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철 읽으면 좋은 책!
책 한 권 읽을 여유가 없는 직장인들에게 휴가는 간만에 독서의 즐거움에 빠질 수 있는 아주 소중한 기회입니다. 그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주고, 소모되기만 하던 나의 머리를 빵빵하게 채워줄 수 있는 책들을 쌓아놓고 마음껏 읽을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오늘은 여름 휴가 떠날 때 챙겨가면 좋을 책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휴가지로 떠나는 비행기 안에서, 시원한 바닷가 앞에서, 그리고 편안한 호텔 침대에 누워서 읽는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겠죠? 여러분들의 즐거운 휴가를 더욱 더 풍부하게 만들어 줄 책 한 권 챙겨가기, 잊지 마시기 바랄게요!
세상을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
<지금 이 순간의 행운>, 매튜 퀵 지음
이 책은 영화로도 개봉해 마니아층으로부터 꽤 큰 호평을 받았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저자의 신작입니다. 이 소설 역시 출간되기도 전에 드림웍스에 일찌감치 판권이 팔리며 화제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워낙 독특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만드는 작가라 영화계에서도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소설의 주인공은 마흔 언저리의 나이를 먹은 바솔로뮤입니다. 그는 엄마 곁에서 평생을 살아왔고 번듯한 직장 생활 한번 제대로 못해봤으며 종종 들르는 도서관의 사서녀를 짝사랑하는 남자입니다. 엄마가 치매를 앓기 시작하면서 엄마가 자신을 '리처드 기어'라 부르자 엄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리처드 기어로 살다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자 리처드 기어에게 편지를 쓰기로 마음먹습니다. 그렇게 리처드 기어에게 보내는 바솔로뮤의 17통의 편지가 이 책의 내용입니다.
처음에 읽다 보면 '그래서 이 남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뭐야'라는 생각이 들지만 읽으면 읽을 수록 그를 둘러싼 사랑스러운 캐릭터들 덕분에 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모두가 엉뚱하고 상식적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이들이지만 그들의 엉뚱함에는 유쾌함과 따뜻함이 묻어나 있습니다. 어찌보면 비극으로 마무리 될 수도 있는 이야기지만 바솔로뮤의 엄마가 늘 말한 "나쁜 일이 일어나면 반드시 기쁜 일도 일어나기 마련이야. 주로 다른 사람들에게"라는 '지금 이 순간의 행운'에 대한 믿음이 있어 이들의 퇴장마저 아름답게 느껴지는 책입니다.
진정한 삶의 가치와 노동의 의미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와타나메 이타루 지음
이런 빵집이 있습니다. 일주일에 사흘은 가게를 닫고 일 년에 한 달은 직원 모두가 장기휴가를 떠납니다. 매달 매상은 200만 엔 안팎인데 한 해를 계산하면 2,000만 엔을 조금 넘습니다. 직원모두가 만족할 만큼 연봉을 받고 있고, 야근은 절대 없습니다. 이런 빵집에서라면 일할만하지 않을까요?
이 책은 제빵사가 꿈이었던 와타나베 이타루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도시의 유기농산물 도매회사에 취직했지만 그 안에서 오고 가는 뒷돈 거래와 원산지 허위 표기 등의 부정을 바라보며 염증을 느꼈고, 그래서 회사를 때려치고 시골로 내려가 빵집을 만들기로 결심합니다. 그가 세운 큰 원칙은 단 하나 "이윤을 남기는 않는 회사".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만듭니다.
왜 노동자는 쉬지도 못하고 일만해야 하며(돌아오는 돈은 같지만), 왜 자꾸 부정과 부패가 생겨나는지 원인을 찾다보니 마르크스 <자본론>를 읽게 되고, 모든 부패는 이윤에서 비롯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주인공은 이윤을 남기지 않는 회사를 만들겠다 결심합니다. 그리곤 양질의 재료를 구입해 그에 맞는 적절한 빵 값을 책정하고, 적정 수준의 인력을 채용해 노동자가 생산한 만큼 월급을 지급하고, 생산 규모를 늘리지 않고 동일 규모를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그랬더니 정말 그렇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그가 빵집을 열게 된 과정에서부터 빵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자본론>을 통한 기업 경영의 원칙이 잘 어우러져 있습니다. 그런 회사가 정말 가능하냐고요? 네, 가능합니다. 이 책에서 확인하세요!
세기의 여름은 어땠을까?
<1913년 세기의 여름>,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913년. 그 해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문화적 사건들로 가득한 해였습니다. 문학에서는 최고로 손꼽히는 <율리시스>가 탄생했고,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가 출간되었습니다. 미술에서는 현대미술의 시초로 알려진 마르셀 뒤샹의 '자전거 바퀴'가 전시되었고, 패션에서는 코코 샤넬의 옷이 눈에 띄기 시작하며 프라다의 첫 매장이 문을 엽니다. 참 재미난 건 이 모든 일이 1913년에 일어났다는 겁니다.
이 책은 그 1913년 유럽의 풍경을 그리고 있습니다. 1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월별로 나뉘어져서 그 달에 유럽 사회에서 벌어진 갖가지 문화적 사건들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지성사와 문화사로 읽는 1913년 유럽의 풍경인 셈이죠. 저자는 그 시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행방을 취재하고 편지, 사진, 신문 등 방대한 자료를 찾아서 놀랍게도 아름다운 글들로 풀어놓고 있습니다. 혼란 속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움이랄까요?
역사를 잘 모르더라도 우리에게 익숙한 책, 음악, 그림 등이 탄생한 소설과 같은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니 읽는 즐거움과 지적 향유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100년 전 7월에는 어떤 인물들이 살아가고 있었을까요. 그 세기의 여름으로 들어가보시길 바랍니다.
킨포크적 삶을 꿈꾸는 분들에게
<킨포크>, 킨포크 지음
‘킨포크’를 들어보셨나요? 친척이나 가까운 사람들을 뜻하는 단어 'KINFOLK'. 하지만 요즘 이 ‘킨포크’는 하나의 삶의 트렌드를 일컫는 단어가 되었습니다. 바로 잡지 <킨포크> 덕분에 말이죠.
킨포크는 2011년 미국 포틀랜드 교외에서 시작된 작은 모임이라고 합니다.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고자 만든 이 모임에는 작가, 화가, 농부, 사진가, 디자이너, 요리사 등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해 '킨포크적'인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방식을 공유하고 있었죠. 그들이 말하는 킨포크적 삶이란 이런 겁니다. “일상에서 기쁨을 누리고, 소박하고 단순하게 살자” 도처에 자극적인 것이 널린 세상에서 ‘조용한 순간’을 만드는 법을 배우고 그것에서 오는 마법같은 기쁨을 경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만의 삶의 방식을 알리고 싶어 잡지로 출간하게 된 것이 <킨포크>입니다. 이 잡지는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적으로 출간되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창간호는 희귀본이 되었다고 하네요.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이 ‘소박한 삶’을 꿈꾸고 있었다는 거겠죠? 1권부터 4권, 11권, 12권이 출간되었고 <킨포크 테이블>2권이 더 출간되었습니다. 12권의 주제가 ‘여름’이니 올 여름 휴가지에서 이 책으로 킨포크적 삶을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리듬(본명:최지연)
《야밤산책》의 저자이자 2009년부터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된 블로거.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오픈캐스트 ‘평범한 직장인의 책 읽기’를 운영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nayana0725.blog.me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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