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테라피] 동공 확장! 미친 몰입력의 소설 모음

2017.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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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몰입력의 소설들

동공 확장! 미친 몰입력의 소설 모음




아예 안 읽을 수는 있어도 조금만 읽다가 덮어버릴 수는 없는 책이 있습니다. 일단 결말이 궁금해서 견딜 수 없기 때문이고, 이야기의 흡입력이 도저히 책을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들기 때문이죠. 만약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라도 하면 더더욱 빠져들 테고,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면 밤을 지새워서라도 읽게 됩니다. 빨리 찾아온 더위에 출퇴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움직이는 것조차 귀찮고 아무것도 하기 싫다면 미친 몰입력을 자랑하는 소설 한 권 집어 들어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온몸이 쭈뼛 서는 느낌, 손에 땀을 쥐는 느낌, 동공이 확장되는 느낌을 선물해줄 미친 몰입력의 소설들을 소개합니다. 


1. “저는 제 아이를 살해한 엄마입니다”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제니 블랙허스트 지음



“수전 웹스터는 이제 죽은 사람이었다. 분명하다. 4주 전에 내가 죽였으니까. 세상 어느 누구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 누구인지 몰라야 했다. 그래서 법적 절차에 따라 이름까지 바꾸었다. 가석방 감찰관조차 나를 엠마라고 불렀다.” (10쪽)


생후 3개월 난 자신의 아이를 질식사시켰다는 이유로 3년 동안 치료 감호소에서 복역한 수전 웹스터. 그녀는 자신의 범인을 부인했지만 사실 그녀에겐 아이가 숨지던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이 없었습니다. 예쁘기는 하지만 우는 아이를 달래는 것이 힘들었던 기억, 밤잠을 설친 채 아이에게 젖을 먹이던 것이 행복하면서도 괴로웠던 기억에 어쩌면 내가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죠. 수전은 산후우울증으로 살해까지 저지른 비정한 엄마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3년의 시간을 보내고 엠마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그녀, 그런 그녀의 집 앞에 한 장의 사진이 도착합니다. 한 남자아이가 찍혀 있는 사진, 3년 전 죽은 아이가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이렇게 컸겠구나 생각이 들 정도의 남자아이가 찍혀 있는 사진이었죠. 그리고 결정적으로 어쩌면 내 아이가 살아 있겠구나를 생각하게끔 한 사진 뒤편에 적혀 있는 글자, ‘딜런’, 바로 3년 전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는 내 아이의 이름이었습니다. 



아들이 살해된 그 순간의 기억을 잃어버린 엄마가 자신의 기억을 되찾아가며 잃어버린 아이까지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소설 <나는 어떻게 너를 잃었는가>. 이 소설은 두꺼운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단숨에 읽을 수 있을만큼 놀라운 흡입력을 보입니다. 현재와 함께 교차되는 누군가의 과거의 기억은 처음에는 동떨어져 보이지만 어느 순간 지금의 이야기와 맞아떨어지며 사건의 배후에 무엇이 있는지, 엄마의 모성애가 어떻게 악용되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과연 그녀의 아이는 살아 있을까요? 누가 그녀에게 누명을 씌웠을까요? 엄마들이라면 더욱더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소설입니다.



2. “언론을, 인터넷을 믿나요?”  : <저스티스맨>, 도선우 지음




“언론의 진실은 누리꾼들의 방식과 비슷했다. 모두가 옳다 하니 옳아진 진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선동적인 부분도 없지 않았다.” (231쪽)


일곱 명이 동일한 살해 수법으로 살해되는 연쇄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모두가 이마에 두 개의 탄알 구멍이 난 채로 발견된 것. 총기 살인이라는 국내에서는 흔치 않은 살인 수법과, 피살자 간의 공통점이 없어 7명의 피살자가 나올 때까지 범인을 찾지 못하자 국민들은 경찰을 비난하기 시작했고, 이때 등장한 닉네임 저스티스맨은 일곱 건의 살인의 연결고리를 풀어내며 절대적인 추종자들을 만들게 됩니다. 



그가 밝혀낸 피살자들의 살해 이유는 모두가 이 전에 무차별적으로 진행된 마녀사냥에 동참한 것. 한 소심한 직장인의 실수를, 한 여고생의 치기 어린 행동을 도시의 오물충과 개념 없는 여고생의 원조교제로 프레임 화해 커뮤니티에 온라인 매체에 유포시킨 이들이었습니다. 그저 재미로, 때로는 누군가에 대한 은밀한 복수로 했던 일들이었지만 그에 대한 결과는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낳았죠.   


<저스티스맨>은 제13회 세계문학상을 수상한 소설로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소설입니다. 형식은 소설이나 그 안에 등장하는 이야기는 마치 주변에서 벌어진 일과같이 생생하고, 그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도 주변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익명 속에서 무차별적인 마녀사냥이 자행되고, 언론 역시 클릭 수를 위해서라면 사실이 아니어도 보도하며 그 어느 것도 정의가 아닌 것이 되는 세상. 그 세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던지게 하는 의미심장한 소설입니다.  

3. “웃긴데 슬프고, 냉정한데 따뜻한 독특한 소설”  : 
<우리 집 문제>
오쿠다 히데오 지음 


“아직 신혼인데 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 서른두 살의 회사원 다나카 준이치는 열여덟 살에 도쿄에 올라온 후로 내내 혼자 살았다. (중략) 그런 생활에 아내라는 다른 인간이 들어왔다” (9쪽)


여기 각양각색의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제 겨우 결혼한 지 두 달된 신혼이지만 집에 가기가 두려운 남편, 어느 날 남편이 UFO와 교신했다며 열변을 토해 이 남자를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 되기 시작한 17년 차 전업주부, 부모님의 이혼이 임박했음을 눈치채고 앞으로 나의 삶은 어떻게 되나 고민에 빠진 고3 딸. 상황과 처지는 다르지만 모두가 ‘가족’의 테두리 안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오쿠다 히데오의 <우리 집 문제>는 너무 평범해서 이렇게 평범해도 되는 거야 할 만큼 소소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평범한 이야기가 전혀 평범하게 느껴지지가 않으며, 소소한 이야기가 너무나 진지한 문제로 다가옵니다. 전혀 웃긴 상황이 아닌데도 실소가 터지기도 하고, 전혀 슬픈 순간이 아닌데도 코끝이 찡해집니다. 소설 속 이야기들이 모두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이지요.



총 6편의 단편이 들어 있는 이번 소설은 오쿠다만의 위트와 재기 발랄함이 그대로 묻어나 있습니다. 그래서 읽다 보면 <공중그네>의 느낌도 느껴지고, <남쪽으로 튀어>에서 묻어났던 가족애도 느껴집니다. 신혼, 가장의 무게, 부모의 이혼, 시댁 문제 등 ‘가족’의 구성원이라면 누구나 겪을 법한 이야기들을 따뜻하지만 해학적으로 그려낸 <우리 집 문제>! 골라 읽는 재미는 덤을 읽는 소설입니다.   



4. “여보, 어떻게 끝날지 알겠어?”  : <미스터 하이든>, 사샤 아랑고 지음 



“내 이럴 줄 알았지. 잠깐 눈길을 주었을 뿐이지만 헨리는 그동안의 불길한 예감이 현실화 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중략) 태아의 초음파 사진은 딱 엽서만 한 크기였다.” (9쪽)


성공한 소설가 헨리. 그는 유명한 소설가이지만 그는 소설의 단 한 줄도 자신의 손으로 쓰지 않았습니다. 그의 고스트라이터는 바로 헨리의 아내 마르타. 우연히 마르타의 원고를 본 헨리는 출판사로 원고를 보냈고, 편집자 베티는 그의 원고를 알아보고 책을 내게 되었죠. 그런데 마르타의 조건이 있었습니다. 바로 소설을 자신의 이름이 아닌 헨리의 이름으로 출판할 것. 그렇게 헨리는 성공한 소설가가 되었고, 편집자이자 애인인 베티까지 손에 넣게 됩니다.



그런데 어느 날 베티가 초음파 사진 한 장을 보여줍니다. 자신의 아이를 임신한 베티, 하지만 지금의 상황을 깨기 싫었던 헨리는 베티를 살해하기로 결심하고 낭떠러지 근처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합니다. 그렇게 낭떠러지로 베티의 차를 들이받은 헨리는 집으로 돌아오고 얼마 후 문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문을 열고 멀쩡한 베티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울며 이렇게 말합니다. “헨리, 부인이 다 알고 있던데요? 당신 부인이 내 차를 몰고 갔어요”




애인을 죽이려다 아내를 죽여버린 남자, 밤마다 소설을 쓰는 아내, 그 아내의 글로 유명한 소설가가 되었지만 그녀가 죽는 바람에 소설 속 결말이 무엇인지 모르게 되어버린 남자, 이 아이러니하면서도 블랙코미디 같은 이야기는 <미스터 하이든>의 도입부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며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 처음부터 다 드러내지 않습니다. 이 소설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매력은 바로 그 인물들에 있는 것이죠. 미스터리 하지만 무겁지는 않으며, 스릴러스럽지만 코미디 같은 재미난 소설입니다.



리듬 (최지연)

야밤산책》,《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의 저자이자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nayana0725.blog.me)로 선정된 블로거이다.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CECI>, 언론재단, 코오롱 등에 책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예스24에 일과 직장생활을 주제로 한 <그래봤자, 월급쟁이> 를 연재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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