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발한 아이디어] X-tape의 디자이너 이정민, 디자인으로 ‘콘텐츠’를 말하다 1부

201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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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외된 사물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디자인

mmiinn 디자인스튜디오의 이정민 디자이너를 만나다

 

 

‘종이상자에 경첩이나 힌지를 단다?이 엉뚱한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우리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는 디자이너가

있습니다. 기발한 소품 ‘X-tape’의 디자이너 이정민입니다.

 

디자인으로 콘텐츠를 풀어내는 이정민 디자이너와의 인터뷰, 함께 보실까요?

 

 

 

 

간략한 개인소개 부탁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mmiinn의 이정민입니다. 대학에서 가구디자인(홍익대학교 목조형가구학과)을 전공했고요. ‘mmiinn’2년 전 영상디자이너 박형민과 함께 design collective로 시작했습니다. 현재는 1인 스튜디오 형태로 운영하며 대중적인 제품라인과 디자인과 아트의 접점에 있는 리미티드 에디션 아트웍' 라인으로 나누어 작업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개인 작품활동을 시작하셨나요?

 

독립을 한 것은 2~3년 전, 그러니까 2011년쯤이에요. 그때 창업을 해서 회사를 시작한 것은 아니고, 프리랜서로 작업을 시작한 시점이에요.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에는 '퍼시스'라는 사무용 가구회사를 다녔어요. 퍼시스는 매우 안정적이고 좋은 기업이지만, 육체적으로 좀 고단하더라도 좀 더 열정을 느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어요. 그 당시 대학을 갓 졸업 했을 때라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용감했나 봐요(웃음). 회사를 그만 두고 이후에 전시나 커뮤니티 디자인과 같은 시각문화와 관련된 쪽에서 일을 했어요.

(*커뮤니티 디자인은 지역주민들과 소통을 하면서, 그 지역의 생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디자인을 통칭합니다.)

 

 

▲ 이정민 디자이너가 참여했던 커뮤니티 디자인, 성북구 프로젝트

 

 

그런데 이쪽 일을 하다 보니깐 개인 작품활동을 하는 디자이너들을 많이 마주치게 되는 것이죠.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 나가는 그들이 부럽기도 하고 작업에 대한 미련이 계속 많이 남았어요. 가끔씩 끄적거리긴 했지만 아무래도 회사를 다니며 병행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잖아요. 그래서 그러한 아쉬움을 해소하기 위해서 회사를 정리했어요.

 

 

 

 

대단한데요! 그런데 단지 그 이유였나요? 창업을 하게 된 다른 계기는 없었나요?

 

저는 창업이 목적은 아니었어요. 그저 제가 좀 더 좋아하고 제 가슴이 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 중에 하나가 제가 디자인을 한 것을 제품화 하는 것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판로가 필요했어요. 그래서 창업을 하게 된 것이죠.

 

 

▲ 출처: www.mmiinn.com

 

 

그럼 디자이너님의 대표작 X-tape에 대해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X-tape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일상에서 조금은 하찮게 여겨지는 소외된 사물에게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하여 그 사물이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도구로 진화 시키는 컨셉의 ‘Xperimentool’이라는 프로젝트를 했어요. ‘X-tape’은 그 첫 번째 실험이라 할 수 있어요.

 

테이프라는 것이 대표적인 소모품이잖아요. 테이프의 기능을 한정하거나 용도의 한계를 규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의 'X-tape'는 박스테이프의 붙이고 연결한다는 일반적인 용도를 힌지나 스트랩과 같은 비슷한 기능을 가진 아이템들을 이용해 시각적으로 위트 있게 표현한 작업이에요.

 

, X-tape는 단순히 포장만을 위한 도구가 아닌 또 다른 스토리들을 만들어 나가게 하는 매개체로써 접근하고자 한 디자인제품이죠. 테이프의 다른 가능성들을 발견하고자 한 접근이에요.

 

 

▲ 출처: www.mmiinn.com

 

 

그렇다면 X-tape에 새롭게 부여된 기능이 있나요?

 

이것이 기술적으로 다른 기능이 부가된 것은 아니죠. 하지만 가령 X-tape로 포장된 소포가 있다면 이 덩어리가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끌어낼 수 있는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것을 통해서 전달하는 사람, 보내는 사람, 받는 사람에게 생각의 자극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죠.

 

 

 

 

맞아요, 사실 저도 처음에 테이프인지 몰랐어요. 박스에 경첩이 붙어있는 이미지를 봤는데, 경첩을 쉽게 붙여주는 제품인 줄 알았어요. 자세히 봤는데 평면인 거죠! 매우 놀라웠어요. 그래서 다시 거리를 두고 보니깐 단순한 박스가 매우 특별하고 새로워 보이더군요.

 

'형태가 디자인을 따른다'는 말이 있어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X-tape는 불필요한 디자인이에요. '형태가 꼭 기능을 따라야만 할까?'라고 반기를 든 것이죠. 그것이 가지고 있는 디자인적 요소가 실질적인 기능을 못하더라도 사고의 전환을 주거나 생각의 자극을 주거나 혹은 다른 관계 속에서 대화의 소재를 끌어낼 수 있다면 그 또한 디자인이 가지는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상품화 된 것은 힌지, 스트랩과 같은 착시와 관련된 디자인들이지만 그 다음으로 염두에 두었던 시리즈는 붙이는 것 외에 다른 제품의 재생산을 위한 요소로써의 테이프에 대해서 생각을 했었고요.

 

 

 

▲ 출처: www.mmiinn.com

 

 

전공이 가구디자인이신데요, 보여주신 ‘X-tape’같은 작품들은 가구가 아니네요.

 

X-tape은 물론 소품이죠. 하지만 아마도 다른 분야를 전공한 분이 디자인 했다면 또 다른 느낌의 디자인이 나왔을 거예요. 요즘에는 장르의 구분이 많이 모호해졌기 때문에 무엇을 전공했느냐 보다는 콘텐츠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장르는 마치 하나의 채널로써 표현되는 방식인 것 같아요. 그래서 때로는 가구디자이너, 제품디자이너와 같은 명칭들이 무색할 때가 있죠.

 

새롭네요, 전공은 하나의 채널이라?

 

그래서 산업디자이너가 옷을 디자인하고, 패션디자이너가 가구를 디자인하기도 하죠. 하지만 본인의 베이스와 콘텐츠에 따라서 다양하게 표현되겠죠.

 

 

 

 

평소 작품 아이디어를 얻는 본인만의 방법이 있나요?

 

전시회를 다니기도 하고 여행도 좋아해요. 전시 같은 경우, 작가들의 결과물 보다는 그러한 작업이 나오기까지의 과정에 주목을 하죠. 그런 부분에서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어요.

 

여행은 한 지역을 열흘이나 보름 정도 장기간 머무르는 편인데,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부분들이 저에게는 새롭고 이색적으로 다가올 때가 있어요. 이방인의 눈으로 발견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거든요.

 

제 생각에는 가구를 전공 하셨고 커뮤니티 디자인을 하셨기 때문에 사람 사는 곳이 다 영감을 줄 수 있는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그리고 저는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많이 내는 편은 아니에요(웃음). 보통 기존의 있는 것들을 탐구하는 편이에요. 전통적인 것들이나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사물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죠.

 

아이디어나 영감을 주었던 인상적인 여행지를 꼽는다면?

 

작년 말에 이태리를 다녀왔는데요. 수공예 공방산업이 굉장히 발달되어 있더라고요. 어느 지역을 가든지 골목마다 소규모 공방들을 볼 수 있었어요. 그 공방들이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갖고 작업을 하는데 마치 하나의 브랜드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편, 제품마다 지역 특색이 살아있어서 그 지역에서만 나올 수 있는 디자인이 존재하기도 하고요. 이러한 장인정신과 문화적인 배경이 작게 시작했지만 세계적인 브랜드로 자리매김한 이태리 명품브랜드들의 모태가 되는구나 싶었어요.

 

그들에게는 일상적이고 익숙한 삶의 모습이 저에게는 재미있는 자극으로 다가오기도 해요. 예를 들면, 보이지 않는 곳에 장식적인 요소가 숨어 있어 귀엽고 재미있다고 느꼈었는데요. 스페인은 타일문화가 발달되어 있어요. 그래서 건물의 내,외관에 많이 사용하는데 점잖은 돌출된 발코니 밑면이 화려한 타일로 장식되어 있더라고요.

 

발코니의 밑면은 상식적으로 보이지 않는 면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는 전면보다 시각적으로 더 가까운 면이잖아요. 보이지 않지만 보이는 곳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한 숨어있는 디테일이 보행자들에게는 시각적으로 즐거운 배려인 거죠. 동시에 '의외성'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만약 제가 그 곳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너무나 자연스러운 장면이라 그냥 지나쳤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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