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만큼 향기로운 이웃사랑
커피로 재능기부하는 바리스타 이수현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는 이수현 씨의 이력은 굉장히 화려합니다. 2019 코리아바리스타어워즈 에스프레소 부문 최종 우승,
WYBC(세계유소년바리스타챔피언십) 운영위원장, ORO 온두라스국제심사위원 등 커피산업 전 분야에 걸친 화려한 이력을 자랑합니다. 그리고 이수현 씨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이력이 있는데요. 8년째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는 ‘무료 커피 교육’이 바로 그것. 사람과 소통하는 것’이 좋아 시작한 일이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고 합니다. 향긋한 커피 향 만큼이나 기분 좋은 이수현씨의 봉사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복지’와 ‘커피’의 만남
지금은 능력을 인정받은 바리스타이자, 커피 교육을 이끄는 전문 강사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는 원래 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니, 커피를 잘 몰랐다고 하는 편이 맞을 것입니다. 전공 역시 아동·청소년 지도학으로 커피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하지만 청소년지도사로 일하며 새로운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고 그것이 커피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요리사셨는데 보육원이나 요양원 등으로 봉사를 많이 다니셨거든요.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그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며 보람을 느끼셨어요. 저 역시 어릴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요리하시는 모습을 많이 봐왔고요. 어린 마음에 저와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봉사활동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아버지가 야속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봉사하러 간 곳에서 한 장애인 친구가 제 손을 덥석 잡는 거예요. 너무 놀라 뒷걸음질을 쳤죠. 그때 아버지가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네가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도 저 친구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고요. 이제는 그 말씀의 뜻을 너무 잘 알아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자연스럽게 봉사활동에 참여하게 된 것 같아요.”
커피 복지는 여전히 진행 중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하면서부터 주변에서 바리스타 특강 제안을 받게 되었고, 그렇게 본격적으로 커피와 관련된 길을 걷게 된 그는 과거 청소년지도사로 일했을 때의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불우한 환경에 있거나 문제아라는 낙인이 찍힌 채로
살아가는 아이들처럼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과 ‘커피’를 통해 소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좋은 일에 많이 불러주시니 점점 기부가 되어가더라고요(웃음). 주변에서는 이렇게 해서 돈은 어떻게 버냐고 걱정하기도 해요. 하지만 저에게 커피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사람을 만나게 해주는 소통창구 같은 거예요. 사람 만나는 것이 좋아서 본격적으로 바리스타 활동을 하게 된 거니까요. 전공을 버리고 너무 새로운 직업을 선택
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지만, 오히려 커피를 만나며 ‘복지’를 적극 실천할 수 있게 됐으니 전공을 십분 살린 길이라 봐야겠죠.”
커피를 통해 만들어가는 ‘상생’의 가치
그에게 봉사의 삶은 우연처럼 다가왔습니다. 바쁘고 고된 하루를 살아가며 매일같이 지나치던 길, 젊은 남자 셋이 둘러앉아 분주하게 양파를 까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던 것. 평소라면 눈에 크게 띄지 않았을지도 모르지만, 그날따라 그 모습이 눈에 밟혀 다가가 말을 건네게 됐습니다.
“노숙인들에게 무료로 밥을 나누어주는 곳이라고 하는 거예요. 좀 도와드릴까 물어봤더니 그러면 고맙겠대요. 그날 이후로 시간이 날 때마다 들르다가, 얼마 뒤부터는 아예 시간을 내서 다니기 시작했어요. 별거 아닌 것처럼 봉사를 시작하게 된 셈이죠. 나처럼 힘들고 배고픈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밥 한 그릇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말하지 않아도 얼마나 고되고 힘든지 알기에, 그저 따뜻한 위로 한 그릇 전해주고파 시작한 봉사가 벌써 20년째. 8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그는 몸이 편한 것보다 마음이 편한 것이 낫다며 고된 봉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어제도 오늘도 그러했듯 그는 내일도 어김없이 새벽길을 나설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겠다는 세상 가장 넉넉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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