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세상] 시흥의 '봉사 대모' 이상기씨

2020.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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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도 빠짐없이, 어려울수록 신명나게

시흥의 '봉사 대모' 이상기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이상기 씨는

주변인들로부터 '미쳤다'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고 합니다.


하루 평균 여덟 시간 남짓의 

봉사를 매일 하면서도

힘과 흥이 넘치기 때문인데요.


소외된 어르신들에겐 정성 어린 반찬을, 

외로운 청소년들에겐 따뜻한 쉼터를

제공해온 날들. 

잡념 없는 노동이, 욕심 없는 나눔이 

그녀를 신나게 합니다. 


행복해지기가 그녀에게는

참 쉬운 일입니다.


오늘의 반찬, 오늘의 온기


그때는 싫었는데 지금은 그리운 것들이 

우리 삶엔 있습니다.


그녀에게는 

'어린 날의 국수'가 그것입니다.


학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녀의 어머니는 커다란 양은 양푼에 

국수를 삶아놓고 대문 앞을 지나는 

아이들에게 먹이곤 했습니다. 


그녀는 그게 싫었습니다. 

괜한 일을 하는 어머니도, 

공짜 점심을 먹고 가는 아이들도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그녀가 '같은 일'을 하며 

어머니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나눔으로 피어난 웃음꽃


배고픈 누군가가 안쓰러워

자신의 시간을 기꺼이 써온 나날. 

환하게 피어나던 어머니의 웃음꽃이

그녀의 얼굴에도 활짝 피었습니다.


“반찬 나눔은 97년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엔 한 달에 두 번,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반찬을 나눠드렸어요. 

그러다 2002년 '나눔자리문화공동체'라는 

봉사 단체를 꾸리면서 

조금씩이라도 거의 매일 반찬 나눔을 하고 있죠.”


코로나19가 확산된 뒤부터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반찬을 

하루도 빠짐없이 이웃에 전달 중입니다. 


어려운 시국엔 어려운 이들의 삶이 

더 팍팍해지기 때문입니다.


매일 장을 보고 매일 새 반찬을 만듭니다. 

배달까지 마치려면 하루 평균 여덟 시간 남짓을 

이 일에 쏟아부어야 하는데도, 

산더미 같던 재료가 

색색의 반찬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이상기 씨는 날마다 새롭고 즐겁습니다.



365일이어지는 맛있는 한 끼 배달


시흥시자원봉사센터의

 '따뜻한 봉사자 밥차'를 이용해, 

지난 7월 9일엔 코로나19로 
힘들어진 소외이웃 

이백 가정에 반찬을 전달하기도 했습니다. 


함께하는 동료 회원들이 있어 

힘든 줄 몰랐던 하루였는데요.

힘을 주는 건 동료들만이 아닙니다. 


시흥시로부터 20년 넘게 빌려 쓰고 있는 

시흥시체육관 식당에는 

반찬 만드는 데 써달라며 

제철 농작물을 보내주는 

이웃 농부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엔 열무밭을 통째로 후원받아 

이백오십 가정에

갓 담근 열무김치를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고마운 이들의 착한 도움 덕분에 

그녀의 나눔은 오늘도 계속됩니다.



새 인생을 열어준 봉사


그녀의 어머니가 
나눔의 정서를 선물한 주인공이라면, 
그녀의 딸은 나눔의 계기를 
선사한 장본인입니다. 

1987년,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딸아이는 몸이 자주 아팠습니다. 

그 아이를 데리고 온 가족이
충북 음성 꽃동네로 갔습니다. 
그곳 신부님께 딸을 위한 
도를 부탁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찾아간 그곳에서 
이상기 씨 가족은 기도 대신 
봉사로 방문 목적을 바꿨습니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이 그들의 마음을 
자연스레 돌려놓은 것입니다.
방문 첫날부터 말벗 봉사를 시작해 
한 달에 한 번꼴로 그곳에 내려갔습니다.

여행보다 봉사가 이 가족의 기쁨이 되었습니다.



청소년을 나눔으로 이끄는 이유


청소년상담사로 활동하면서, 

마음 둘 곳 없는 청소년들에게 

그들만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앎’으로 설립한 것이 나눔자리문화공동체.


2002년 설립해 2012년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한 

나눔자리문화공동체엔 현재 

반찬 나눔을 하는 23명의 어른 봉사자와 

재능을 기부하는 500여 명의 

청년, 청소년 봉사자가 소속돼 있습니다. 


청소년 봉사자들은 인문학, 사진, 요리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통해 

각자의 재능을 키우고, 

봉사 활동은 각자의 적성과 재능에 맞게

 '따로 또 같이' 해나갑니다.


“상처 많던 청소년이 건강한 청년으로 성장한 뒤, 

청소년들의 멘토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아요. 

그 친구들이 저한테 그래요. 

자신들이 돈을 모아 빌딩을 지을 테니, 

월세 내기 벅차더라도 조금만 버텨달라고. 

아이들이 멋지게 성장한 모습을 보고 있으면, 

세상 그 무엇도 부럽지 않아요.”


부러움도 외로움도 두려움도 

그녀의 것이 아닙니다. 

나눔이 안겨준 즐거움만이 

그녀의 가슴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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