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테라피] 혼자여도 좋아! 나를 위한 책을 만나다
혼족들의 행복한 연말을 위한 도서 모음
연말엔 왠지 사람들을 만나고, 가족과 함께해야 하고, 북적북적하고 신나게 보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것을 좋아하는 건 아니죠. 혼자 쉬며 재충전을 하고 싶기도 하고, 조용히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 계획을 세워보고 싶기도 하고, 따뜻한 집안에서 재미난 만화책을 쌓아놓고 맛있는 걸 먹고 싶기도 하죠. 혼자여도 연말은 따뜻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사람 만나는 것도 귀찮고, 어딜 나가 무언가 하는 것도 괴롭다면 그냥 맘 편해 혼자 즐겨보는 건 어떠세요? 나 홀로 연말을 계획한 분들께읽으면 좋은 책을 골라봤습니다. 이 책들과 함께 즐거운 연말 보내시기를!
1. 뭔가 신경 쓰이고 불편을 초래하는 것들에 대하여 : <걱정에 대하여>, 프랜시스 오고면
나는 말똥말똥 눈을 뜨고 있다. 오로지 한밤중에만 가능할 법한 종류의 각성이며, 이때에는 아무것도 균형을 잡지 못한 듯하고, 내 머릿속에 들어 있는 것이 무척이나 실제 같고, 고민스럽고, 다급하게만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아픈 게 아니다. 나는 환각을 경험하는 것도 아니다. (중략) 그렇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이 모든 소음은 ‘도대체’ 무엇일까? _ 머리말 중에서
이런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걱정의 40%는 절대 일어나지 않는 일이며,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며, 22%는 너무나 사소한 문제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4%만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다.’ 그만큼 우리가 하는 걱정이 실제 일어날 확률은 극히 적으며, 그것으로 시간을 낭비하고 에너지를 소비하는 건 쓸데없는 일이라는 걸 강조하는 말이죠.
그럼에도 걱정으로 밤 잠 못 이루고, 걱정인형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이 책 <걱정에 대하여>를 추천합니다. 영문학과 교수인 이 책의 저자는 여러 문학가들과 19~20세기를 대표하는 작품 등을 통해 걱정의 기원과 의미를 분석합니다. 키플링, 버지니아 울프, 제임스 조이스 등 스스로도 걱정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것을 문학에 풀어낸 작품을 통해 걱정은 어떻게 등장했고 어떻게 우리 삶 깊숙이 들어왔는지를 살펴봅니다. 이 책을 읽는다고 모든 걱정에서 해방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나와 같은 걱정인형들의 이야기를 통해 동질감을 느끼고 편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 상처받은 나를 사랑하고 존중하는 법 :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 박미라 지음
자기사랑도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됩니다. 내가 나를 이해하지 못할 때, 세상에 떠도는 수많은 자기사랑의 노하우는 내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에게 맞지 않아서 나를 혼란스럽게 할 뿐입니다. (중략)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지엽적인 훈련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욕구가 충족되는 것은 자기사랑의 결과이지 자기사랑 그 자체는 아닙니다. _프롤로그 중에서
‘자존감’이 화두입니다. 말 그대로 자기 자신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죠. 모두가 높은 자존감을 갖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죠. 어느 날 갑자기 “나를 존중하고 사랑하겠어!”라고 다짐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렇다면 상처받은 나 자신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보듬기 시작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애 나 스스로를 존중할 수 있을까요?
<천만 번 괜찮아>, <치유하는 글쓰기> 등의 베스트셀러 작가 박미라는 이번 책 <나는 왜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걸까>를 통해 온전히 나 자신을 이해하기에서부터 자기 사랑은 무엇이고, 왜 필요한지, 그리고 어떤 과장을 통해 자기 사랑을 완성할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합니다. 실제 ‘치유하는 글쓰기 연구소’를 운영하는 저자는 그곳에서 직접 만난 이들의 이야기와 그들이 변화하는 과정 등을 구체적으로 담아내 자기 사랑은 특정한 누군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닌 모두가 할 수 있는 것임을 알려줍니다. 나만 못난 거 같으세요? 모두가 나만 무시하는 것 같나요? 그 답답함을 이 책으로 해소해보시기 바랍니다.
3. 걷잡을 수 없는 상상력, 서늘한 유머, 뜻밖의 결말 : <기묘한 사람들>, 랜섬 릭스 지음
지금 들고 게신 이 책은 기묘한 눈을 가진 사람만을 위한 것입니다. 이례적인 사람의 대열에 속하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깜박 잊어버리고 몸을 매트리스에 묶지 않아서 한밤중에 침대 위로 떠오를 일이 없다면, 적절하지 않을 때에 손바닥에서 불을 내뿜는 일이 없다면, 뒤통수에서 달린 입으로 음식을 씹지 않는다면 이 책을 처음 발견한 곳에 당장 돌려놓고 책을 집어 들었던 일을 아예 잊어버립시오. _ 헌사 중에서
우리가 판타지에 매료되는 것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놀라운 상상력, 일상과 다른 세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에서 오는 해방감 때문입니다. <기묘한 사람들>을 읽고 있으면 그런 환상의 세계에 들어온 느낌이 듭니다. 책을 펼치면 제일 먼저 등장하는 헌사부터 심상치 않으니까요.
영화감독 팀 버튼이 ‘기이하고 시적이다’고 찬사를 보낸 책 <기묘한 사람들>에는 동화라고 하기에는 서늘하고, 판타지라고 하기에는 실제 있을법한 10편의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 작가 랜섬 릭스는 역사상 가장 사랑받은 민담과 전설을 새롭게 각색해 더욱 기묘한 이야기들로 재탄생시켰는데요, 인간들의 뒤틀린 욕망을 꼬집기도 하고, 현실 세계의 부조리함을 담아내기도 하며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만들어냈습니다. 기이한 이야기들을 찾는 이들이라면 무조건 읽어야 할 책입니다.
4. 나는 ‘감히’ 합리적 개인주의자를 꿈꾼다 : <개인주의자 선언>, 문유석 지음
‘다름’은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가능한 한 참아주는 것, 그것이 톨레랑스다. 차이에 대한 용인이다. 우리 평범한 인간들이 어찌 이웃을 ‘사랑’하기까지 하겠는가. 그저 큰 피해 없으면 참아주기라도 하자는 것이다. “제발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서로 노력을 해나가자고요.” 평생 청각장애인으로 살아야 될 정도로 백인 경관들에게 무차별 구차를 당한 로드니 킹이 그로 인한 LA 폭동 때 평화를 호소하며 했던 말이다. _ 프롤로그 중에서
어쩌면 손석희 추천으로 더 유명한 책 <개인주의자 선언>. 출판 당시 손석희는 추천사를 통해 “나는 문유석 판사 생각의 대부분과 그의 성향의 상당 부분이 겹친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최근 손석희가 다시 한번 이 책을 언급하며 유명세를 치르고 있습니다. 이 책은 현직 부장판사 문유석이 바라본 한국 사회와 그 어느 곳보다도 ‘함께’가 강한 판사 사회에서 개인주의자로 살아온 그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집단주의, 조직과 서열이 중요한 한국 사회에 답답함을 느낀 저자는 학벌, 직장, 직위 등으로 줄 세우고 그 가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는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합니다. 남들이 하는 대로 쫓아가다 보면 나 자신은 없어지고 끊임없이 남만 쫓다 끝난다는 거죠. 그렇다고 완전히 남과 분리되어 혼자 살아가자는 것도 아닙니다. 아무리 개인주의자여도 사회적 사건에 분노하고 뛰어나오듯이 타인과의 합리적인 연대도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개인을 인정하되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꿈꾸는 저자, 그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런 사회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개인주의 선언>은 대한민국 곳곳에 숨어있던 개인주의자들을 위한 조용한 외침이 담겨 있는 책입니다.
리듬 (최지연)
《야밤산책》,《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의 저자이자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nayana0725.blog.me)로 선정된 블로거이다.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CECI>, 언론재단, 코오롱 등에 책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예스24에 일과 직장생활을 주제로 한 <그래봤자, 월급쟁이> 를 연재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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