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테라피] 지친 하루, 나를 위로해줄 도서 모음

2016.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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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혼책’ 어떠세요?

지친 하루, 나를 위로해줄 도서 모음





일에 치여 지치거나 사람들에게 시달린 날, 좋지 않은 일만 연달아 생긴 날. 이런 날이면 퇴근 후 바로 집에 가기 보다 혼자 어딘가에서 잠시 머리를 식히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집니다. 그래서 홀로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기도 하고, 술을 한잔 하기도 하죠. 누군가를 배려해서 먹고 싶지 않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되고, 억지로 웃으며 대화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혼밥과 혼술이 매력적이지만 아직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분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혼책’으로 홀로 놀기를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골목길에 자리잡은 한적한 카페에서 읽어도 좋고, 맥주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는 서점도 있으니 그런 곳에서 읽어도 좋고요. 


책이란 원래 혼자 읽는 것이지만 사람들이 있는 공간 속에서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혼자 책읽기 경험은 색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삶에 지친 여러분을 토닥여주고 미소짓게 해줄 '혼책'용 도서를 소개합니다.



1. 어른이 되지 못한 어른들의 이야기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 사라 앤더슨 글/그림





“일어나기 싫어……”

“일어나면 나가서 또 누굴 만나야 할 거고”

“이것저것 해야 하잖아.”

“싫다고……”

- 본문 中 -



어느새 나이는 한 살, 두 살 먹어가고, 회사에서 직급은 자꾸 올라가고, 사회는 벌써 나를 엄청난 어른인 것처럼 대합니다. 그럴 때 그냥 모든 것을 벗어던지고 내 멋대로 살던 어린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죠. 내 멋대로, 내 마음 내키는대로 행동해도 그 누구 잔소리하거나 핀잔주지 않으니 말이죠. 이렇게 종종 우리는 ‘난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순간들을 맞이하게 됩니다.





<어른이 되기는 글렀어>는 어른이 되면 달라질 줄만 알았던, 하지만 전혀 달라지지 않은 '어른이 되지 않은 어른'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몸은 어른이지만 할 일은 마냥 미루고, 사회성은 여전히 부족하고, 하루종일 집안에서 뒹굴거리고만 싶습니다. 난 여전히 사회에서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 그 어른의 모습으로 반드시 살아야 하는 것일까요? 이 책은 어른이 아니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겸 만화가로 활동하는 저자는 이 모든 이야기를 짧은 만화로 위트있게 그려냈고 아마존에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때로는 웃기고 때로는 슬픈 우리들의 이야기. 책의 절반은 한글로, 책의 절반은 원어로 실어 영어공부는 덤으로 할 수 있습니다.



2. 인생에 사랑은 한 번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 리우 핑루 지음





기구했던 세월 집안 건사하며 보내다 차차 평안해졌건만 하늘은 어찌하여 당신을 이리 빨리 데려간단 말이오. 지금 통곡하는 나를 두고 그대 결국 돌아가려 하네. 파란만장한 세상사 누가 알 수 있을까? 온갖 풍파 다 겪고 나서야 세상사 덧없음을 깨달았구려. 다음 세상에 다시 만나 다시 부부의 연을 이어가게 되기를 바라오. - 본문 中 -



‘라오 할아버지’라 불리는 라오 핑루는 95세 할아버지입니다. 라오 할아버지는 2008년, 60년을 함께 한 아내 메이탕과 사별합니다. 그리고 아내가 너무나 그리웠던 라오 할아버지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림과 글로 남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때부터 라오 할아버지는 둘의 어린 시절부터 연애 시절, 결혼 생활, 이별에 이르기까지 두 사람의 추억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함께 찍은 사진과 주고 받았던 편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모든 추억의 물건들을 말이죠.





그렇게 모은 추억의 조각들을 토대로 라오 할아버지는 아내와의 60년 연애사를 그림으로 그렸습니다. 그것은 18권에 이르는 화첩이 되었고 입소문을 타며 책으로까지 출간되었습니다. 중국은 물론 영미권과 유럽에서까지 출간되며 ‘가장 아름다운 책’으로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그 책이 바로 <우리는 60년을 연애했습니다>입니다.





‘그 시절, 고달프고 비가 새고 바람이 불어도 사랑하는 아내 메이탕과 유머를 가지고 운치 있게 살았다’고 회상하는 할아버지. 그리움의 연가이자 평생에 걸친 연애 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지 생각하게 합니다. 라오 할아버지는 이 책을 보며 후손들이 이것만은 꼭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충실하고 너그러운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런 사람이 결국 오래 갈 수 있으니까요.”



3. 펑펑 울고 싶은 날엔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 다키모리 고토 지음





“고로, 나 있지……. 태어나길 잘한 걸까?”

히로무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우리는 시설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무엇을 망설인 것일까.

당연하지, 하고 왜 말해주지 못했을까. 히로무가 태어난 게 죄는 아니다. 나도 잘 안다. - 본문 中 -



읽었을 때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을 찾으신다면, <슬픔의 밑바닥에서 고양이가 가르쳐준 소중한 것>을 추천합니다. 태어날 때부터 고양이와 함께했으며 현재도 다섯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는 저자가 고양이와 함께 한 신비로운 경험과 다양한 사람들의 취재를 통해 얻은 에피소드를 토대로 써내려간 소설입니다. 고양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가지만 결국 우리 이야기를 하고 있죠.





총 네 편의 단편이 담긴 이 책에는 각 단편의 주인공들이 고양이와의 기묘한 만남으로 삶과 가족, 일, 사랑 등 인생에 필요한 철학을 깊이 세워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또한 각 이야기가 독립되어 있지만 묘하게 연결되어 있고, 마지막 4번째 소설을 읽고나면 또 다른 한편의 거대한 드라마가 완성됩니다.





이 소설을 읽은 사람들은 ‘실컷 눈물을 흘린 뒤에야 진정한 행복을 깨닫게 되는, 그런 깨달음이 있는 이야기'라고 평합니다. 따뜻한 감성이 필요한 날, 펑펑 울고 싶은 날, 그래도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용기를 얻고 싶은 날 읽으면 좋은 책입니다.



4. 모멸 권하는 사회에 대한 정이현식 소설 <상냥한 폭력의 시대>, 정이현 지음





이제는 친절하고 상냥한 표정으로 상처를 주고받는 사람들의 시대인 것만 같다. 예의 바른 악수를 위해 손을 잡았다 놓으면 손바닥이 칼날에 쓱 베여 있다. 상처를 물끄러미 들여다보다가 누구든 자신의 칼을 생각하게 된다. - 작가의 말 中 -



<달콤한 나의 도시>, <낭만적 사랑과 사회>의 작가 정이현이 7편의 단편을 담은 소설집 <상냥한 폭력의 시대>로 돌아왔습니다. 도시인의 감성과 현대의 부조리, 지금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민을 포착하는 그녀의 소설은 출간 될 때마다 독자들의 공감대를 이끌며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번 소설집 역시 기존 스타일을 유지하며 현대인의 미소 뒤에 숨겨진 서늘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친절한 표정으로 무심하게 모멸감을 주고받는 사람들. 이 ‘세련된 폭력’은 조금씩 모습을 바꿔가며 소설에 등장한다. 대놓고 비하하지 않지만 오히려 아무 태도도 취하지 않음으로써 모멸을 주거나, 사랑을 빙자해 상대를 제멋대로 휘젓거나, 핏줄이라는 이유로 가족의 테두리 안에서 폭력을 가합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폭력들은 너무나 일상적이라 간과하기 쉽지만 그래서 더 무서운 폭력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혹시 나는 누군가에게 상냥한 폭력을 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나는 누군가에게 위협을 당하고 있으며 그 상처로부터 모멸감을 느끼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다면 어떻게 이 현실을 견뎌나가야 하는지 등 이 책은 우리에게 우리의 민낯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합니다. 쉽게 읽히는 짧은 단편이라 틈틈이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지친 일상, '혼책'이 여러분의 삶에 위로가 되기를 바랍니다.



리듬 (최지연)

야밤산책》,《결혼은 아직도 연애 중》의 저자이자 5년 연속 책분야 네이버 파워블로그(nayana0725.blog.me)로 선정된 블로거이다.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알라딘 서평단 등으로 활동하였으며  <CECI>, 언론재단, 코오롱 등에 책에 관한 칼럼을 쓰고 있으며, 예스24에 일과 직장생활을 주제로 한 <그래봤자, 월급쟁이> 를 연재하고 있다. 《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공저)》,《잘나가는 회사는 왜 나를 선택했다(공저)》등을 썼다.


본 칼럼의 내용은 코오롱 그룹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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