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도의 영화읽어주는남자] 협상과 소통의 가르침을 알려 주는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We Bought a Zoo)’

201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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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과 소통의 가르침을 알려 주는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We Bought a Zoo)



당신은 더 얻을 수 있습니다

“인간은 귀가 둘인데 입은 하나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하는 만큼의 두 배를 들을 수 있습니다(We have two ears and one mouth so that we can listen twice as much as we speak).” 이것은 로마제정 시대의 철인인 에픽테투스의 가르침입니다. 협상과 소통을 위해 잘 말하는 기술도 중요하지만 잘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지요.

 

 



영화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We Bought a Zoo)’도 에픽테투스의 교훈을 일깨우는 영화입니다. 벤저민(맷 데이먼)은 아내와 사별한 후, 두 아이를 홀로 키웁니다. 문제는 일곱 살인데도 속이 깊은 딸 로지와 달리 초등학생인 아들 딜런이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사고뭉치입니다


어머니의 빈자리 때문일 거라고 판단한 벤저민은 고심한 끝에 중대한 결정을 내립니다. 망해가는 동물원을 사서 전원생활을 하기로 마음먹은 것이지요. 딸은 반기고, 아들은 반발합니다. 자연히 부자간에 언쟁이 잦아지겠지요. “대화를 잘하는 비법은 잘 듣는거야(The secret of talking is listening).벤저민은 반항하는 아들에게 그렇게 충고하지만, 사실 아들 딜런과는 의논 한 마디 없이 이사를 결정했으니, 벤저민 자신부터 그 말을 실천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동물원도 벤저민 가족에게 시련을 안겨줍니다. 망해가던 걸 무리하게 인수한 탓도 크지만 벤저민은 현재 자금 사정이 좋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참 다행인 것은 동물원 직원들이 그를 잘 따른다는 점입니다. 동물원을 향한 그의 두터운 애정을 읽은 것이지요. 때마침 미모의 사육사 릴리(스칼렛 요한슨)가 따뜻한 힘이 돼 줍니다.


 

 

둘 사이에 핑크빛 무드가 무르익어 갈 무렵, 벤저민은 은행 잔고가 바닥납니다. 다행인 것은 위기가 커질수록 그의 가족이 더 단단하게 뭉치기 시작한다는 점입니다


서로의 마음을 더 잘 읽으려고 노력한 덕분이지요. 게다가 행운은 벤저민을 찾아옵니다. 바로 아내가 죽기 전 남겨둔 거금의 유산을 발견합니다.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친 동물원엔 그 어느 때보다 활기가 돕니다. 그런데 뜻밖의 위기가 찾아오는군요. 동물원의 개장 여부를 판정해 줄 조사관이 점령군처럼 들이닥치는데요.



알고 보니 그는 벤저민이 동물원을 사들이기 전부터 일꾼들에게 반감을 품고 있었더군요. 조사관은 독사 같은 눈매로 점검을 시작합니다. 합격점을 줘야 하는데도 그는 온갖 꼬투리를 잡으면서 불합격시키려고 혈안입니다.



 

그때 묵묵히 듣고 있던 딸 로지가 불쑥 나섭니다. “여기 사람들은 다 아저씨가 ‘왕재수’래요. 


, 로지가 어쩌자고 그런 돌출발언을...! 모두가 얼어붙습니다. 그러자 로지가 앙증맞게 말을 잇습니다. “그게 무슨 뜻인지는 모르지만요, 저는 아저씨가 ‘왕재수’라고 생각 안해요.

 

 

 

, 조사관의 채점 결과는? 두두둥, 합격입니다


로지의 협상 기술(?!)이 빛을 발한 것이지요. 로지의 화술을 모델로 우리는 스튜어트 다이아몬드의 가르침을 배울 수 있겠군요. 다이아몬드는 책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Getting More)> 에서 이렇게 힘주어 말합니다.

 



당신은 더 얻을 수 있습니다(You can get more).협상학의 대가인 저자가 협상 기술의 보석들을 제시하면서 특히 강조한 것도 역시 상대의 마음을 잘 읽는 능력입니다. 왜 아닐까요, 마음을 잘 읽을수록 상대와 더 깊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것이지 않을까요?



- 영화 배급사: 21세기 폭스


이미도 외화번역가, 작가‘. 장화 신은 고양이’,‘ 쿵푸 팬더’시리즈,‘ 슈렉’시리즈,‘ 진주만’,‘ 반지의 제왕’3부작,‘ 아메리칸 뷰티’, ‘글래디에이터’등 480여 편의 영화를 번역했고, <이미도의 영어선물> <나의 영어는 영화관에서 시작됐다>등의 산문집과 <이미도의 등 푸른 활어영어> <영화백개사전 영어백과사전>등의 영어 교재를 집필했습니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사외보'살맛나는세상' 에 실린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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