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K] COCOON2019展에 가다!
코오롱 문화 예술 나눔 공간: 누에고치(cocoon)에서 아름다운 나비로
안녕하세요, 코오롱 소셜미디어 대학생 서포터즈 신예진입니다.
코오롱 문화 예술 나눔 공간 ‘스페이스K’에서 <COCOON 2019> 展이 열리고 있습니다. 스페이스K_과천에서 열리는 <코쿤> 展은 해마다 역량 있는 신진 작가를 발굴하고 있는데요. 올해로 8회를 맞이하는 코쿤 전은 일상과 사물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는 신진작가 세 분의 작품을 전시하였습니다. 김연수, 김태연, 최수미 세 분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요?
김연수 작가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코쿤2019 전에 참여하신 소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제가 ‘아시아프’라는 아트페어에 내놓았던 몇 개의 소품을 보시고 초대해주셔서 이번 코쿤 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수많은 작품 속에서 제 작품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음)
Q. 작가님의 작품들은 주로 자연을 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는데요, 자연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A. 사람은 대화를 통해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데, 자연은 우리와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없잖아요. 말을 하지 못하는 생명체들을 대변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또 제가 여행 중 장기간 이동을 하며 그저 기찻길이나 버스로 지나가 버리게 되는 숲이나 나무들을 많이 보게 되었어요.
유명한 관광지도 아니고 사람들이 찾아갈 만한 아름다운 장소도 아닌데, 그것들이 너무 아름답고 묘하기도 해서 우리가 놓치면 안될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사람들에게 주목 받지 못하는 소외된 것들에서 찾는 아름다움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멍하게 밖을 바라보다 어느 순간 마음에 들어오는 풍경을 발견하고 작업을 하고, 작업을 하며 관심이 깊어져 밖을 더 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자연에 대한 애정이 생겨난 것 같아요.
Q. 저는 작가님의 작품 중 「바람이 되어버린 나무」라는 작품이 인상 깊었는데요, 제목의 의미를 알 수 있을까요?
A. 사람들이 스키장의 리프트 라인을 만들기 위해 몇 백 년 된 나무를 다 베어버린 거예요. 우리가 놀이를 하기 위해 저 생명들을 그냥 죽여버린 거죠. 나무가 베인 채로 거기 누워있는데, 제가 보기에는 죽은 나무의 무덤 같은 느낌도 있고 저들이 참 슬퍼 보였어요. 그 영혼이 스키장이나 눈이 있는 산을 바람이 되어 왔다갔다하는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래서 제목을 「바람이 되어버린 나무」라고 지었어요.
Q. 그래서 작가님의 작품들에서 특유의 적막한 분위기가 느껴졌군요.
A. 맞아요. 그곳에 계속 머물러 있고자 하는 무언의 존재들의 염원과 그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았어요.
Q. 가장 기억에 남았던 풍경과 그것을 표현한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슈바르츠발트’라고, 검은 숲이라고 해요. 기차를 타고 숲을 한참 동안 지나가서 여기가 어딜까 하고 검색을 해봤는데 슈바르츠발트였어요. 소나무, 잣나무와 같이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들이 많았는데도 안개 때문인지, 공기가 달라서 그런지 그 장소가 굉장히 생소하고 묘하게 느껴져 그곳을 오랫동안 쳐다봤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리게 된 작품이 「스쳐 지나간」입니다.
Q. 번짐과 흐릿함이라는 작품의 특징이 그런 분위기를 더 잘 표현해준 것 같아요. 작업과정을 알 수 있을까요?
A. 제가 특정한 자료를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더듬어 그리는 것이기 때문에 정확한 선을 딸 수 없고, 그렇다고 제가 인위적으로 그것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어요. 그렇게 되면 거짓인 것 같아서요. 그저 ‘이 그림은 내 머리 속에 있는 것을 옮긴 것이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붓으로 문지르면서 그리고 얇게 물감을 올리다 보니 이런 작품들이 완성되었어요.
Q.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소외된 것들을 주로 그리고 있는데, 제 작품이 우리가 주목하지 않는 것들을 보며 잠깐 시간을 내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요. 이 친구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우리가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함께 돌아보는 거죠. 또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꼭 자연이 아니더라도 놓치고 있는 다른 것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면 좋겠어요. 거기에도 나름 아름다운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어요.
김태연 작가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 코쿤 전에 참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스페이스K가 워낙 좋은 공간이고, 또 좋은 작가님들과 함께 전시할 수 있는 멋진 기회라고 생각해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현재 우리는 SNS 등을 통해 시공간을 뛰어넘는 소통이 가능한 시대에 살고 있다고 흔히 말합니다. 그러나 작가님의 작품들에서 가상세계는 진정한 소통을 의미하지 않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인가요?
A. 저는 원래는 약간 염세주의적이었어요. (웃음) 진정한 소통이란 남을 완벽히 이해하는 것인데, 그게 유한적이고 불가능함을 표현하는 작업을 옛날에 했었거든요. 끊임없이 남을 이해하고 남과 연결되고 소통하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질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 몸 하나뿐이잖아요.
결론적으로 소통의 기본은 나와 내 몸밖에 없고, 거기서 완벽한 소통은 불가능하지만 소통은 항상 변화하는 존재라는 결론을 내렸죠. 어느 한 순간만큼은 소통하고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겠지만 그건 또 순간적이고 영원하지 못하다고 생각해요.
Q.「무간공유」라는 제목의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A. 불교에서 지옥 중에 ‘무간지옥’이 제일 힘들다라는 말이 있어요. 제가 불교이기도 하고, 부모님도 불교를 믿으셔서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무한한 온라인의 공간 속에서 우리는 단지 인간일 뿐인데, 끊임없이 내 자신을 드러내고 공유하고 다른 사람들과 연결이 되어야만 존재를 인정 받고 살 수 있다는 것이 마치 지옥과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Q. 작가님의 작품들에서 인간의 혈자리와 통신망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A. 삶 속에서 소셜 네트워킹이 잘되면 ‘잘나간다’라고 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저희 몸도 혈자리를 따라 혈이 잘 순환되어야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고 이야기를 해요. 그런 두 개의 연관성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그 과정에서 우리가 몸의 건강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고 있음을 깨달았어요. SNS가 우리 신체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며 작업을 했어요.
Q. 인간의 몸을 독특하게 표현하셨는데, 이 또한 그런 생각과 관련이 있나요?
A. 네, 맞아요. 한의학 서적 「동의보감」에 나오는 신체도의 일부를 참고했어요. 한의학에서는 몸을 직접 열어보는 일이 드물기 때문에 이 책에 나오는 장기는 그 배치와 구조가 실제의 해부학적인 구조와는 많이 달라요.
여기서 인체를 살아있는 유기체로 보는 한의학의 관점을 알 수 있어요. 살아있는 유기체인 인체의 부분들이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비정상적으로 몸 밖으로 나와서 위협적으로 있는 듯한 느낌을 작업했어요.
Q. 사람간의 관계나 소통 그리고 몸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A. 제가 폰 중독이어서요. (웃음) 실은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다기 보다는 저도 제 자신이 불안정한 상황이기 때문에 몸처럼 확실하게 보이는 것을 잡고 탐사를 가는 느낌으로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온라인 세상에서는 너무나도 광활하고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파편적인 이미지의 삶을 살게 되잖아요. 그것을 탐구해보고 싶지만 아직은 두렵기 때문에 인체를 잡고 있는 느낌이죠. 온라인 삶의 무한한 가능성을 즐기는 것이 내 몸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해요. 또 제가 몸이라는 주제에 항상 관심이 많고, 신체를 그리는 것을 즐겨요.
Q. 작가님은 표현 기법으로 수묵담채를 선택하셨는데요,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A. 저는 무한정의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는 가상의 삶과 유한한 신체의 대비에 대해 많이 생각해요. 디지털이 결점이나 오차가 없는 시스템이라면, 사람이라는 것은 완벽하지 않기 마련이죠. 그런 차이를 좀 더 극명하게 보이고 싶어서 동양화라는 소재를 사용했어요. 보다 더 전통적인 방식으로 디지털 삶을 표현함으로써 그 대비를 조금 더 키우고 싶었습니다.
또 저에게 동양화는 소중해요. 해외에서 살다가 돌아왔을 때 받은 문화적인 충격 때문에 나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오고 있어요. ‘동양화를 잘 배우고 이해하면 나를 찾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동양화를 시작했어요. 그런 부분이 작업할 때 저에게 많은 도움을 줘요.
Q.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A. 우리는 유한하다. 하지만 너의 흑역사는 영원하다. (웃음) 우리는 늙어가지만 우리가 10대 때 멋모르고 온라인에 남긴 흔적들은 계속 존재하잖아요. 그런 걸 보면 순간의 판단이 평생 저장되는 이 삶을 살아가는 것이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에 대해 생각해봤으면 해요.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곳에 일상을 공유하는 삶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있죠.
최수미 작가
Q. 안녕하세요 작가님, 이번 코쿤 전에 참여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전시를 준비하며 제가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고, 객관적으로 저의 그림을 바라보고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아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Q. 작가님의 작품 속에는 현실과 이상이 뒤섞여 있습니다. ‘현실의 공간’과 ‘공간으로 정의할 수 없는 무의식’을 혼합할 생각을 어떻게 하셨나요?
A. 우선 작품의 공간을 설정하는 데에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을 가지고 왔어요. 자신의 힘을 고양시키기 위해 최고의 시련을 대결해야 하는 대상으로써의 영원회귀가 감명 깊었어요. 제가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은 일이나 사건들을 의식의 공간이라고 봤어요. 이로부터 해방을 가능하게 하는 무의식의 공간을 유토피아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유토피아라는 공간은 현실에서 절대 다가갈 수 없다는 한계가 있잖아요. 거기에서 더 나아가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 장소, 현실에 있을 것 같은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했어요.
Q. 의식이 현실 세계를 제어한다는 것에 대해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A.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현실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그 상황에 더 깊이 매몰되었던 때가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 제어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제가 설정한 유토피아적 공간입니다.
Q. 작품을 그리실 때 주로 어디서 영감을 받으시나요?
A. 제가 살았던 공간에서 많이 영감을 받았어요. 저는 강릉에서 살았었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떠나서 지내고 보니 그 공간이 객관적으로 보였어요. 강과 바다와 산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는 공간이었는데, 그런 상반된 이미지들이 함께 있다는 점이 특이했어요.
거기에서 어떤 소멸이나 생성 같은 순환 이미지들이 보였어요. 거기서 영감을 많이 얻었어요. 앞서 말한 니체의 영원회귀 사상에서는 자연물은 인공물로, 그리고 인공물은 다시 자연물로 넘어가요. 여기서 생성과 소멸의 무한한 순환운동이 존재하는 공간을 떠올렸던 것 같아요.
Q. 작가님의 작품에서는 굵고 거친 붓터치를 볼 수 있습니다. 표현기법으로 이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A. 붓터치 같은 경우는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것을 쓰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로선이 많은데, 그런 가로선을 통해 무한한 시간성을 나타내고 싶었습니다.
Q. 작업시간은 얼마나 걸리시나요?
A. 저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보다 주제를 생각하고 그림을 말리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려요. 일차적으로 칠한 레이어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기다려야 그 위에 레이어를 겹쳐 그릴 수 있거든요.
Q. 작가님의 작품을 통해 현대인들에게 전달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인가요?
A. 저는 영원회귀를 ‘힘의 의지’ 강화의 최고의 시련으로 설정했어요. 또한 영원회귀가 장애물의 공간이지만 자신을 고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고 이상적인 공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현대인들이 자신을 극복하고 힘을 고양시킬 수 있는 장치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하고, 그런 장치로써 영원회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하고 싶었어요.
세상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지닌 세 분의 작가님을 만나보았는데요. 작가님들의 설명으로 작품을 한 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아름다운 나비가 되어 힘찬 날갯짓을 하실 작가님들의 멋진 작품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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