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추천 도서] 우리는 왜, 무엇을 위해 일 하는가?

지독한 취업난을 통과해 시작된 직장생활. 회사만 들어가면 화려한 직장인 생활이 시작될 거라 꿈꿨지만 현실은 많이 다릅니다. 매일 아침 지옥철에 몸을 던지고, 점심값 줄이자며 도시락 싸들고 다니고, 팀장에 까이고 후배에게 치여도 내 자리를 지키려 매일 같이 이 악물고 출근합니다. 월급은 늘 그대로인데 해야 할 일은 늘어가고, 회사에서 원하는 능력은 나날이 높아져만 가며, 더 이상 빼 갈 것도 없는 월급쟁이들의 주머니에서 걷어가는 세금은 더 많아만 집니다.

그 순간 이런 생각이듭니다. 나는 왜, 무엇을 위해 일 하는가? 나의 꿈과 나의 열정은 다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이번에는 일에 관한 단상, 노동의 이유, 정년의 문제, 일과 보람의 관계 등등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들을 골라봤습니다. 

아래 소개하는 책은 소설도 있고 인문서도 있고 자기계발서도 있습니다. 꼭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문제를 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이 이 책들을 통해 조금의 위로라도 받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 내게도 열정이 있었던가

<미생>, 윤태호

 

<이끼> 윤태호의 신작 <미생>. 아직 살아 있지 못한 자라는 뜻으로 인생을 거대한 바둑판에 비유해 풀어나가는 이 직장인을 위한 만화입니다. 빈 바둑판 위에 한 점 한 점 돌들이 올려지며 조용하지만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는 것처럼, 겉으로 보기에는 평온하지만 그 안은 아웅다웅 피 튀기는 전장과 같은 사회생활을 그렸죠.

바둑기사를 꿈꿨지만 입단에 실패한 주인공 장그래는 인턴으로 한 기업에 입사하게 되고 그 안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합니다. 몇 주간의 인턴생활을 토대로 최종 과제를 제출해 합격하면 최종합격해 정식 직원이 되는 것이었죠. 인턴은 십여명이지만 입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서너명 남짓. 그때부터 이들의 피 튀기는 전쟁이 시작됩니다.

바둑판 위에서 벌어지는 돌들의 전쟁에서의 전술은 사회생활에서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물러설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알아야 하고, 하나를 내어주지만 둘을 얻어 와야 하고, 비기는 마지막 순간에야 꺼내들어야 하며, 경거망동 하지 말고 기다릴 줄 알아야 합니다. 사회생활 역시 경쟁이고 전투이기에 바둑에서의 전법은 사회에서도 통하게 되는 겁니다. 직장인이라면 어디선가 본듯한 인물들과, 언젠가 경험했던 일들이 담겨 있는 아주 사실적이면서도 폭풍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만화입니다.

 

이번에는 조금 더 직장인들의 갈망에 대해서 더 차분하게 답해줄 수 있는 책들을 골라봤습니다.

● 가장 절실하지만 한 번도 배우지 못한 일의 경제학

<일하기 전에 몰랐던 것들>, 류동민

 

영화 <괴물>에서 박해일이 통신회사에 다니는 선배와 함께 엘리베이터를 타고 회사 안으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때 박해일은 선배를 부러워하는 눈빛으로 이렇게 말하죠. "이런 회사 다니면 그, 연봉이 한 6-7천 되지?" 그러자 그 선배가 콧방귀를 뀌며 대답합니다. "야, 빚이 6-7천이다." 회사 선배들과 대화를 하다보면 가끔 빚에 대한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연봉이 수천 대인데 빚은 억대인 경우도 있고, 마이너스 통장으로 용돈을 근근이 해결하는 선배도 있습니다. 대체 우리는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걸까? 아니면 돈을 갚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일까요?

이 책 <일하기 전엔 몰랐던 것들>의 저자 류동민은 어느 경제학 책에도 없는 '노동자'에('노동'은 있지만 '노동자'는 없다) 주목해 노동자의 경제학에 대해 말합니다. 고용주가 아닌 이상 우리는 모두가 노동자입니다. 누군가에게 나의 노동을 팔고 그 대가로 우리는 월급을 받죠. 여기서는 대학 교수도, 종합병원 의사도, 택배 기사도,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생도 다 똑같습니다. 이 책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그런 노동자로 살아가는 우리는 왜 일하고,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되며, 그럼에도 우리가 일을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등 노동과 관련된 다양한 단상들을 풀어놓습니다. 학교에서는 절대 가르쳐주지 않고, 사회에서는 철저히 외면하려고 하는 불편한 진실들입니다.

그렇다고 저자는 무슨 대안을 내놓는 것도,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는 건 아닙니다. 그저 그냥 서글픈 노동자의 단상을 보여줄 뿐이죠. 그래서 이 책은 더욱 더 쓸쓸하지만 내 모습을 적나라하게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해줍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결코 헛된 시간만은 아닐 겁니다. 내가 왜 일을 하는지 정확한 이유와 삶의 방식을 다시금 확인시켜 줄테니까요.

 

 

● 일의 패러다임을 바꾼 사람들

<정년 없는 프로페셔널>, 김현정

 

무슨 일을 하고 살아야 할 것인가? 대학 졸업을 앞두면 모두가 이런 고민을 시작하죠. 대부분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거나, 기업 공채에 응시하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둘 모두가 누군가의 월급을 받아먹고 사는 월급쟁이 삶입니다. 그 외의 삶은 사실 잘 그려지지도 않고, 방법도 모릅니다.

그런데 여기 조금 다르게 사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느 평범한 대학생들처럼 직장에 들어가 월급쟁이로 지내다 이렇게 사는 건 아니겠다 싶어 길고, 오래가며, 보람있는 직업을 만든 사람들입니다. 이들 직업에는 정년도 없고, 경쟁도 치열하지 않으며, 일의 스트레스도 없습니다. 내 생체리듬에 맞춰 오후 3시에 문을 열고, 내 집에서 아이를 돌보며 일을 할 수 있고, 전 세계 박물관을 돌면서 여행도 하고 돈도 벌며 살아갑니다. 이들은 어떻게 이런 직업을 찾을 수 있게 된 걸까요?

<정년 없는 프로페셔널>에 등장하는 모두가 한때는 잘 나가는 기업의 직장인이었고, 심지어는 부장, 부회장 등의 직급까지 누렸던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모두 회사 생활에서 백퍼센트 만족하지 못했고, 지금은 그보다 덜 벌지만 훨씬 더 풍요롭고 즐거운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조금씩 하나하나 준비하면 모두가 정년 없는 프로페셔널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하죠.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제 2의 삶에 대해 고민해보는 건 어떨까요?

  

 

리듬(본명:최지연)

《야밤산책》의 저자이자 2009년부터 4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로 선정된 블로거.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오픈캐스트 ‘평범한 직장인의 책 읽기’를 운영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