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세상]생계지원의 ‘골든아워' 를 지킨다

2019.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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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세상] 생계지원의 ‘골든아워'를 지킨다

소외이웃을 긴급 지원하는 사랑의 샘터 ECB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응급환자를 살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중요한 시간, 골든아워는 의료분야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15년 전, 남편의 부도로 극도의 생활고에 지친 30대 아내가 두 살 된 아이를 껴안고 아파트 14층에서 뛰어내린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가슴 아픈 사연이 보도되자 당시 면목종합사회복지관 정구훈 관장은 황정룡(70) 운영위원에게 제안을 했는데요. 

“갑작스레 어려운 형편에 처한 이들이 지원을 받으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시일이 걸리니, 급히 지원할 수 있는 기금이 있으면 좋겠어요.”

 황정룡 위원 역시 이에 크게 공감해 서둘러 지역 인근의 학교장, 종교계 인사, 언론인, 지역단체장 등 아홉 명으로 구성된 추진 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추진 위원장은 배우 이순재(前 중랑문화원 원장) 씨가 맡았고, 초기 자본금 5백만 원이 마련됐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몸부림치는 가정을 조금이라도 돕자는 아름다운 마음이 모여 사랑의 샘터 ECB(이하 ECB)가 탄생한 것입니다.

오늘 코오롱 블로그에서 소개할 분들이 바로 소외이웃을 긴급 지원하는 사랑의 샘터 ECB 분들입니다.




소외이웃을 위한 심폐소생술, 긴급 지원

“중랑구의 재정자립도는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두 번째로 열악한 곳이에요. 중랑구 총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도 10,403가구(2017년 기준)로 서울시에서 세 번째로 많고요. 사회보장의 사각지대에 놓인 저소득 한부모가족 지원 대상자도 두 번째로 많은 저소득층 밀집 지역이지요.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실질 빈곤층이 늘어나면서, 사각지대를 아우르는 민간 안전망이 되자고 생각했죠.”

강옥갑(58) 회장은 회원들의 꾸준한 후원이 있어 15년간 활동을 이어올 수 있었다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기금 마련을 위해 매년 다양한 모금행사와 문화 탐방 등으로 홍보와 참여를 요청한 덕분에 회원은 어느덧 90명으로 늘었고, 총 2억 6천여만 원을 286가구에 지원할 수 있었는데요.
지원 과정은 이렇습니다. 우선 지역아동센터나 학교, 주민센터, 구청에서 추천을 하면 해당 사회복지사와 복지관 담당자가 가정방문을 하고, ECB 심사위원회에서 심사 회의를 통해 지원 여부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지원까지의 시간을 더 단축하기 위해 2017년부터는 가정방문 과정을 생략하고 절차를 최대한 간소화했습니다.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지원금도 최대 100만 원에서 200만 원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덕분에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게 됐습니다.




위기 상황에 더욱 빛을 발하는 ECB

20여 년간 술만 마시면 칼로 위협하는 남편의 폭력을 참다못해 뛰쳐나온 김순희(가명) 할머니. 살기 위해 전국을 돌며 떡볶이, 풀빵 등 안 해본 장사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관절 통증으로 일을 할 수 없게 되었고, 어렵게 모은 쌈짓돈도 병원비로 다 써야 했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살던 할머니는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때 ECB로부터 긴급 지원을 받아 몇 달간 밀린 방세와 공과금을 갚을 수 있었고 한 달 치 생활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할머니는 건강과 함께 다시금 살아봐야겠다는 희망을 되찾았습니다. 갑작스러운 병원 치료비로 월세가 연체되거나 단전·단수가 된 상황, 남편의 부재로 사실상 한부모 가정이지만 서류상으로 지원받을 수 없는 경우 등 ECB는 그동안 어려운 이웃의 수많은 위기 상황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2년 전부터는 연 2회에 한해 보철 등 치과 치료비 지원도 추가했습니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의 경우, 정부 지원금으로 생활을 하다 보니 먹고사는 일상생활은 어느 정도 가능한데, 목돈이 드는 치
과진료는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소액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것을 방치했다가 문제가 커져 나중에는 더 큰 비용이 들게 되는 경우도 많고요. 특히나 보철은 의료보험이 안 되는 항목이에요. 어르신이 치아가 좋지 않으면 소화불량이나 당뇨 등 복합질병으로 이어지기도 하니, 이는 꼭 필요한 지원이지요. 그리고 몸이 아프면 정서적인 고통까지 겪게 되잖아요. 치아 부실로 취업이 어려워진 대상자가 치과 치료비를 지원받아 치료를 받고 자신감을 회복해 취업에 성공한 일도 있었어요.”

강옥갑 회장은 이럴 때 회원들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합니다. 많은 대상자를 돕고 있지만, 단 한 번도 심사의 공정성이 문제가 된 적은 없었습니다. 심사위원은 이사 5명, 복지관장, 담당 사회복지사로 구성되며, 심사일은 목요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위원들 모두 만약을 대비해 매주 목요일엔 특별한 일정을 잡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도 살 만한 세상

최정란(66) 조직 위원장은 지역의 어려운 이웃을 추천하는가 하면, 후원회원을 모집하는 데도 힘을 쏟고 있는데요.

 “이웃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제가 하는 봉사활동을 알려드려요. 처음엔 관심 없던 분들도 차츰 공감해주시더라고요. 왜 극성스럽게 회원 모집을 하느냐고요? 한 명이라도 더 도우려면 후원자를 많이 발굴하는 방법밖에 없잖아요. ‘덕분에 살아갈 힘을 얻는다’는 편지라도 받을 땐 없던 힘도 생겨요.”

이처럼 ECB는 자활·자립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위기 가정에 복지 서비스를 신속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복지관 행사, 소외이웃 김장 나눔, 동네 축제 등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합니다.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이 당당히 세상 속으로 걸어 나올 수 있도록 격려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 이들 덕분에 중랑구 주민들은 ‘그래도 세상은 살만한 것’이라 여길 수 있게 됐습니다.



※ 해당 기사는 코오롱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19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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