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세상] 프로보노들의 세상 도서관 밖으로 나간 사서들

2019.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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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맛나는 세상] 프로보노들의 세상 도서관 밖으로 나간 사서들

책수레 봉사단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 지기입니다.


국민 평균 독서량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책은 우리에게 삶의 양식이자 좋은 친구입니다. 오랜만에 도서관을 찾아 가지런히 정렬한 책 숲을 거닐다 보면 마음에 편안해지는 것을 느끼는데요. 여기 늘 책과 함께 사는 분들이 있습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흩어진 책을 한데 모아 분류하고 목록을 작성해 나갑니다. 역사, 문화, 자기계발 등. 책은 이분들의 손을 거쳐 몇 개의 그룹으로 묶이고, 책장에 꽂힙니다. 그 어떤 진귀한 보물보다 더 소중히 책을 다루고 있는 사서 분들을 만나고 왔는데요. 책으로 나눔까지 실천하고 있다는 국립중앙도서관 ‘책 수레 봉사단’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독서 사각지대를 살피는 사람들 

국립중앙도서관 사서들의 전문 봉사 모임인 ‘책수레 봉사단’은 2010 년, 복남선 사서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습니다. 매년 불우이웃 돕기 차원에서 방문한 아동복지시설에서 책이 빼곡하게 꽂혀있는 자료실 서가를 보게 된 것. 하지만 아이들이 이용하기에는 책의 양이 너무 많고 정리도 잘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내내 맘에 걸렸던 그는 복지시설이나 소규모 도서관에 있는 책을 정리해주는 봉사를 떠올리게 됐고, 그렇게 책수레 봉사단이 만들어졌습니다.

“만 8천여 권에 달하는 책을 정리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매주 토요일마다 복지시설을 방문해 하루를 꼬박 할애해야 하는 작업이 6개월 동안이나 계속됐어요. 거의 방치되다시피 한 책들을 하나하나 꺼내 종류별로 분류하고 목록을 작성해나가는 힘든 과정 속에서 ‘과연 잘하는 일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보람이 커졌고 다양한 아이디어가 더해져 보다 체계적인 활동으로 자리 잡아갔어요.”




일반적인 봉사와는 달리, 책을 정리해 하나의 도서관으로 만들어주는 활동은 전혀 다른 형태의 봉사였기에 부담은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꾸준한 작업을 거쳐 점차 그 본 목적을 찾아가는 서가의 모습은 확신을 주었는데요. 이후 책수레 봉사단은 본격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전국의 복지시설을 찾아 나섭니다. 지속적인 방문이 필요하기에 경기권을 위주로 선별하고, 그 외 지역에는 책 기증과 함께 책 정리 방법을 공유해 도서관이 자체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습니다. 관리 목록 등에 따라 횟수가 조정되긴 하지만, 이들은 월 2회 이상, 평균 세 시간 가까이 이 활동에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데요.
책수레 봉사단에게 봉사란  ‘도서관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여정입니다. 책을 보는 곳의 의미를 넘어 도서관 에티켓, 책 검색하고 찾기, 독서법 등 다양한 문화를 학습하고 그를 바탕으로 사회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만드는 것. 이를 위해 책수레 봉사단은 기꺼이 자신의 시간을 내어놓습니다. 




도서관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때때로 농어촌, 산간벽지 소외지역을 발굴·선정하여 1박 2일 여행 삼아 다녀오기도 해요. 가장 먼 곳은 울릉도였는데 뱃멀미로 힘들었지만, 동네 주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져주셔서 인상 깊었어요. 또 기억에 남는 곳은 경기도 양주의 한 시설이에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 70여 명을 돌보는 시설이었는데,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책이 100권도 채 되지 않더라고요. 8년 동안 기증을 받아본 적도 없고요. 안타까운 마음에 상·하반기로 나누어 600여 권의 책을 기증했어요. 그런데 그 후, 아이들이 손편지를 써서 보냈더라고요. 고맙다고요. 고사리 손으로 꾹꾹 눌러쓴 그 마음이 예뻐서 한참을 들여다봤어요. 보람을 넘어선 감동이었죠.”

책을 통해 전달되는 것은 비단 물질뿐만이 아닙니다. 따뜻한 관심과 진심이 오가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자란다. 그렇게 자라난 아이들은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우고 생각을 키워 나갑니다. 누구나 책을 통해 지식을 축적할 권리가 있고 그것이 좀 더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사서의 일이라고 그들은 입을 모아 말했습니다.



책 속에는 사람이 있고, 풍경이 있으며, 수많은 생각들이 있습니다. 직접 가보지 않아도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자신을 수양하는 데도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줍니다. 사서들의 전문 봉사가 이러한 독서의 순기능에 무게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면 이들은 더 바랄 것이 없습니다. 책 속에 자신들이 가야 할 길이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기에 내일도 이들은 기꺼이 도서관 밖으로 나설 것입니다.



※ 해당 기사는 코오롱 사외보 〈살맛나는 세상〉 vol.116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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