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보는 스페이스K] 풍경을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
신경철, 하지훈의 <풍경의 온도>展
안녕하세요! 코오롱 블로그지기입니다.
스페이스K 대구에서 화가 신경철과 하지훈의 2인전 <풍경의 온도>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전시는 풍경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을 교차시킵니다. 추상과 구상의 경계를 흐리며 개성 있는 조형 언어를 창출하는 젊은 두 작가의 신작을 잠시 만나보시죠!
두 개의 시선
거칠고 즉흥적인 채색 후에 연필 드로잉으로 세밀하게 윤곽을 마무리하는 신경철은 회화의 일반적인 작업 순서를 뒤바꾸어 역전된 풍경성을 탐구합니다. 반면 사건의 무대나 배경으로 풍경을 바라보는 하지훈은 우리의 의식 속에 하나의 장면이 고착되는 과정에 개입되는 기억과 감정, 시간성과 같은 불안정한 속성들을 화폭에 수용하여 추상에 가까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재현과 추상의 공존
신경철은 바다나 나무, 숲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을 그려냅니다. 작가의 기억 속 내재된 이미지와 일상의 풍경이 공존하는데요. 단색과 연필 드로잉으로 그려진 작가의 회화는 세심히 대상을 관찰하듯 구석구석 그려내고 있습니다. 그렇게 주와 변의 경계를 흐린 작가의 화폭에는 재현과 추상의 양태가 공존합니다.
작가는 주어진 풍경을 간결하고 힘 있는 필치로 그리고 윤곽을 연필 드로잉으로 감싸며 완성합니다. 작가의 작업은 결국 회화 작업 후 드로잉으로 완결되는 모양새인데요. 일반적으로 드로잉 후에 채색을 하는 방식이 아닌 역순으로 대상에 접근하는 것이죠. 이렇게 되면 대상의 형태는 보다 명확해지고 물감의 흘림 하나하나가 세세하게 부각됩니다. 원거리에서 바라보는 작가의 작업은 풍경의 구도가 두드러지기보다 색면 추상의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근거리에서는 연필 드로잉의 섬세함으로 화면의 구석 구석을 관찰하게 합니다. 서로 대비되는 양가적 속성 즉, 구상과 추상, 재현과 환영의 경계를 한 화면에 담아내 양극단을 오가는 긴장감이 특징입니다. 연필드로잉의 수공예 접근을 시도하는 작가의 태도는 외주 제작이 일반화된 현대미술의 흐름 속에서 고된 수행과 반복된 노동의 숭고함을 다시금 환기시킵니다.
불안정한 속성의 경계
하지훈의 풍경엔 자신의 연대기가 녹아있습니다. 그는 어린 시절, 군인이었던 부친의 직업적 특수성으로 인해 잦은 이사를 경험하며 대학 졸업 후엔 유학 차 독일에 거주했습니다. 작가와 함께해온 것은 바다와 인접한 자연 풍경이었고 여기에서 그의 그림은 출발합니다. 기억 속의 잡지나 신문, 영화와 같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한 자연의 이미지들이 함께 저장되면서 새로운 풍경이 만들어졌는데요. 자신의 기억과 감정이 투영된 작품은 기억의 편린이 조합된 모호한 풍경을 띠며 ‘콜라주된 풍경’이라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최근에는 여러 풍경 중 특히 섬에 매료되었는데, 이에 대해 하지훈은 “섬은 나와 무척 닮았다고 느꼈는데, 안식의 장소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불안함을 내재한 양면적인 장소였다”고 말했습니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에 등장하는 섬들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공간으로 작가의 기억 속 시각적 경험에 대한 인공적인 무대 장치에 가깝습니다. 섬의 내부를 채우고 있는 혼란스러우면서도 다채로운 붓질은 구체적인 세부 풍경을 묘사하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그와는 무관하게 자유롭습니다. 캔버스 위에 펼쳐진 붓질과 물감의 흔적은 섬인 듯 섬이 아닌 구상이자 추상인 채 어떤 질료 덩어리로 묘사됩니다. 그의 작품은 기억과 감정, 시간성과 같은 불안정한 속성의 경계 위에서 일견 추상화로 보이면서도 풍경화로 인식됩니다.
차가움과 뜨거움의 조화
서로 다른 방식으로 대상에 접근하는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풍경이라는 지루할 수 있는 주제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었는데요. 풍경에 대한 정서적 온도의 관점에서 신경철의 차가운 풍경과 하지훈의 뜨거운 풍경이 이루는 묘한 콘트라스트가 매력적입니다.
오늘 만나본 작품들이 어떠셨나요?
여러분도 늘 마주치는 풍경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을 한번 시도해 보세요!
* 본 내용은 코오롱그룹 사보 'KOLON'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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