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이번엔 서부극 <장고>로 돌아왔다!
각본의 귀재 타란티노의 영화들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지기입니다.
미국의 영화감독 쿠엔틴 타란티노의 화제작 <장고: 분노의 추적자>가 오는 3월 21일에 우리나라에도 개봉합니다. 미국에서 작년 12월 24일 개봉한 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고, 벌써 3억 6000만 달러 이상의 흥행 성적을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몰고 있습니다. 또 지난 제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이 <장고>로 각본상을 수상하여 "역시 타란티노!"라는 말을 실감케 했습니다.
모태 이야기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타란티노 감독은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 <황혼에서 새벽까지>,
<저수지의 개들>, <킬 빌> 등 다수의 영화에서 각본을 직접 썼는데요, 모두 뛰어난 각본으로 호평을 받았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만담형' 캐릭터들은 마치 감독 자신을 빙의한 듯 맛깔스러운 대사를 쏟아 붓습니다. 이런 캐릭터들은 영화에 생동감을 불어넣으며 잘 짜인 스토리와 함께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킵니다.
▲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 훈훈한 리즈시절(좌)과 최근 기자회견 모습(우) "세월을 돌리도!"
이런 뛰어난 각본의 힘으로 타란티노 감독은 데뷔 시절부터 평론가 및 영화팬 모두로부터 찬사를 받았고, 수많은 각본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배우 존 트라볼타의 재기작으로도 유명한 <펄프픽션>은 제 76회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았고, 브래드 피트의 주연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도 제 15회 크리틱스 초이스 무비 어워즈(Critics' Choice Movie Awards)에서 각본상을 수상했죠.
오늘은 걸출한 이야기꾼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을 단번에 대가의 반열에 올려준 두 초기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할까 합니다.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 1992)
<저수지의 개들>은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데뷔작으로 평단의 찬사를 받으며 타란티노 감독을 대번에 세계적으로 주목 받게 만든 작품입니다. 마돈나의 '라이크 어 버진(Like a virgin)'의 가사를 되뇌며 시작하는 첫 장면은 상당히 인상적이죠. 남성들의 진지한(?) 성적 농담이 오가며, 별 것 아닌 것에 핏대를 세우고 때로는 정치적 신념을 펼치는 등 예사롭지 않은 분위기를 형성합니다.
이렇게 영화는 6명의 갱들의 걸쭉한 입담으로 전개됩니다. 그리고 시종일관 수다스럽게 대사를 쏟아냅니다. 마치 '킬러들의 수다'라고 명명해야 할 듯이 말이죠. 이런 만담형 대사는 타란티노 감독의 전매특허이지요.
개성이 뚜렷한 6명의 캐릭터가 수다와 폭력으로 뒤엉키면서 영화는 클라이맥스로 치닫습니다. 타란티노 감독은 이 괴상한(?) 이야기를 '창고'라는 제한된 장소에서 영화를 끝까지 끌고 갑니다. 하지만 다양한 앵글과 공간의 활용으로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요. 더 이상 이야기하면 스포가 될 것 같아 여기서 그만.
<저수지의 개들>에 관해 지금까지 줄곧 회자되고 있는 것은 남자들의 패션입니다. '검은' 수트를 말끔하게 차려 입고 '검은' 타이에 '검은' 선글라스를 착용한 채 폼 잡고 저수지를 향해 걸어가는 '개들'의 모습은 쉽게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습니다.
▲ <저수지의 개들>의 영향을 받은 영화 <러닝 스케어드, 2006>의 한 장면
<저수지의 개들>은 수많은 후배 영화감독들에게 귀감이 됐습니다
기본적으로 각본이 뛰어난 영화이지만 이 외에 놓치면 아까운 것이 너무나 많은 영화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보여줬던 타란티노 감독의 재능은 다음 작품에서 완전히 포텐을 터뜨립니다.
펄프 픽션(Pulp Fiction, 1994)
1994년 <펄프 픽션>이 공개 됐을 당시 전세계 영화계는 발칵 뒤집혔다고 합니다. 각본에 특별한 재능을 보인 타란티노 감독의 능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자 그의 커리어에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입니다. 지금은 익숙할지도 모르지만 '옴니버스’라는 파격적인 내러티브 기법을 선보입니다. 이야기가 등장인물들 각자의 시점으로 진행되어 뒤죽박죽 섞이다가, 결국 다시 절묘하게 이어지고 마무리됩니다.
▲ 영화 <펄프 픽션>의 다양한 포스터
<펄프 픽션>은 이러한 파격적인 서사구조 외에도 빼놓을 수 없는 부분들이 있는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장면! 이 인상적인 댄스 장면은 영화가 개봉한 지 근 30년이 됐지만 아직도 우리 머리 속에 깊이 자리잡고 있죠.
▲ 한 번쯤은 봤을 법한, 존 트라볼타와 우마 서먼의 브이댄스
한 때 댄스영화 주인공의 대명사였던 존 트라볼타는 <펄프 픽션>에서 여전히 녹슬지 않은 춤 솜씨를 보여주는데요, 우마 서먼의 괴상한(?) 춤은 모두 존 트라볼타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고 알려졌습니다.
또 <펄프 픽션> 하면 또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바로 사운드트랙입니다. 아래 유튜브 영상을 감상해 보시죠.
▲ Pulp Fiction - Girl, You'll be a woman soon.
우마 서먼이 플레이를 누르고 흘러나오는 곡은 미국의 록그룹 '어지 오버킬(Urge Overkill)'의 'Girl, You'll be a woman soon'이라는 곡인데요, 많은 영화팬들이 <펄프 픽션>의 최고 음악으로 꼽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사운드트랙은 지나치게(?) 치명적인 매력을 품고 있어 '어지 오버킬'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네요.
▲ Urge Overkill - Girl, You'll be a woman soon_MV
어지 오버킬은 이 곡이 히트치기 전까지 큰 주목을 받진 못하던 밴드였습니다. 전설적인 그룹 너바나(Nirvana)의 오프닝밴드로 음악 관계자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지만, 1992년에 발매한 EP앨범의 수록곡 'Girl, You'll be a woman soon'이 <펄프 픽션>의 사운드트랙으로 실리면서 비로소 메인스트림에 입성합니다. 이 곡이 <펄프 픽션>에 삽입된 계기도 운명적입니다. 타란티노 감독이 영국의 한 레코드점에서 우연히 이들의 곡을 듣고 기억해 뒀다가 자신의 영화에 삽입했다고 하죠.
▲ 그런지 룩: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의 옷차림은 새로운 패션 조류로 등장하게 된다. 레이어드가 특징이다.
당시 이들의 모습을 찾아보면 멤버 3명 모두 실크셔츠에 검정색 양복을 빼 입고 있습니다. 90년대 초 미국에서 아직까지 유효했던 헤비메탈(당시 록계의 주류 장르였으나 너바나 등장 이후 완전히 몰락한다)이나 새롭게 등장한 그런지 스타일 중 어디에도 끼지 못하는 독특한 패션이었습니다. 이들의 패션 스타일은 오히려 <저수지의 개들>의 '개들(등장인물)'을 연상케 합니다.
타란티노 감독이 스쳐 지나가던 곡을 캐치한 것을 보면 어딘가 통하는 게 있는 모양입니다. 전혀 대중적이지 않으면서도 대중의 눈과 귀를 단숨에 사로잡은 면이 묘하게 일치하죠. 어지 오버킬은 이후 새 앨범 'Exit Dragon'을 발표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중적 성공을 거두지 못하고 서서히 잊혀져 갑니다.
사운드트랙 하나로 펄프 픽션이라는 영화에 화룡정점을 찍고 소리소문 없이 사라졌지만 그 용(펄프 픽션)은 승천을 하여 영화사에 길이 남는 명작으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뛰어난 각본을 다수 남겼습니다. 1993년 토니 스콧 감독의 <트루 로맨스>에서 각본을 쓰고 호평을 받습니다. 또 올리버 스톤 감독의 <내추럴본킬러>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죠. 타란티노 감독의 이야기 방식에 흥미를 느끼시는 분들은 한 번쯤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 생애 첫 악역 연기에 도전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타란티노 감독의 작품들은 특유의 잔혹함 때문에 국내에서는 조금 호불호가 갈리는 편입니다. 이번에 개봉하는 <장고: 분노의 추적자>가 과연 얼마나 많은 국내 팬들에게 호응을 얻어낼지 궁금합니다. 또 최근 <베를린>, <7번방의 선물>, <신세계>, 박찬욱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작 <스토커> 등 국산 대작들이 크게 선전하고 있어 더 귀추가 주목되네요.
▲ 우주보안관 장고 아닙니다 -_-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장고: 분노의 추적자> 역시 타란티노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남을 또 하나의 걸작이라는 것입니다. 3월 21일 국내 개봉을 애타게 기다려봅니다.
"그만 짖고 와서 한번 물어봐!"
- <저수지의 개들> 대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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