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사자인터뷰] 교통사고 후유 장애 극복하고 봉사를 실천하는 서광석 씨

2020.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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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인해 세상이 행복해질 수 있기를

교통사고 후유 장애 극복하고 봉사를 실천하는 서광석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오늘 만나볼 서광석 씨는 한창 젊은 나이인 서른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오른쪽 반신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되었습니다. 사고는 예고 없이 들이닥쳤습니다. 오토바이 택배기사로 일하던 서광석 씨는 고객의 물품을 싣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길에 신호 위반을 하는 택시에 들이받히는 사고를 당하고 말았습니다. 1997년 10월, 하고 싶은 것도, 이루고 싶은 것도 많았던 나이, 충격이 컸습니다. 그런데, 그는 교통사고를 극복하고 봉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어떤 이야기인지 함께 들어볼까요? 







좌절할 겨를조차 없었던 그때


“서로 달리는 상태에서 충돌하다 보니 피해가 컸어요. 목격자들 말로는 제 몸이 20m 가까이 떠올랐다가, 다시 바닥에 부딪힌 뒤 튀어 올랐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충격이 심했는지 헬멧도 벗겨졌고요. 경찰들도 이런 사고를 당하면 90%가 즉사한다고 말할 정도였어요.” 


사고 직후 응급실로 옮겨졌지만, 병원에서는 보호자 동의 없이는 수술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가까운 곳에 사는 가족이 없었던 탓에 그는 네 시간가량 방치되었습니다. 심한 뇌출혈로 머리가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지만, 형이 도착하고 나서야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가망은 없었습니다. 의사는 수술 성공 확률이 고작 1%, 성공하더라도 식물인간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라 했습니다.


“수술 후에 한 달 정도는 의식이 없었어요. 문병 오는 분들마다 고개를 저으며 나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수술이 기적처럼 잘 되어 의식을 되찾게 되었지만, 뇌를 다친 후유증 때문에 초반에는 어떤 생각이나 의지 같은 것을 가지기는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좌절감이라는 것을 느낄 겨를도 없었던 거죠.”


한창 젊은 나이인 서른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오른쪽 반신마비라는 장애를 갖게 된 서광석(52) 씨. 뇌출혈 후유증으로 신체 오른쪽 반신이 마비되 지체장애 2급 판정을 받았습니다. 물론 예전으로 돌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알았지만, 재활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리고 수술 3개월 후 온전하지는 않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휠체어에서 일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리고 5년째 봉사활동을 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가진 것을 내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 


“6개월 정도 입원해 있다가, 요양병원을 함께 운영하는 기도원으로 재활하러 들어갔어요. 특별한 일 없이 지내는 도중에 원장님께서 제게 요양병원에서 봉사활동을 해보면 어떻겠냐고 하시더라고요. 요양병원에는 중풍이나 치매를 앓는 어르신들이 대부분이니 식사와 목욕 같은 것들을 도와드리면 좋겠다고 하시면서요.”


봉사활동을 권유받은 그는 그 길로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자신에게 왜 봉사를 권하는지 한 치의 궁금증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로 인해 누군가 행복할 수 있고,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보람 있을 것이라는 생각뿐이었습니다. 


“요양병원에서 봉사하면서 참 많은 것을 배웠어요. 처음에는 제가 그분들을 도와드린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나를 위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거든요. 그리고 사회 일원으로서 모두가 공평하게 행복할 수 있도록 가진 것을 내주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배우게 됐어요.”







봉사는 서로 즐겁기 위해 하는 것


기도원에서 2002년에 퇴소를 한 그는 여동생이 살고 있는 평택으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소일거리를 하며 지내던 어느 날, 그는 동네 교회에서 우연히 탁구대를 보게 됐습니다. 어려서부터 워낙 운동을 좋아했던 그였기에 가슴속에 탁구를 치고 싶다는 열망이 샘솟았습니다. 탁구를 배울 수 있는 곳을 알아보던 그는 평택북부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하는 탁구 프로그램을 알게 됐습니다. 오른손잡이이지만, 오른손이 마비되었기에 처음에는 탁구채를 쥐는 것조차 수월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년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탁구를 치다 보니 몸의 움직임도 예전보다 좋아지고, 탁구 실력도 눈에 띄게 늘게 되었습니다.


“원래 운동신경이 좋아서인지 1년 만에 탁구 실력이 많이 늘었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우는 사람 입장에서 가르쳐주는 사람 입장이 되어있더라고요. 탁구를 배우러 오시는 분들의 상대를 해드리는 봉사자가 되어 있었던 거죠.”


탁구를 배운 지 1년 뒤인 2014년부터 그는 본격적인 탁구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탁구라는 운동은 혼자서 할 수 없는 특징이 있는 데다가, 초보자들끼리 연습을 하면 온종일 공만 줍다가 끝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력 있는 상대가 필요한 운동입니다. 그래서 그는 장애인, 장애인 보호자 등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다양한 탁구 프로그램에 봉사자로 참여해 탁구 상대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연습 상대 


봉사하는 요일과 기관 또한 다양합니다. 월요일에는 평택북부장애인복지관에서 장애인 보호자를 대상으로, 화요일과 목요일은 평택북부장애인복지관에서 프로그램 운영 위탁을 한 기쁜감리교회에서 장애인을 대상으로, 금요일에는 서정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토요일에는 부락종합사회복지관에서 탁구 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시작 전에 제일 먼저 와서 탁구대를 설치하는 것부터 제 몫이에요. 수업 시간에는 탁구 상대이자 선생님 역할을 하고 있죠. 발달장애나 지체장애가 있는 분들을 상대할 때에는 정말 큰 인내심과 책임감이 필요해요. 습득 속도도 느리고, 몸이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그분들의 몸과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니, 이만큼 좋은 연습 상대가 어디 있겠어요?”


손재주가 좋은 그는 버려진 배드민턴 라켓과 긴 막대로 탁구공을 줍는 도구를 직접 개발해 자신이 다니는 봉사처에 나누어주고 있습니다. 그런 그를 두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정말 선한 사람’, ‘한결같은 사람’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습니다. 일주일 내내 ‘어떻게 하면 사람들을 편하고 즐겁고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달고 산다는 서광석 씨. 늘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그에게서 세상 가장 순수하고 값진 이타심을 배웁니다. 





※ 해당 기사는 코오롱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22를 재가공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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