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캔버스에 담아내다! 권혁 작가의 시선
스페이스K_대구 <COSMOS>展 권혁 작가 인터뷰
안녕하세요, 코오롱 소셜미디어 대학생 서포터즈 박예담입니다!
요즘 따스한 봄 햇살 맞으며 가족끼리 나들이 많이 다니시죠? 오늘은 여러분을 시원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전시회로 초대하려고 합니다. 스페이스K_대구에서 5월 6일까지 열리는 <COSMOS>展에는 푸른 색의 향연이 펼쳐지고 있는데요. 눈으로만 보아도 좋지만 의미를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전시이기에, 제가 권혁 작가의 작업실을 직접 방문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Q. 이번 전시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COSMOS>展은 자연, 우주와 같이 근원적인 대상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처음 제가 관심을 가졌던 것은 사람이였어요. 사람을 연구하다보니 사람의 근원을 찾게 되었고 그것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그 대상이 우주까지 확장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여전히 사람에 대한 관심은 놓지 않았어요. 이번 전시 주제가 시스템적인 우주를 뜻하는 코스모스이지만 결국은 사람과의 연계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제가 캔버스 위에 펼쳐 보이는 다양한 현상(작업)은 하나의 우주라고 볼 수 있는데 그건 바로 저라는 한 사람이 사고하는 과정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죠.
이번 전시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제가 작업한 것 중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작품들 중 선별하여 드로잉부터 페인팅, 스티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을 전시했어요. 이 모든 게 하나의 스토리처럼 이어져 최근 몇 년 동안 고민해 왔던 작업에 대한 주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전시라고 생각합니다.
제 초기 작품은 사람이나 구체적인 형상에 대한 그림이 주를 이뤘어요. 지금은 형상이 없죠. 사람들은 형상이 없으면 추상이라고 바라보는데 결국 그 추상이 어디에서 왔냐는 거죠. 그 추상도 결국 형상의 본질로부터 시작하는 거예요.
Q. 초기부터 지금까지 작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 작업 방식은 어떻게 달라졌나요?
A. 2011년도 소마 미술관에서 진행한 개인전에서 일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그린 물(water) 드로잉을 전시했어요. 그런데 결과적으로 나타난 작업은 물이 아닌 추상적인 무언가였어요. 물이 하나의 점이 되고, 점은 다시 페인팅이 되고, 그 조합들이 모여 상징적인 의미와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죠. 그 작업을 계속하다보니 저도 모르게 원형(圓形)을 그리게 되더라고요. 저는 제가 왜 동그라미를 반복해 그리는지 원형의 의미를 많이 생각했어요.
그건 형상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었죠. 예를 들면 물, 불, 흙 등과 같이 우주를 이루고 있는 기본적인 본질을 생각하게 되고, 생명의 근원적인 단위인 점에서 시작해 확장하는 형상에 대해 깊이 공부하다 보니 완전히 형태를 없애고 본질의 실체에 대한 탐구로 이어졌어요. 그래서 작업을 할 때 의도적으로 형태를 만들려 하지 않고, 최소한의 개입으로 물감을 물질로서 캔버스 위에 자연스럽게 흐르게 두죠. 그러면 그 물감들이 색끼리 혼합하며 뭉치고 흩어지면서 풍경화 느낌의 이와 같은 형상이 만들어지는 것이죠.
Q. 푸른 색이 많은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개인적으로 파랑을 좋아하긴 합니다. (웃음) 세상을 이루고 있는 자연이 물과 숲으로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색상이 파랑과 초록이죠. 작품에 이 색들이야말로 우주를 표현하는데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구는 고작 거대한 우주의 수많은 별 중의 하나이고, 저는 그 지구에서도 아주 작은 존재잖아요. 이처럼 무수한 존재들이 구성하는 우주의 영상은 칼세이건(Carl Sagan, 미 천문학자)의 저서 <코스모스>만 봐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는 그 우주가 파랑이어야 재미있고 흥미롭다고 본 것이지요.
Q. 작품들이 일반 캔버스와 다른 것 같은데 무엇인가요?
A. 재료에 대한 관심이 많아 다채로운 재료와 기법을 작업에 도입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에는 설치작업을 많이 했었고, 퍼포먼스, 비디오 등 재료와 기법에 얽매이지 않고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도 드로잉부터 일반 캔버스로 작업한 것까지 있어요. 캔버스 원단도 워낙 종류가 다양해 여러 가지 캔버스 원단에 작업과 실험을 동시에 하고 있습니다. 특히 실 스티치에 적합한 캔버스 원단을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캔버스의 원재료인 광목 천을 이용해 작업했습니다. 광목의 색과 자연스러움에 매력을 느껴서 재료로 사용하고 있죠.
Q. 작품 이름은 어떻게 붙이나요?
A. 작품 이름은 보통 제가 생각했던 것을 표현한 뒤 가장 적합한 이름을 고민할 때가 많아요. 때로는 작업을 마치고 딱 떠오르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고민을 많이 해요. 예전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아 '무제'라는 제목도 많았아요. 그러다 사람들이 제 작품을 이해하는데 좀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는 소통의 방법이 제목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제목 짓는 일에 신경을 쓰고 있는데 작업만큼 쉽지 않은 것 같아요.
Q. 수많은 전시를 하셨는데, 전시는 작가님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A. 글쎄요. 제게 가장 의미 있는 전시를 꼽으라면, 1997년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초대받은 미국 시카고 아터미시아 갤러리 개인전과 2010년 갤러리 현대에서 열었던 <16번지> 전시입니다. 특히 <16번지> 전시는 작가로서 새로운 시도를 한 전시였지요. 이전에는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하다가 <16번지> 전시 때 아주 기본적인 드로잉과 캔버스에 실 스티치 작업을 전시했어요. 그때부터 지금까지 다른 형식으로 제 작품의 흐름이 이어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전시가 목표였던 적이 있었어요. 전시를 위해 작업을 했고, 또 전시가 잡혀야 작업이 잘 되었어요. 하지만 전시를 많이 하다 보니 지금은 큰 흐름 속에 있는 하나의 정류장 같은 기분이에요. 이번 전시도 다음을 위한 또 다른 정류장이란 생각을 많이 합니다. 한 발짝 뒤에서 제 작품 세계를 돌아볼 수 있는 기회 같기도 하고요. 수년간 제가 고민해왔던 것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했는데 이번 전시에서 연작으로 보여줄 수 있어 굉장히 의미 있고,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몹시 궁금하네요.
Q. 이번 전시에서 관람객들이 꼭 느꼈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A. 제가 작업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에너지'입니다. 작업이란 사람에게 좋은 에너지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우울하고 괴로우면 작업을 안 해요. 기분이 최고조일 때 작업을 하죠. 그래야 좋은 작품이 나오는 것 같아요. 제 전시에는 어느 누구라도 좋은 기운을 받았으면 좋겠어요. 제 작품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누었지만, 전시장의 관람객 분들은 작품을 대할 때 우주적 관점에서 우리의 일상을 생각해보시면 어떠한 고민도 그닥 생각만큼 중요치 않을 수도 있어요. 제 작품에서 좋은 기운만을 느끼고 편하게 즐기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복잡한 머리 속이 시원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집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운명처럼 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는 권혁 작가는 그것을 행운이라 불렀습니다. 아마도 그가 작품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도 우리를 이끄는 미지의 긍정 에너지가 아닌가 합니다. 대구에 계신 분이라면 현장에서, 그렇지 못한 분이라면 이미지를 통해 상처를 치유하고 좋은 에너지를 많이 얻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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