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세상] 읽고 쓰는 즐거움을 가르치다!

20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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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세상] 읽고 쓰는 즐거움을 가르치다!

제1회 우정선행상 장려상,  제13회 우정선행상 특별상 수상자 최규성 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보고 느끼는’ 단계에서 ‘읽고 쓰는’ 단계로 넘어가면서 인간의 지식은 더욱 확장되고, 감정의 폭 역시 넓어졌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현재에 이르며 문자는 우리 생활 속에서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가 됐습니다. 글자를 읽고 쓸 수 없는 문맹률 역시 1.7%(국립국어원, 2008)로 무척 낮은 수준입니다. 하지만 글자를 읽고 쓰지 못하거나, 혹은 읽을 수는 있지만 이해하지 못하는 인구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혹독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가혹한 사회적 구조 속에서 그저 하루하루 살아내는 것도 버거웠던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위해 자신의 일생을 바친 최규성(77) 씨는 읽고 쓰는 즐거움을 향해 오늘도 함께 나아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제1회 우정선행상 장려상을 수상한 최규성 씨의 즐거운 수업 시간을 엿보겠습니다. 





글 모르는 서러움을 겪는 사람이 없는 세상

올해로 39년. 최규성 씨가 야학과 불우 청소년, 이주민, 비문해인 등을 위해 실질적인 교육을 지원해온 시간입니다. 1971년, 그는 성남으로 거처를 옮겨올 수밖에 없었던 청계천 철거민들을 위해 변변한 시설 하나 없는 허허벌판에 천막 학교를 세웠습니다. 당시 연세대학교 신학과 4학년이었던 그에게 철거민들이 겪는 생활고는 물론, 마땅한 학교가 없어 교육에서 방치된 아이들의 암담한 현실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크나큰 고통이었는데요.
무허가 건축, 비인가 학교, 반정부 인사 등 당시 그가 넘어야 했던 장애물들은 가혹하리만치 산재해있었다. 교육 당국이나 지자체로부터 고발을 당하는 일은 부지기수, 매년 불어오는 태풍에 천막이 날아가는 일 역시 비일비재했으며 화재가 발생해 다시 가건물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벌금형을 선고했던 재판장이 격려의 편지와 함께 거금의 돈을 보내온 일이나, 여러 교회가 뜻을 모아 학교를 위한 건물을 세워준 일 등은 어둠 속에 한 줄기 빛처럼, 의지를 다시금 북돋는 계기가 되어주었습니다. 그 힘으로 여태껏 힘든 세월을 버텨왔는지도 모릅니다. 

 “창세학교를 거쳐 간 졸업생들이 약 6천 명 정도 됩니다. 천막에서의 야학으로 시작해 사회 각층에 있는 어려운 이웃들을 수용할 수 있게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정말 많은 학생들이 문자를 통해 세상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커요. 사회에서도 이러한 교육의 순기능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어요.”

꿈 많은 신학도였던 젊은 청년이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된 지금까지, 그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 ‘글 모르는 서러움을 겪는 사람이 없는 것’. 그러한 세상이 온다면 그는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문자를 통해 새로이 보는 세상

창세학교가 위치한 건물에 들어서면 계단 옆 벽면에 전시된 학생들의 시화작품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크레파스, 물감 등으로 칠해진 알록달록한 그림 위에 삐뚤삐뚤한 글씨가 쓰여 있어 얼핏 어린아이가 한 것 같지만, 사실 이는 모두 창세학교 학생들의 작품입니다. 그 작품들을 하나하나 보고 있으니 서투른 솜씨지만 정성껏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입히고, 글씨를 써 내려갔을 만학도들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집니다.

“현재 창세학교의 재학생은 150여 명 정도인데요. 주간·오후·야학반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연령대는 40~81세, 중년부터 노인 그리고 이주민까지 다양합니다. 초등학교·중학교 과정으로 나뉘어 운영되고 있고요. 나이도, 사는 곳도, 환경도 다르지만 모두 ‘글을 깨치는 즐거움’이라는 공통분모 속에서 하루하루 배움을 통해 성장해나가는 엄연한 학생이라는 점은 같아요. 더군다나 2012년부터는 학력이 인정돼 누구든지 이곳에서 교육을 받으면 검정고시를 거치지 않고도 정부가 인정한 졸업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창세학교에는 현재 열한 명의 교사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학력인증 전에는 재능기부자나 대학생 봉사자를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어 왔지만, 이제는 문자해득교육 교원연수 과정을 거쳐 이수증을 받은 정식교사만이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다. 덕분에 보다 더 전문적인 과정 속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된 학생들의 만족도 역시 높아졌습니다.



“최근에는 고령화 시대를 맞아 글을 모르는 노년층과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문화가정의 문해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좀 더 많은 노인들과 이주민들이 교육을 통해 세상의 높은 벽을 허물어나갔으면 좋겠어요. 두 차례에 걸친 수상 역시 많은 힘이 됐어요. 무엇보다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사회적 인증을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또한, 어려운 시간을 거쳐 온 사람의 한평생을 격려 받는 느낌이었어요. 덕분에 어딜 가든 제 신원(?)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되어 무척 자랑스러웠습니다.”

39년이라는 세월을 비문해인들을 위해 일해 왔지만, 아직도 할 일이 많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 다시금 힘이 실린다.




※ 해당 기사는 코오롱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19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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