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지식]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다, 사치품의 반란

2017.11.15
공유하기

[1분 지식]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다, 사치품의 반란

일상으로 파고든 생활용품 이야기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지기입니다.


소비란, 일반적으로 인간의 필요한 물자 또는 용역을 구입하기 위해 비용을 지출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가장 쉽게 소비를 구분하자면 지출 항목에 따라 생필품과 사치품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원활한 일상생활을 위해 기본적으로 지출해야 하는 생필품 항목들과 달리 사치품은 고소득 소비계층을 겨냥하여 값비싼 재료와 적은 물량으로 희소성을 강조하는 품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생필품이라고 말하는 것 중에 과거에는 사치품에 속했던 항목들도 많습니다. 오늘은 사치품이 일상으로 들어온 여러 사례를 통해 소비 트렌드의 변화를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사치품의 대중화

사치품의 가치는 희소성에 있습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높은 가격이 매겨지고, 소수 기득권층의 상징으로 소비가 이뤄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누구나 싼값에 구입할 수 있다면 사치품으로서 가치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거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거울은 기원전 6세기경 청동으로 만들어진 거울입니다. 이때의 거울은 얼굴을 비추어 보는 지금의 용도가 아니었습니다. 통치자나 제사장들이 자신의 권력을 상징하는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서양의 경우도 거울이 오래전에 발명되었지만, 대중에게 널리 보급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거울의 제조 과정이 굉장히 복잡했기 때문입니다.




 

12세기에서 14세기에 유리의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금속거울이 아닌 유리판에 얇은 주석과 수은의 합금을 붙여 만든 유리 거울이 생산되기 시작했지만, 이 역시 주로 보석의 용도로 사용되었습니다. 19세기에 이르러서야 은도금의 새로운 기법이 사용되었고, 거울의 대량생산이 가능해집니다. 비로소 거울이 호화 사치품에서 일상생활용품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합니다. 특정 계층만이 향유할 수 있었던 거울의 생산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가격은 저렴해지고 대중화에도 성공하게 됩니다.





생활 수준의 변화, 사치품이 일상으로

생활 수준이 달라지면 자연스럽게 의식도 바뀌게 되는데요. 먹고 살기에 급급했던 사람들의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새로운 가치를 중요시하게 되고, 사치품이 일상으로 들어오기도 합니다. 지금은 생활용품이 되었지만, 여러 세기 동안 비누는 사람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물품이었습니다. 중세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사실상 거의 사용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록에 따르면 한 독일 사람이 호의를 품고 있던 귀족에게 이탈리아 비누를 선물하면서 사용법을 동봉할 정도라고 합니다.





귀족들의 기념품 정도로 사용되었던 비누는 19세기 후반에 가서야 대중들에게 명성을 얻습니다. 19세기 후반은 건강과 위생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기 시작한 시기였습니다. 청결에 대한 욕구가 생기면서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비누를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20세기로 들어서면서 지금처럼 전세계적으로 사람들의 필수품이 되었습니다.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

합리적인 소비란, 과거에는 자신의 형편에 맞는 씀씀이를 의미했습니다. 소득 수준에 맞게 개인이 느끼는 매력이나 취향에 따라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양보다 질을 선택하고, 자신이 매력을 느끼는 분야라면 소비를 망설이지 않습니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사치품이 특정 기득권층의 전유물에서 벗어나 일상에서의 향유와 즐거움의 아이템으로 변화할 수 있도록 만듭니다. 예를 들어 와인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소주나 막걸리 같은 주류에 비해 와인은 사치품이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그런 와중에 와인을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와인 문화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고급 주류로 브랜드를 강조했던 와인 시장은 대중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다양한 스타일과 가격대의 와인을 소개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저녁 식사에 와인을 곁들이는 일은 다른 나라 사람들의 문화만은 아닙니다.


이렇듯 시대가 변하면서 사치품에 포함되는 항목들이 조금씩 변화했습니다. 대량생산이나 인식의 변화는 사치품을 대중의 품으로 들어오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특정 계층임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물건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벗겨내고, 대중들이 고급 문화를 즐기기 위해 소비하는 아이템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제 사치품의 사전적 의미가 조금은 달라져도 괜찮지 않을까요? '분수에 지나치거나 생활의 필요 정도에 넘치는 물품'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문화를 즐기기 위해 소비되는 물품'으로 말입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