이죠.
역사에 있었다면 현재에 있지 말라는 법은 없을 겁니다. 우리가 지나간 과거인 역사를 끊임없이 다시 꺼내 읽고 재해석하는 것도 미리 경험했던 사람들의 경험을 토대로 위기는 극복하고 지혜는 배우기 위함이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우리 역사를 다룬 책을 소개할까 합니다. 시험을 보기 위한 역사가 아닌 답을 찾기 위한 역사를 만나보세요. 훨씬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왜, 지금 다시 이순신인가!
<불패의 리더 이순신>, 윤영수 지음
“나는 조선의 장수다. 장수는 전장에 나가야 되고 나가면 이겨야 한다.”이순신은 절대적인 열세의 전력 속에서도 두려움을 극복하고 전략적인 전술로 17차례의 큰 전투와 몇몇의 작은 전투 사이에서 대승을 거둔 신화적인 장군입니다. 그중에서도 명량해전은 단연코 최고의 전투로 꼽히는데 영화 <명량>의 소재가 되었던 명량해전에서는 단 12척의 배로 300척이 넘는 왜군을 격파한 해전이었죠. 모두가 두려워해 앞서나가지 않을 때 이순신 장군의 배 한 척만이 앞으로 나가 수십 척의 배를 상대로 싸웠다고도 하고요.
이순신은 어떻게 싸움에서 이길 수 있었던 걸까요? 이 책 <불패의 리더 이순신>은 이순신 장군의 전쟁 기술에서 성공의 원칙을 뽑아냅니다. 먼저 이순신은 장수라는 자신의 정체성에 투철해 이기겠다는 목표 하나에 모든 총력을 다했습니다. 장군이라는 직위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아래 장수들과의 소통에도 앞장섰습니다. 자기 가진 것을 냉정하게 평가해 볼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이길 수 있는 전략을 도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순신이라는 인물을 백성을 섬긴 역사적인 인물로 바라볼 수도 있지만, 위기에 처한 기업의 리더들이 새로운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가진 것은 적어도, 위기의 상황에 빠져있어도 이순신의 통찰력을 배울 수만 있다면 답은 쉽게 찾을 수도 있을 겁니다. 영화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이순신의 여러 모습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혁명가 정도전을 다시 읽다
<정도전과 그의 시대>, 이덕일 지음
원래 난세에 영웅이 탄생하는 법입니다. 평온하고 모든 것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갈 때는 아무리 잘 해도 그 능력이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진정한 능력자의 모습이 드러나게 되죠. 위기에 휩쓸리지 않고 정중동을 지키며 치밀한 전략 하에 위기를 타개해 나가는 역량이 도드라지게 표출되니까요.
정도전도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고려 말, 토지제도가 무너지며 있는 자들은 더욱 부를 탐하고 없는 자들은 쌀 한톨까지 뺏기는 혼란의 상황이었습니다. 모두가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지 않았고, 그렇게 왕조는 몰락을 향해 점점 기울고 있었죠. 그때 정도전이 등장합니다. 더 이상 고려 왕조에 답이 없다 여긴 정도전은 이성계의 손을 잡고 조선을 개국하며 토지개혁을 단행합니다. 무릇 백성은 국가의 근본인 동시에 군주의 하늘이라 믿었던 정도전은 백성을 위한 토지개혁이야말로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고 믿었던 것이죠.
개혁이라는 것이 말은 쉬워도 실행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 것입니다. 그것에 대한 확신도 있어야 하고, 밀고 나가는 뚝심도 있어야 하며,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 힘도 필요하죠. 정도전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바꿀 수 있는 방법, 바꿀 수 있는 힘을 정도전을 통해 배워볼 수 있으니까요. 이 책은 그런 정도전을 잘 그려내고 있으니 정도전이 궁금하시다면 이 책을 추천해드립니다.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e>, EBS 역사채널 지음
<역사e>는 <지식e> 시리즈를 기획한 EBS가 국사편찬위원회와 공동 기획해 우리 역사만을 가지고 일주일에 한 편씩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입니다. 방송에서 보여준 문장과 이미지들을 적극 활용해 영상의 감동을 그대로 옮겨왔죠.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이야기 구성도 맛깔지게 구성해 역사라는 고리타분한 이미지를 벗겨냈고, 각각의 주제를 현재의 문제의식과 연결시켜 역사란 끊임없이 반복되고 현재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사 순이 아닌 주제별로 구성했기에 다양한 시대의 이야기를 골라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책을 읽다 보면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읽게 되지만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가슴 벅차 오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폭군으로만 여기던 광해군이 사실은 뛰어난 외교 전략가였으며 그 누구보다 백성의 생명을 소중히 여긴 군주였다는 새로운 역사적인 평가, 권력에 휘둘리지 않고 객관적인 역사적 기록을 남기기 위해 목숨까지 걸고 사초를 기록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까지 등재된 <조선왕조실록>을 만든 사관들, 임진왜란 당시 일본 이름 [사야가]에서 한국 이름 [김충선]으로 일본에서는 사라졌지만 한국에서 부활한 조선의 명장 김충선의 이야기까지 우리 역사 곳곳에서 나라를 위해 살아가던 그들의 이야기가 우리의 가슴을 뜨겁게 만듭니다.
일제강점기의 눈물, 민주주의를 향한 한국 현대사의 아픔까지 쓰리고 아픈 역사도 있지만 <역사 e>를 읽으면 우리나라도 참 멋진 역사를 가지고 있고, 그 역사를 만든 자랑스러운 조상들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사회에 산재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 어쩌면 이 역사 속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과거는 반복된다고 했습니다. 지금이라도 우리 이야기를, 나의 이야기를 만나봅시다.
영화로 보는 한국사 명장면
<한국사 영화관>, 김정미 지음
<왕의 남자>, <광해>, <최종병기 활>, <변호인> 등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던 영화들 중에는 우리의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꽤 있습니다. 역사라는 게 그 시대에 맞게 끊임없이 재해석될 수 있고, 그 시대의 고민을 담아낼 수도 있고, 답을 모색해볼 수도 있으니 역사를 다룬 영화들은 꾸준한 사랑을 받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대한민국 역사를 한눈에 꿸 수 있는 영화 20편을 골라 시대의 흐름에 맞게 살펴봅니다. 역사도 읽고 영화도 보는 책이죠.
고구려 멸망을 그린 <평양성>을 시작으로 15세기 <관상>, 연산군 대 <왕의 남자>를 거쳐 일제 강점기인 <모던보이>, <기담> 그리고 민주화 운동이 활발했던 1980년 한국 현대사를 다룬 <변호인>까지 한국 역사 속에서 주요했던 사건을 다룬 영화를 통해 한국사의 맥락을 잡아갑니다. 영화에서 미처 다 설명하지 못한 당시 역사적 배경설명을 한다든지, 사실과 달리 왜곡된 부분을 바로잡아주던지 하면서 역사에 대한 폭넓은 상식과 교양을 쌓게 해줍니다. 또한 역사 속에서 매력적이었던 인물들인 정약용, 황진이, 신윤복 등의 사람에 관한 이야기도 담고 있고요.
우리에게 보다 친근한 영화로 접근하다 보니 역사를 읽는 것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즐거워지게 하는 책입니다. 역사 공부는 다시 시작하고 싶은데 책만 보면 머리가 아파지시는 분들이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리듬(최지연)
《야밤산책》의 저자이자 2009년부터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된 블로거.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오픈캐스트 ‘평범한 직장인의 책 읽기’를 운영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nayana0725.blog.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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