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책 추천] 회사 가기 싫은 날, 이 책 어때?

회사 가기 싫은 날, 이 책 어때?

 

회사 생활을 20년 가까이 한 부장님이 어느 날 점심시간에 제게 이런 말을 했습니다.

“오늘은 정말 회사 오기 싫더라. 아침에 휴가 내고 싶은 걸 참느라 혼났어.” 

반농담처럼 웃으며 이야기하셨지만 ‘휴가’를 언급할 때 그의 눈은 번쩍이고 있었습니다. 휴가 앞에서는 부장이든 사원이든 모두가 하나같이 행복을 느끼는 것 같았습니다.

그 부장님처럼 20년을 넘게 다녀도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바로 회사 생활입니다. 피곤해서 가기 싫고, 할 일이 많으니 가기 싫고, 불편한 사람이 있어 가기 싫고 그 이유도 다양하지만 무엇보다‘회사’여서 ‘그냥 가기 싫은 곳’이 회사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한때 나도 회사에 들어오고 싶어 열심히 노력했고, 일이 재미있어 밤을 새우는 열정이 있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의 마음은 익숙해졌고, 편안해져서 오는 권태일 수도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회사 가기 싫은 날 읽으면 좋은 책을 소개해볼까 해요. 생각을 바꿔보고, 잠깐이지만 딴짓도 해보다 보면 다시금 지금의 내 일이, 내 회사가 사랑스러워 보일지도 모르니까요. ^^

 

 

● 오늘도 수고한 나에게 토닥토닥

<숨통트기>, 강미영

 

매일 아침 꽉 찬 지하철에 몸을 던져 넣어야만 할 때면 진심으로 출근하기 싫어집니다. 그때야 말로 간절히, 아주 간절히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지죠. 회사에, 일에, 인간관계를 벗어던지고 시간에 몸을 맡겨 발길이 움직이는대로 생활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댑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가 어딘가에 묶인 몸. 그저 숨통을 트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럴 때 《숨통트기》는 지긋지긋한 일상을 아무것도 아닌 시간에서 행복의 순간으로 바꾸는 방법들을 제안합니다. 스트레스를 엄청 받은 날 혼자 갈 수 있는 아지트를 정한다면? 후배에게 해주는 충고들을 내가 직접 실천해본다면? 아침 8시에 사무실 책상 위에 올라가본다면? 30분 출근길, 줄이지 말고 1시간으로 늘려본다면? 패스트푸드점에서 1시간 동안 햄버거를 먹는다면? 등등 의미도 없고 무언가를 얻고자 하는 목표도 없지만 이상하면서도 요상하고 엉뚱한 짓을 해보는 겁니다. 그렇게 일상의 곳곳을 뚫다보면 어느 순간 내 가슴도 '뻥'하고 뚫리게 되는 경험을 맛보게 될 것입니다.

 

● 매일 1cm만큼 찾아오는 일상의 전환

<1cm, 첫 번째 이야기>, 김은주 지음, 김재연 그림

 

1주일에 세 번이 일요일이고 두 번이 토요일이며 나머지 두 번이 금요일인 달력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모든 직장인들의 꿈이자 매주 월요일만 되면 간절해지는 이런 달력을 생각해내고 그려낸 이들이 있습니다. 바로 《1cm, 첫 번째 이야기》의 김은주 작가와 김재연 아트디렉터입니다.

‘인생이 긴 자라면 우리에게 1cm 만큼의 ()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이 책은 유쾌하고 통쾌한 아이디어들로 꽉 찬 책입니다. 일상을 뒤집어보고, 공간을 전환하며, 시간을 거꾸로보며 일상의 특별함을 선물합니다. 상상만으로도 행복해지고, 생각만으로도 유쾌해지는 이야기들이 가득합니다. 그리고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즐거움이라는 것이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1cm만 바꿔보고 멀리 보면 보이는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유쾌한 일러스트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금새 기분이 좋아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책입니다.

 

● 이대로 나이만 먹고 끝나게 되는 건 아니겠지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 마스다 미리

 

서른이라는 나이가 주는 무게는 사회적으로 다가올 때 더욱 커집니다. 사회생활도 어느 정도 해 물질적인 안정도 찾았고, 일에서도 이제 프로젝트 하나 정도는 맡아서 할 수 있을 정도로 커리어도 쌓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공허함이 물밀듯이 찾아옵니다. 과연 지금 나는 내가 꿈꿔왔던 삶을 살고 있는가, 지금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인가, 이대로 나이만 먹다 내 인생은 끝나버리는 것은 아닌가... 수만가지 생각이 떠오르며 내가 하고 있는 일, 연애, 삶의 방식들에 대해 다시금 고민을 시작하게 됩니다.

30대 여자들이 매일매일 생각하는 3가지인 결혼, 꿈, 휴식을 주제로 한 이 책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뭐지?》는 30대 싱글 여성들의 지주인 만화가 마스다 미리의 책입니다. ‘리나’라는 아이의 시선을 통해 30대 여성들의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과 생각들을 디테일하게 그려내며 공감대를 쌓아가고 있는 책이죠. 짧고 간명한 만화이지만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 “네가 정말 원하는 게 뭐니?”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사실 이 책의 진짜 시작은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이 될 겁니다. 그때부터가 잃어버린 내 삶의 목표와 꿈을 찾는 시간이 될테니까요.

 

● 이 세상을 즐기기엔 100년도 부족하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한 세기를 사는 느낌은 어떤 걸까요? 변해가는 강산을 보며 놀랍다는 생각이 들까요? 아니면 이 지긋지긋한 인생 대체 언제 끝나나 한없이 지루하기만 할까요? 여기 100년을 살아도 이 세상을 즐기기엔 부족하다고 외치는 할아버지가 있습니다. 바로 소설《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 알란 할아버지입니다.

이 소설은 백 살 생일을 맞은 알란이 양로원을 탈출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할아버지의 파란만장한 모험담이 과거의 경험들과 교차되며 펼쳐집니다. 할어버지는 프랑스와 미국, 중국과 북한까지 넘나들며 전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또 현대사의 굵직굵직한 장면을 함께하며 역사의 산 증인이 되기도 하죠. 이 많은 일들을 백년 동안 경험했다는 것이 놀라워질 정도입니다. 비록 소설이지만 알란 할아버지를 만나며 겨우 3,40년을 산 주제에 세상을 다 안 것처럼 지루해하고 따분해하는 제 자신이 부끄러워졌습니다. 세상이란 보는 사람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 보이는 것이지요. 이 책을 읽으며 단 하루라도, 단 한 달이라도 이 세상을, 내 삶을 즐기며 살아보는 건 어떨까요?

 

 

리듬(본명:최지연)

《야밤산책》의 저자이자 2009년부터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된 블로거.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오픈캐스트 ‘평범한 직장인의 책 읽기’를 운영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nayana0725.blog.me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