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K] 시공간의 경계, 그 미묘한 변화를 바라보다

2017.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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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K] 시공간의 경계, 그 미묘한 변화를 바라보다  

스페이스K_대구 <덩어리와 경계>展 김이수 작가 인터뷰




안녕하세요, 코오롱 소셜미디어 대학생 서포터즈 성유진입니다!


잔잔하게 일렁이는 깊고 푸른 바다와 은은한 붉은 빛을 띠는 석양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 깊은 곳까지 편안해지곤 하죠. 이러한 풍경을 섬세하고 특별한 시선으로 어루만진 작가님을 만나 뵈었어요. 8월 30일까지 스페이스K_대구에서 열리는 <덩어리와 경계> 展의 김이수 작가님과의 특별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Q. 김이수 작가님, 안녕하세요! 이번 ‘덩어리와 경계’ 전시에서 작가님께서 모티프로 삼으신 ‘경계’에 대해 설명 부탁드려요!


A. 저는 무언가를 그려야겠다고 결정하고 그것에 맞춰 작업을 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수많은 작업을 하고 난 뒤 그것들을 곱씹어 보며 무엇을 그렸는지 깨닫는 경우였죠. 되돌아보니 모든 작품들에 ‘중간’, ‘사이’, ‘between’, ‘beyond’라는 주제가 스며 있더라고요. ‘경계’도 이러한 주제와 맥을 같이 하는 모티프예요. 제가 그린 수평선과 지평선은 하늘과 바다와 땅을 가르는 공간적인 경계, 일출과 일몰 시간의 석양은 시간적인 경계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경계는 시시각각 미세하게 변화하며 ‘차이의 풍경’을 만들어내죠. 하늘과 바다 사이, 해가 뜨고 지는 시각 사이의 변화하는 풍경의 다양함, 그 차이가 바로 이번 전시에서 풀어낸 ‘경계’라는 모티프입니다.



Q. 그렇다면 ‘경계’라는 모티프를 작품으로 구체화하시는 데에는 어떤 기법을 사용하시나요?


A. 반투명 테이프에 반투명한 색을 칠한 후, 색 테이프를 레이어링 하여 색을 만들어요. 예를 들어 제가 보랏빛을 표현하고 싶다면 붉은 빛이 도는 테이프 위에 푸른빛이 도는 테이프를 겹쳐 붙이는 거죠. 색을 진하게 내고 싶다면 색 테이프를 여러 겹 붙이면 되어요. 그래서 제 작품을 손으로 만져보시면 흰색에 가까운 윗부분에서 색이 짙은 아랫부분으로 갈수록 표면이 볼록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대형 작품의 경우, 작은 작품을 여러 개 제작해 이어 붙이는 방식으로 작업해요. 테이프가 너무 길면 물감을 칠하는 작업을 할 때 테이프의 첫 부분과 끝부분의 물감 색이 달라지거든요. 작품과 작품을 이어 붙일 때, 그 사이에 일부러 단차를 주기도 해요. 단차를 통해 비슷해 보이는 작품들 사이에 색감 등의 미묘한 차이가 있는 것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위해서죠. ‘경계’, ‘사이’라는 저의 모티프를 표현하는 방법 중 하나이기도 하지요.


Q. 독특한 재료와 기법을 사용하시는데, 이러한 재료나 기법을 적용하시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으신가요?


A. 테이프를 사용하거나 그림을 직접적으로 그리지 않고 재료를 레이어링하여 색을 만드는 것이 독특하게 보일 수 있겠네요. 이렇게 작품을 만들게 된 데에는 아픈 과거가 있어요. (웃음) 제가 대학교를 다닐 때만 해도 저의 모교 성신여대는 물체를 똑같이 그리는 것을 중시하던 분위기였어요. 그런데 저는 정밀 묘사에는 흥미도 없었을 뿐더러 다른 친구들에 비해 실력이 좋은 편도 아니었죠.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면서 이 길이 내 길이 아닌가 고민하던 중에 새로운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분의 첫 수업 시간에 자기소개를 하며 제 작품들을 보여드렸는데,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께서 저를 따로 부르셨어요. 그때 교수님께서 ‘너는 충분한 재능과 발전 가능성도 있는데 자신감이 없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네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 봐라.’ 하고 말씀해 주신 덕분에 제가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어요.



그때부터 학교의 분위기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작업을 했죠. 추상적인 조형물을 만든다거나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여러 재료를 붙이며 간접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작업들이었어요. 이때 굉장히 다양한 시도들을 해보았고 많은 재료를 사용해 봤어요.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제가 작업하고 있는 주제와 모티프도 뚜렷해졌고, 어떠한 종류의 재료를 사용하였을 때 효과적으로 제가 그리는 이미지를 표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어요. 저도 처음부터 ‘사이’라는 모티프를 염두에 두고 그림을 그리거나 테이프와 아크릴 판이라는 재료를 사용한 것은 아니지만, 여러 재료로 다수의 작업을 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네요.

 


Q. 작가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라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A. 어떤 분께서 제 작품을 보시고 ‘서양화적인 재료를 쓰고 있지만 동양화처럼 보인다’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서양화와 동양화는 재료의 특징에서 큰 차이가 있어요. 서양화에서 사용하는 유화나 아크릴은 덧바르면 그전에 칠했던 색이 보이지 않지만, 동양화의 재료인 먹은 덧바를수록 색이 스며들면서 우러난다는 특징을 가져요. 제 작품은 서양화적인 재료로 작업하였지만, 밑에서 위로 색이 번져 나가는 것이 동양화처럼 보이셨나 봐요.



Q. 모든 작품의 제목을 ‘Inframince-Landscape’라고 붙이셨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A. 8년 전쯤 ‘Inframince’라는 단어를 처음 접한 후, 그때부터 작품 제목에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어요. ‘Inframince’는 ‘아주 최소한’이라는 뜻의 ‘infra’와 ‘얇은’을 뜻하는 ‘mince’가 합쳐진 미학 용어입니다. 즉, 아주 작고 미묘한 차이라는 뜻이에요. 제가 앞에서 경계 모티프를 설명드린 것처럼 이 ‘미묘한 차이’라는 것을 ‘사이’와 ‘경계’의 개념으로 해석했어요. ‘Inframince-Landscape’는 풍경에서 보이는 미묘한 차이를 표현한 제목이에요. 요즘 들어서는 모든 작품의 제목이 똑같은 것이 심심한 느낌이 들어서 변화를 줘 볼까 하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웃음)


신기하게도 색깔이 아름답게 피어 올라가는 듯한 김이수 작가님의 그림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속에서 안정감과 상쾌함이 퍼져나가는 기분이었어요. 여러분도 김이수 작가님의 시선에 빠져들어 이런 기분을 꼭 느껴보셨으면 해요. 습하고 무더운 여름날, 몸도 마음도 지친 여러분 자신을 위한 <덩어리와 경계>展에서의 특별한 힐링,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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